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포털 화면에서 자사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워내기 위해 애쓴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뉴스 섹션에서 불리한 내용의 기사를 홍보성 기사로 덮는 ‘밀어내기’가 이뤄지고 있다. 동영상, 블로그 등 콘텐츠에 대해서는 ‘임시조치’를 적극 활용하고 마케팅 업체를 동원해 자사에 긍정적인 콘텐츠를 양산한다. 일종의 ‘여론조작’인 셈인데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뉴스토마토에서 효성그룹을 비판하는 조현문 변호사의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 효성그룹 직원 하계캠프 기사가 네이버에 22건 쏟아졌다. 조 변호사 인터뷰 기사가 포털에 송고된 때는 오후 3시였고 기자들에게 하계캠프 보도자료를 배포한 때는 오후 3시37분이다. 기사가 나온 후 37분만에 홍보성 보도자료가 뿌려진 것이다. 효성그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평소 효성의 홍보성 보도자료는 오전 9시~10시에 배포된다”면서 “기사를 밀어내려고 뜬금없이 보도자료를 오후에 배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분식회계 사건’이 보도된 직후 홍보성 기사가 쏟아져 ‘밀어내기’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현대엔지니어링 관련 홍보성 기사가 네이버에 33건 쏟아졌다. 현대엔지니어링 관련 상가 분양기사만 21건이 나왔다. ‘시멘트풀 양생 시간 획기적으로 단축’이나 ‘사무실 정리정돈으로 업무효율 쑥쑥’, ‘케냐 아동 식수지원 후원’ 등 다양한 기사가 쏟아졌다.

   
▲ 지난달 29일 네이버 효성 관련 기사 '최신순' 정렬. 뉴스토마토의 효성 비판 기사가 오후3:00에 송고된 직후부터 효성 창원공장 하계 캠프 기사 22건이 쏟아져 밀어내기 의혹이 제기됐으나 효성측은 밀어내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2월에는 무가지 메트로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병역비리논란을 보도하자 현대차가 기사 밀어내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메트로는 기사에 서 “현대차 홍보팀 상무가 기사를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메트로신문은 거절했다”면서 “(이후) ‘정의선 병역’ 관련 기사를 올릴 때마다 정 부회장을 극찬하는 기사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올라와 차곡차곡 쌓였다”고 주장했다.

이들 기업은 ‘밀어내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효성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하계캠프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쓴 것이고, 보도자료를 쓰는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홍보팀 관계자 역시 “일상적인 보도자료 배포일 뿐 밀어내기 목적으로 낸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연스럽지 않은 점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케냐 아동 식수지원 후원’은 이미 7월21일에 기사로 나온 내용이다. 관련 행사 역시 21일에 있었다. 행사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다시 기사화가 된 것이다. 효성의 하계캠프 역시 27일 시작됐고, 보도자료에 첨부된 사진 역시 27일에 찍은 것인데 해당 보도자료가 나온 시점은 이틀이나 지난 29일이다. 

   
현대엔지니어링 분식회계 기사도 홍보성 기사에 묻혀 찾아보기 어렵다. 네이버에서 '현대엔지니어링'으로 검색한 결과.
 

기업의 비판 기사 밀어내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암암리에 퍼져 있다. 한 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포털에 특정 브랜드를 검색했는데 비판적인 기사가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면서 “기사가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게 최선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홍보팀이나 마케팅 업체를 통해 밀어내기를 한다”고 말했다. 

   
▲ KT가 정보격차 해소 등 사회공헌 목적으로 만든 IT서포터즈에 당시 이석채 회장 트위터 밀어내기 등의 활동을 시켜 2013년 논란이 된 바 있다.
 

‘밀어내기’는 기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의 목적은 ‘기사 밀어내기’ 자체가 아니라 포털 화면에서 자사에 불리한 정보를 없애는 것이다. 오히려 기사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다른 기사로 교체되기 때문에 밀어내기에 수월한 편이다. 더욱 공을 들이는 쪽은 실시간검색어를 비롯해 블로그와 동영상 등 비판적인 콘텐츠 밀어내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홍보대행사가 미국의 IT전문 블로그인 테크크런치에 홍보성 동영상을 올려주는 대가로 금전을 지급하겠다며 바이럴 마케팅을 의뢰한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바이럴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총수가 징역형을 살고 있는 대기업, 도덕성 논란이 제기된 대기업 등에서 마케팅 의뢰를 한 적 있다”면서 “(기업이) 악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사를 묻어버리는 일도 하지만 동영상을 비롯한 게시물,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기업은 자사가 논란이 됐던 사건을 담은 콘텐츠가 여전히 포털 상단에 게시돼 밀어내기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밀어내기 방법에 관해 이 관계자는 “블로그의 경우 인기블로그가 최상단에 노출되는 점을 이용해 게시물을 의뢰하거나, 블로그를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조회수가 중요한 동영상은 IP를 수시로 바꾸는 방법으로 조회수를 조작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사 밀어내기’는 진위를 파악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 역시 모호한 점이 있다. ‘어뷰징’과 달리 포털 약관에 위배되지 않을뿐더러 기사 내용이 거짓이 아닌 이상 기사화를 문제 삼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포털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기사 밀어내기를 하는 것을 두고 기업책임론으로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을 ‘조작’하고 ‘통제’한다는 차원에서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재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바이럴마케팅과 기사 밀어내기는 포털과 기업, 언론이 통제하고 검열한 왜곡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게 문제”라며 “각 사안마다 문제를 따로 진단할 게 아니라 포털이 초창기와 달리 공론장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포털이 추진 중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와 다음카카오가 도입한 오피셜 댓글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 등록제 강화’ 등을 하나의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장은 포털이 검색기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네이버가 ‘클러스터링’을 도입한 이후 언론이 ‘엎어치기’ 등 신종 어뷰징기법을 만든 것처럼 기업 역시 홍보성 보도자료가 클러스터링 기사로 묶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도자료 종류를 늘려 대응하고 있다. 황용석 교수는 “여론을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고 이는 포털 입장에서도 ‘검색의 질’을 떨어뜨려 서비스 퀄리티도 저하된다”면서 “기업과 언론이 자제해야 하지만 그게 안 된다면 포털차원에서 기업의 일방적인 홍보성 기사를 거르는 ‘소셜 필터링’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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