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4일 오후 이상호 기자에게 재징계(정직 6개월)를 내렸다. 지난달 대법원으로부터 해고 무효 확정 판결을 받아 복직한 지 21일 만의 일이다. 

이 기자는 재징계 처분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MBC 뉴스데스크 세월호 보도를 비평하고 있었다. 그가 비평한 보도는 지난해 5월 7일 박상후 당시 전국부장이 직접 나와 민간잠수사 이광욱씨의 죽음과 다이빙벨을 다룬 리포트 <“분노와 슬픔을 넘어”>다. <관련기사 : MBC, 실종자 가족 조급증이 잠수사 죽음 불렀다?>

박 부장은 이 리포트를 통해 “잠수가 불가능하다는 맹골수도에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라며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 이상호 MBC 기자. (사진= 김도연 기자)
 

그는 또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결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고 했는데, 이광욱씨 죽음이 ‘정부의 구조작업에 불만을 품은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과 압박으로 인한 사고’인 것으로 해석하게끔 했다. 

박 부장은 이어 중국 쓰촨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 사태를 언급하며 “놀라운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는 논란이 됐던 ‘다이빙벨’에 대해서도 “결국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조급증이 빚어낸 해프닝”이라고 규정했다. 

미디어오늘은 그가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글과 거의 동일한 글을 MBC 사내게시판에 올리고, 이 사이트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를 뉴스 원고에 넣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유가족 ‘폄하’ 논란 박상후 MBC부장, ‘일베’ 글·용어 사용 논란> 그는 현재 MBC 보도국 국제부장이다. 

미디어오늘은 이 기자가 사내 게시판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을 입수, 전문을 공개한다. 

- 들어가기에 앞서

이상호 기자입니다. 졸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우 분들께서 ‘뉴스데스크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언’에 관심과 의견 보내주셨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적 경로를 통해 전달해주시더군요. 연인원 수천 명이 넘는 분들이 읽으시고도 공개적으로 단 한 건의 의견표명도 하지 않는(혹은 ‘못하는’) 분위기에서 과연 경쟁력 있는 뉴스 콘텐츠 제작이 가능할지 의문이 듭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이견을 드러내고 소통하며 토론하는 뉴스룸의 회복을 기대하며 오늘은 ‘불량’ 콘텐츠의 발생과 사후처리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 2014년 5월7일 뉴스데스크… ‘데스크 리포트’

세월호 참사 국면에 논란이 됐던 박모 부장의 데스크 리포트를 기억하실 겁니다. 

복직 이후 뉴스경쟁력 제고를 위한 글을 쓰면서, 해당 리포트에 대해 논란 이후 충분한 사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불량제품에 대한 사후조치는 콘텐츠 경쟁력 제고와 생산성 향상에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대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회의록을 보면 여당 측 위원들이 중징계를 육탄으로 막아서 ‘권고’에 그치기는 했지만, 심의내용을 살펴보면 매우 강경한 징계 의지가 반영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심위는 해당 리포트가 “다이빙벨과 관련해 일부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고, 인터넷 사이트의 댓글을 일본의 여론인 것처럼 소개한 것은 심의규정에 위배된다”고 밝혔는데요. 위배한 조항이 공정성이나 객관성 조항은 물론이고, 명예훼손에서 품위유지 조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중징계는 빼줬지만, 하자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명백한 ‘불량품’이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불량기자에 대한 보도국의 사후조치는 과연 어땠을까요?

당시 보도국은 방심위 앞으로 보낸 서면에서 “유족의 ‘조급증’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한국사회의 조급증이 그를 떠민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을 뿐”이라는 창조적인 ‘논리’로 변명하는데 급급했습니다. 같은 ‘논리’를 적용해볼까요?

방심위가 인정한 ‘불량’ 기사를 보도한 종업원을 처벌은커녕 승진시켜 현재 국제부장이라는 중책에 보임한 것은, 혹시 보도국이 뉴스경쟁력보다는 청와대 눈치보기에 급급해 무리한 코드인사를 벌인 결과는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방심위의 심의와 별도로, 이번에는 팩트에 입각해 해당 기사를 검수해볼까요?

“이광욱 잠수부는 차디찬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잠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맹골수도에서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겁니다.”

맹골수도에서 잠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건 해경의 논리입니다. 김철승 목포해양대 교수 등은 “인천항 등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는 맹골수도와 비교할 만큼 조류가 센 지역이 많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해양사고는 서해든 남해든 해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이번 인양업체로 선정된 상하이 살비지를 포함한 수많은 전문가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왔지요. 

‘잠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표현은 침몰선에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해경의 변명을 전적으로 반영한 결과는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 지난해 당시 박상후 MBC 전국부장이 보도한 <“분노와 슬픔을 넘어”>의 한 장면.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과연 조급증이 떠밀어 사고가 발생한 것일까요? 해경은 잠수작업의 기본인 ‘2인1조’ 잠수 수칙을 어겼고, 배 위에는 의료장비는커녕 의사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우리 MBC가 사고 원인으로 조급증을 ‘따져보는’ 사이, 경쟁사인 KBS와 SBS는 의료장비 부실 등을 지적, 안전사고의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누가 더 인간을 생각하는가. 제품의 완성도에 있어 그 차이가 드러납니다. 

뉴스는 보도 이후 AS도 중요합니다. 참사 1년 뒤인 2015년 5월 26일 이광욱 잠수사의 가족은 가장의 죽음이 유가족의 조급증 때문이 아니라, 해경의 지휘권 행사상 과실 때문이라며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습니다. 

유가족들의 조급증을 질타할 정도로, 이광욱 잠수사의 죽음을 그토록 애도하던 뉴스데스크. 과연 단 한 건이라도 후속 보도를 했을까요?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본말이 서로 달라 언행이 어긋나면, 시청자들은 속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습니다. 논란이 된 다이빙벨 투입도 이때 결정됐습니다.”

가족들이 장관과 청장을 ‘불러’, ‘압박했다’는 표현은 ‘상대로’, ‘읍소했다’가 맞습니다. 당시 대화의 분위기와 관련해 장관과 청장은 ‘자식을 가진 아버지로서 또한 공직자로서 함께 울며 걱정하는 자리였으며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취지로 수차례 대화 중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이빙벨 투입 역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장관이 요청했다’가 맞습니다. “왜 처음 내려왔을 때 안 붙잡았냐”고 따지는 이종인씨에게 장관이 “다시 내려와서 도와달라”고 정중히 요청한 것입니다. 

당시 동영상이 공개돼 있어 한번 만 살펴봐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묻는 유가족들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해 위기의 박근혜 정권을 보위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는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천안함 폭침사건 때 논란을 일으켰던 잠수업체 대표를 구조 전문가라며 한 종편이 스튜디오까지 불러 다이빙벨 효과를 사실상 홍보해줬는데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가족들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사실상 홍보했다’는 당시 인터뷰, 정말 객관성 없는 ‘홍보’에 불과했을까요? 2015년 5월 21일 서울행정법원은 ‘객관성 조항’ 위반을 사유로 “방심위가 내린 JTBC에 대한 제재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홍보가 아닌 ‘정상적 보도’ 행위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제라도 정정하지 않으면 JTBC로부터 거액의 손배소가 혹시 들어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이빙벨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구절도 나오는데요. 다이빙벨은 해경이 1) 언딘 쪽 바지선에 접안을 방해하고 2) 선내 진입구 위치를 속이고 3) 다이빙벨 작업 중 바지선을 배로 들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선내에 진입해 복도의 장애물 제거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잠수 작업시간은 1시간 57분, 해경의 평균 잠수시간 11분에 비해 열 배가 넘는 시간이었습니다. 해경이 약속한 잠수사만 지원해줬더라면 20시간 연속작업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웃 일본에서도 다이빙벨 투입 실패 직후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19세기에 개발된 장비로 20세기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21세기에 사용한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한국인이 무섭다’, ‘깊은 수심에 다이빙벨이라니 야쿠자도 놀랄 상술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다이빙벨을 실패로 규정한 리포트는, 한술 더 떠 일본인의 입을 빌려 ‘19세기에 개발된 장비로 20세기에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장비.. 깊은 수심에 다이빙벨이라니 야쿠자도 놀랄 상술이다’고 적고 있습니다. 

다이빙벨은 기원전 3세기부터 이미 존재해온 것으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해군을 포함해 각국 해군은 물론, 수많은 해난구조 및 수중작업 업체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필수 장비입니다. 더욱이 얕은 물보다는, 오히려 깊은 수심에 유용한 장비랍니다. 

다이빙벨의 작동원리는 다큐 영화 <다이빙벨>을 보시면 실사와 애니메이션으로 잘 설명이 돼 있으니 참조바랍니다. 

“다이빙벨도 결국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조급증이 빚어낸 해프닝이었습니다.”

기자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A도 ~이었다” 구문인데요. 이 문장과 호응하는 문장을 찾아보시죠. 어디 있을까요? 네. 첫 번째 문단에 있는 다음 문장과 호응관계입니다.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결국 기자는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왜 잠수사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밀었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다이빙벨도 결국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조급증이 빚어낸 해프닝이었습니다”가 아닌 “해프닝이 ‘아닌지 따져봐야 할’ 대목입니다”라고 지금이라도 정정하는 것이 옳습니다. 

불량 콘텐츠에 대한 사후조치와 재발 방지는 뉴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아프지만 필요한 일입니다.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닌, 저 역시 아프지만 뉴스데스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몇 자 적었음을 고백합니다. 

- 글에서 나오며

조금 전 정직 6개월 인사 통보를 받았습니다. 내일부터 발효되는 조치라 아쉽지만, 이 글이 아마 게시판에 남기는 마지막이 될 듯합니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안광한 사장님, 권재홍 부사장님 이하 사우님들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저도 만나면 좋은친구 MBC 기자로서 부끄러움 없이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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