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 대장은 생전 자신의 집안에 대해 3대 독도 지킴이라고 소개했다.

홍 대장은 자신이 쓴 수기에서 할아버지 홍재현 옹을 울릉도와 독도의 개척자로 소개하면서 "1883년 음력 4월 초8일 강원도 강릉에서 울릉도로 낙향한 할아버지(홍재현 옹)께서 4일간 뱃길로 해서 지금의 울릉군 북면 현표동에 당도하셨을 때, 그 때 울릉도 주민이라고는 고작 두 가구가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하루는 높은 산에 오르게 되었는데, 먼 동쪽바다에서 또 하나의 섬을 발견하였다. 일찍이 읽은 바 있는 <세종실록> 및 <동국여지승람> 등 고서에서 밝힌 우산도(于山島), 지금의 독도임을 짐작케 되었고, 1897년 6월에 할아버지께서는 독도 길에 올라 그때 울릉도에서 향나무 한 그루를 가져가서 지금의 독도 동도에 심었다"고 밝혔다.

수기에서는 또한 홍재현 옹이 1898년 독도에 바다사자를 잡으러 갔다 일본인 무라카미 일행을 만나 독도는 우리 땅이니 두번 다시 오지말라고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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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칠은 "할아버지께서 이 섬은 자고로 우리의 땅인지라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이 섬에 오지 말 것을 얘기하였다. 울릉도에서 같이 간 일행은 바다사자를 잡아 돌려보내고 할아버지께서는 일본인이 타고 온 배에 동승 일본으로 같이 가게 되었다. 일본에 가신 할아버지께서는 그 곳 관헌에 울릉도와 일본 사이에 위치한 우산도, 지금의 독도는 한국의 땅인지라 앞으로 일본인의 출어는 금지할 것을 당부하고 일본인이 내주는 배로 울릉도로 돌아오셨다고 내가 어릴 때 여러 번 무용담처럼 말씀하셨다"고 밝했다. 일본에까지 건너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독도를 지켰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다케시마' 팻말을 세우고 이에 대응해 팻말 바꿔치기를 하는 것을 보고서 홍순칠 대장은 분노했고 홍재현 옹이 "독도는 울릉도 도민들이 문전옥답과 같이 애지중지하는 우리의 생활터전이니 기어이 너희들이 그곳에 가서 싸워 독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독도 지킴이 집안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독도의용수비대 33인의 역사 중 홍순칠 대장의 집안은 홍재현 옹의 울릉도-독도 개척부터 시작해 일본 순시선에 맞서 싸운 3대 독도 지킴이라고 알려져왔다. 

하지만 홍재현 옹은 울릉도-독도 개척 당시 친일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총독부관보에 따르면 시정(일제강점기) 25년 일제가 기념표창장을 준 명단 중 울릉도 지역 명단에 홍재현 옹이 나온다. 

조선총독부시정25주년 기념표창자명감에 따르면 홍재현 옹에 대해 "1882년 울릉도로 이주, 면장으로서 섬의 풍속 개량에 공헌했으며 일본어에 능통하며 일본인과 조선인 이주자들 사이를 잘 조정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1916년 보통학교 설립 때 건축비 문제에 차질이 생기자 자진하여 부역의 감독에 종사하였으며 섬 일주도로 설립에 공헌, 섬의 원로로서 관리인 가타오카 등과 손잡고 섬의 풍속개량을 위해 주야로 노력"했다고 기록했다.

   
▲ 조선총독부관보 호외 소화10년10월1일 시정25주년기념표창자 명단
 

이뿐 아니라 친일단체에서 발간한 잡지에서도 홍재현 옹의 공적이 나온다. 

동민회는 1924년 일본 식민지하에서 우리나라 자본가와 일본인이 함께 조직한 대표적인 친일단체로 강연회 등을 통해 독립사상 사회주의 사상을 배척해왔다. 동민회는 기관지로 동민회보를 제작해 지역별로 조력자를 소개했는데 이 잡지에 홍재현 옹이 등장한다.

1925년 3월 25일자 동민회보 제10호를 보면 "울릉도에 홍재현. 홍재현은 동도 각종 산업단체 및 공익단체의 역직(조직의 중요한 직위, 관리직)에 있으면서 항상 이들 단체의 활동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도로개수 학사장려 등 공공사업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조선인 가운데 드물게 보는 공로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혀 있다.

김점구 독도수호대 대표는 "홍순칠 대장의 수기만 보면 할아버지(홍재현 옹)가 일본과 담판을 지으러 갔고, 그 일화를 소개하면서 자신도 독도를 지키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런 내용이 영화 제작까지 된다고 한다"며 "독도의용수비대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홍순칠이 맞지만 독도지킴이 집안을 포함해 수비대의 활동이 과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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