지난해 이상호 MBC 기자를 모욕혐의 등으로 고소한 전아무개 MBC 기자가 13일 오후 재판정에서 “나는 약자”라며 “이상호 기자가 공격한 것에 대해 서운하고 섭섭하다”고 했다. 

전 기자는 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 와중인 2012년 2월 MBC에 지원했고, 3월 MBC에 입사해 1년 뒤인 2013년 3월 정규직 기자로 전환됐다. 이들이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된 까닭은 지난해 5월 세월호 국면에서 이 기자가 고발뉴스를 통해 MBC 보도와 전 기자를 비판한 데 있다. 

전 기자는 지난해 5월 7일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가 ‘다이빙벨’ 효과를 과장했다는 이유로 손석희 JTBC 앵커,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 이상호 기자를 검찰에 고발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관련기사 : ‘다이빙벨 소동’ 관련자 고발>

   
▲ 2014년 5월 8일자 고발뉴스 화면 캡쳐.
 

이 기자는 다음날인 8일 고발뉴스를 통해 전 기자에 대해 “공정보도를 요구하면서 7개월간 이어졌던 MBC 파업기간 동안 김재철에 의해 뽑힌 시용기자”, “남들이 언론자유를 위해 길바닥에 나앉아 있을 때 남의 자리에 슬쩍 앉고서도 소감을 물어보는 고발뉴스의 질문에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답했던 주인공”이라고 비판했다. 

<관련영상 : 칼춤 추는 MBC보도… 칼자루 잡은 시용기자>

5월 8일자 고발뉴스 영상에는 전 기자와 이 기자가 과거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기자는 ‘파업 중에 일하는 게 모순이라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전 기자는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느끼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이 기자는 동영상 화면에 이어 “부끄럽지만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기자 명함을 파고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시청하시는 방송들은 기자가 아닌 시용기자들이 만드는 뉴스가 아닌 흉기”라고 높은 수위로 비난했다. 

이후 전 기자와 MBC는 이 기자를 모욕죄 등으로 고소했다. 당시 MBC는 “이상호 기자가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주장하면서 그 내용을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상태로 고발뉴스 사이트와 유튜브 등에 게재하는 등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의 사회적 명예와 위신을 심각하게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전 기자는 13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증인신문차 출석해 “나는 약자다. (약자인 본인을) 이상호 기자가 공격해 섭섭하다”고 했다. 그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채용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기자가 자신을 ‘시용기자’라는 표현으로 지칭한 것에 반발했다.

전 기자는 보건‧복지 전문 기자로 MBC에 입사를 했다. 하지만 관련 부서에 배치되지는 못했다. 그의 주장은 자신이 전문기자로 뽑혔음에도, 이 기자가 ‘시용기자’라고 규정하고 모욕을 주었다는 것. 시용기자는 2012년 파업 과정에서 채용된 이들을 비판하는 데 MBC 구성원들이 자주 사용했던 단어다. 

이 기자는 공판기일이 끝난 뒤 법원 앞에서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직 기자가 정당한 표현을 옥죄기 위해 고소를 선택했다는 데 상당한 유감”이라며 “MBC 구성원들은 170일 동안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을 했다. 이 정도의 비판은 감수하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17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 307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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