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일간지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혹평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 기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질문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 ‘훈시’에 그쳤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국정원 직원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국정원 해킹 문제와 내국인 사찰 의혹에 대해 대통령 직속기관에서 벌어진 일임에도 단 한 마디 해명이나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또한 국가방역체계가 뚫리면서 온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도 사과는커녕 ‘메르스’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상파 3사 뉴스는 ‘땡박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KBS는 <뉴스 9> 첫 번째와 두 번째 꼭지에서 박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밝힌 4대 주요 개혁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했다. 

대통령 담화문에 대한 평가는 “새누리당은 4대 개혁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메르스와 국정원 의혹에 대한 사과 없는 독백과 훈시였다고 비판했다”고만 두 번째 꼭지 말미에 덧붙였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훈시’로 끝난 ‘불통’ 담화였다는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KBS는 “담화 발표 뒤 박 대통령은 기자실에도 들러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그나마 MBC는 뉴스데스크 세 번째 꼭지에서 대통령 담화문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엇갈린 반응을 따로 전하긴 했다. 하지만 “스스로 경제활성화복, 투자활성화복으로 불렀던 빨간 재킷을 다시 입은 박 대통령은 때론 손짓으로, 때론 비장한 목소리로 호소했다”로 시작하는 이 리포트는 “박 대통령은 담화 발표 이후 기자실을 찾아가 출입기자들과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기자들이 무슨 질문을 했고,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 지난 6일 SBS ‘8뉴스’ 갈무리
 

SBS의 ‘대통령 감싸기’는 3사 중에서도 가장 심했다. SBS 8뉴스는 두 번째 꼭지 <“공공기관 중복 통폐합"…‘개혁’ 33번 언급>에서 “박 대통령은 기자 간담회가 아닌 대국민 담화여서 질문은 받지 않고 대신, 기자실을 찾아 1시간 넘게 담화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국민 담화였으면 왜 굳이 기자들을 불러 모았는지, 박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1시간 넘게 설명했다는 담화 발표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SBS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아울러 “새정치민주연합은 ‘독백’과 ‘훈시’로 끝나 유감이라고 밝혔다”고는 했지만, KBS나 MBC와 달리 ‘메르스’나 ‘국정원’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지상파는 언제나 ‘태평성대’)

JTBC 뉴스룸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JTBC는 지상파 3사와 달리 1~3번째 꼭지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을 다루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JTBC는 네 번째 꼭지 <호소냐 불통이냐…대통령 취임 후 4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청와대는 오늘(6일) 담화가 사실상 국민을 향한 호소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쪽에선 새로울 것 없는 정부 정책의 당위성을 일방통행식으로 전달한 것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박 대통령, 노동시장 개편에 ‘올인’…정치적 배경은?> 리포트에서는 “임기 반환점에 왔는데도 마땅히 내세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성과로 삼으려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며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재계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강성 노조의 힘을 미리 빼려는 다목적 포석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분석했다.

JTBC는 또 “오늘 담화에서 눈여겨볼 또 한 가지 점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일절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원래 10분간 기자 질문을 받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하루 전 최종 점검 단계에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JTBC는 “그렇다 보니 국정원 불법 감청 의혹과 기업인 사면 등 정작 국민이 듣고 싶은 현안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며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지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강조했다. 

   
▲ 지난 6일 JTBC ‘뉴스룸’ 갈무리
 

한편 경향신문은 7일 <“노동개혁·고통분담”… 24분간 ‘대국민 지시’>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통해 “‘간곡하게 요청드린다’는 ‘호소’ 형식을 빌렸지만 일방적 지시와 압박만 한 24분간의 대국민담화였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박 대통령에게 국민은 여전히 지시와 훈시, 교육의 대상일 뿐이었다”며 “이런 대국민담화로 여론이 돌아서고 국정운영의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신문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선거를 바로 눈앞에 둔 시점에서 반발과 역풍을 부를 게 뻔한 4가지 개혁을 한꺼번에 추진하겠다는 것은 과욕이거나, 그저 시늉만 내고 말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통고라도 하듯 원고를 내리읽고 마는 식으로는 이해 당사자의 양보, 야당의 협조,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고 질타했다. 

동아일보도 “어제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를 이유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했다면 대통령도 당연히 사과의 뜻을 밝혔어야 한다”며 “일방적인 ‘담화문 발표’는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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