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와 관련한 조정위원회 조정안에 대해 끝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정안은 기부와 독립 법인 설립,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됐는데 삼성전자는 이 중 독립 법인 설립에는 반대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전자가 조정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해왔다. 

삼성전자는 3일 오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신속한 해결을 위해 1000억원을 사내에 기금으로 조성, 보상금 지급과 예방활동, 연구활동 등에 쓰이도록 하겠다”면서 “조정위원회가 권고한 사단법인 설립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정안이 제시한 1000억 기부는 하되 독립 법인 설립은 할 수 없다고 밝힌 것. 

삼성전자가 반대한 독립 법인은 보상과 대책 사업 두 가지를 목적으로 한다. 조장안을 토대로 구체적인 보상 기준을 정하며, 삼성전자를 감시하는 옴부즈만 3인을 선정한다는 것. 이들은 매년 삼성전자의 재해관리 시스템 등에 대해 확인·점검하게 되며 삼성전자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제출받아서 검토·평가할 수 있으며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 지난 23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김지형 조정위원장이 권고안을 발표했다. 사진=노컷뉴스
 

삼성전자는 법인 설립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법인을 설립하고 보상을 실시하려면 또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기금을 조성하면 신속하게 보상을 집행할 수 있다. 상설기구와 상근인력 운영 등 보상 이외의 목적에 재원의 30%를 쓰는 것보다는 고통을 겪은 분들께 가급적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애초 법인이 수행할 보상과 대책에 대해 별도의 보상위원회를 꾸리고 종합진단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대부분의 보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보상금 산정 기준은 조정안이 정한 바에 따르되 기준에 따라 실행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세부 사항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과 관련해서는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종합진단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종합진단팀은 고용노동부가 위촉한 반도체 보건관리 모니터링위원회 위원 중에서 4~5명을 추천받고, 여기에 국내외 전문가 2~3명, 근로자 대표 1~2명을 더해 구성된다. 또 모든 화학제품에 대해 유해물질 포함여부를 조사하며, 지역과의 소통 역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섭의 한 주체인 반올림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알아서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것이다. 반올림은 “삼성전자는 조정위가 제안한 ‘사회적 해결’을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며 “이는 조정위가 공식 출범한 지난해 12월 전까지 삼성전자가 반올림과의 교섭에서 고수하였던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올림은 “삼성은 그 이유로 ‘신속한 보상’을 내세웠는데, 이는 기만”이라고 꼬집었다. 조정위가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삼성전자는 이를 무시한 채 법인이 신속한 보상을 가로막는다고 규정했으며, 삼성전자가 제시한 보상대상 범위 역시 조정안의 범위 보다 축소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올림은 “피해자들 상당수가 오히려 보상 대상에서 배제되고 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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