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제주 강정마을 해역의 연산호 서식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이후 황폐화되어 가는 실상이 드러났다. 연산호는 환경부와 CITES(멸종위기야생생물의국제간거래에관한협약)에 의한 관리대상인 멸종위기야생생물이자 국제적 법적 보호종이다. 특히 73,800㎡ 규모의 최대 산호 군락인 ‘산호 정원(Coral Garden)’은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해 연산호 보호를 위한 핵심구역으로 꼽혀왔으나 해당 지역인 강정 앞바다와 인근 서건도 일대의 파괴는 매우 심각했다.

민간단체들이 구성한 ‘제주해군기지 연산호모니터링 TFT’는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강정등대와 서건도 일대의 연산호 군락지 변화상을 비교 촬영한 결과를 5일 공개했다. 3인의 환경 및 다이빙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번 촬영에선 강정 앞바다와 서건도 일대의 연산호 군락이 죽어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 강정등대 남단 30미터, 수심 15미터 지점. 큰수지맨드라미와 감태 군락이 사라졌고, 둔한진총산호(멸종위기야생생물II급)는 각종 퇴적물이 쌓여 앙상하게 골축만 남겨진 상태로 죽었다.
 

강정등대 인근은 수심 5미터 횡단선에 감태 군락이 넓게 분포하며 그 아래쪽 9미터 횡단선에는 분홍바다맨드라미와 큰수지맨드라미, 총산호과, 뿔산호과 등 다양한 연산호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서귀포시의 2008년 조사에서도 강정등대 주변에서 9종의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 곳은 제주해군기지 서방파제와 불과 100미터의 거리에 위치해 그 피해 상황이 심각했다  

일례로 강정등대 남단 30미터 지점에서 촬영된 사진을 보면 공사 전인 2008년에 존재하던 큰수지맨드라미와 감태군락이 완전히 사라졌고 둔한진총산호는 각종 퇴적물이 싸여 앙상한 형태만 남은채 죽어있었다. 

   
▲ 강정등대 남단 100미터, 수심 15미터 지점. 왼쪽의 뽀족수지맨드라미와 위쪽이 큰수지맨드라미가 사라졌고, 오른쪽의 분홍바다맨드라미는 수축되었고 개체수도 줄어든 모습이다. 천연기념물인 긴가지해송 역시 과거 영상과 달리 생육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정등대 남단 100미터 지점에 있던 뽀족수지 맨드라미와 큰수지맨드라미도 완전히 사라졌고 분홍바다맨드라미는 확연히 쇠퇴한 모습을 보였다. 천연기념물인 긴가지 해송의 생육 상태도 위태로와 보인다. 

제주해군기지 동방파제에서 동쪽으로 500미터 떨어진 서건도 해저의 연산호 역시 마찬가지의 상태였다. 서건도 일대엔 수심 9미터 횡단선에 각종 해양목 산호가, 12미터 횡단선엔 빛단풍돌산호, 거품돌산호 등 돌산호류가 쉽게 관찰되던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촬영에선 개체수와 밀도가 확연하게 줄어들고 생육상태가 크게 나빠져, 서건도 해저의 연산호 군락지가 곧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 서건도 수중동굴으로부터 남쪽으로 20미터 이동한 지점. 해송(천연기념물 456호)이 공사 이후 부유물질을 잔뜩 부착한 채 앙상한 모습으로 변했다.
 

이미 국내외 전문가들은 강정 앞바다의 수중 공사로 인해 부유사의 침전, 해류 변화, 유기주석화합물, 프로펠러 너울, 유류 유출 등에 의한 피해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그러나 해군은 2012년 상반기에 구럼비 발파 공사를 시작한 이래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한 저감방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준설작업과 사석투하 등의 과정에서 토사가 외해로 확산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켜왔다. 

그러면서도 해군은 2012년 이후 발표해 온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사업 사후환경영향조사결과’에서 “연산호는 큰 변화가 없거나 일부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나 본 공사의 영향보다는 조사지점의 변화, 태풍 혹은 계절 등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판단” 된다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연산호의 대규모 파괴가 눈으로 확인됨에 따라 제주해군기지 공사의 생태모니터링 약속 위반 등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조사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09년 문화재청이 해군에 대해 강정연안 연산호 군락지 국가지정문화재현상변경 신청에 대해 생태모니터링과 긴급상황 발생시 공사중지 등 조건부 허가를 내준 점을 상기시키며 “해군에 대해 허가조건 위반여부를 즉각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해군은 환경부, 제주도 등과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연산호 군락의 보호를 위한 저감방안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조사단은 해군이 진행하는 사후환경조사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강정마을회와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연산호 군락지 공동모니터링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수중조사를 시행한‘제주해군기지 연산호 모니터링 TFT‘는 강정마을회, 강정마을 해상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의원실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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