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검찰수사 임박, 지상파가 놓은 덫에 걸렸나?
손석희 검찰수사 임박, 지상파가 놓은 덫에 걸렸나?
출구조사 무단도용 사건의 3가지 쟁점… "득표율 격차 40초 이상 뜸들인 정황" vs "우연일 뿐"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히는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지상파3사의 공동출구조사를 무단 도용한 혐의로 6월16일 9시간 넘게 경찰조사를 받았고, 7월29일에는 기소의견으로 관련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지상파 3사는 이 사실을 29일자 메인뉴스에서 일제히 보도했다. 

KBS는 “JTBC가 방송 수개월 전 선거방송팀을 꾸리면서 지상파3사의 예측조사 결과 사전 입수를 전제로 예산까지 배정했고, 방송과정에 손석희 사장의 구체적인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달 경찰 조사에서 손 사장은 처음엔 관여한 일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관련자 진술과 증거가 제시되자 말을 바꿨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JTBC는 입수한 결과를 5시 43분부터 3분 동안 자체 선거방송시스템에 입력했다. 지상파 3사가 24억 원을 들여 6개월 넘게 준비한 결과를 JTBC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입수해 무단 사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손석희 사장은 출구조사 결과 입수를 바탕으로 한 방송 계획을 보고 받고 ‘지상파3사라는 출처를 표기하고 3사보다 늦게 방송하라’고 지시한 혐의”라고 보도했다. 

MBC는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손석희 사장이 결재라인을 통해 사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고 업무를 지시한 것을 시인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찰은 시간차가 불과 3초였으며 판례로 볼 때 확보한 자료를 미리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위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손석희 사장이 ‘뒤에서 범법행위를 지시하고 경찰조사에선 말 바꾸기까지 한 피의자’가 된 순간이다.  

JTBC가 공교롭게도 지상파 3사보다 출구조사 결과를 먼저 공개한 것은 사실이고 무단도용이라고 비난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상파 3사가 JTBC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행위는 상식적이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가 정치권과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 사전 공유되는 게 관행이고 방송 뿐만 아니라 주요 신문 인터넷 판에서 공유된 자료에 기초에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가 지상파 발표 시점에 맞춰 공개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JTBC를 겨냥한 지상파 3사의 과민한 대응은 분명히 이례적이다.

손석희 사장을 상대로 한 검찰의 기소가 예측되는 일련의 상황에는 석연찮은 지점이 있다. 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짚어본다.

   
▲ KBS '뉴스9' 7월29일자 보도화면.
 
   
▲ SBS '8뉴스' 7월29일자 보도화면.
 
   
▲ MBC '뉴스데스크' 7월29일자 보도화면.
 

쟁점1 : 인용보도와 무단도용의 기준은 무엇인가 

지상파 3사는 지금껏 공동출구조사 인용보도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제기하지 않았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범한 한국방송협회 산하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orea Election Pool, KEP)는 타사의 인용보도를 용인해오다 지난해 JTBC의 인용보도에 대해 무단도용이라 주장했다. 민영동 한국방송협회 대회협력부장은 “지금까지 타 방송사에서 베껴도 5분 정도는 용인해줬다. 하지만 JTBC의 경우 KBS와 SBS보다 먼저 (서울시장 후보 예상득표율을) 보도했다”며 “처음 있는 일이었고 이 건을 그냥 놔두면 반복될 우려가 있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영동 부장은 “TV조선‧MBN‧채널A는 지상파3사에서 출구조사결과를 모두 보도한 다음 인용 보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으며, 이들 3사의 정확한 방송시간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타사 종편의 정확한 인용보도 시간대를 알고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영상을 문의했으나 영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경찰조사 결과로 JTBC가 오후 5시43분 출구조사 결과를 내부 시스템에 입력한 사실이 발견되기 전까지 지상파3사의 ‘무단도용’ 주장의 근거는 ‘예상보다 너무 빨리 인용 보도했다’는 것이었다.

지금껏 무단도용과 인용보도를 가르는 기준은 마땅치 않았다. 타사 종편도 JTBC와 마찬가지로 오후 6시 이전에 관련 정보를 입수해 입력해놓았다가 JTBC보다 시간차를 두고 방송을 내보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JTBC와 타사 종편의 차이는 몇 분의 시간 차인데, 몇 분의 시간차가 무단도용과 인용보도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타사 종편은 경찰수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사전 입수 혐의는 확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지상파3사 출구조사를 1분 내외로 인용보도 한 인터넷매체 역시 미리 입력해놓았다 보도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KBS의 한 기자는 “선거 때마다 기자들끼리 출구조사 결과를 미리 돌려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JTBC 입장에서 억울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여기 있다. 

이 때문에 방송협회와 KEP는 추후 총선과 대선 출구조사에서 빚어질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상파3사 출구조사 인용에 대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민영동 대회협력부장은 “KEP가 벤치마킹한 미국의 NEP(National Election Pool)에선 우리처럼 5분 후에 인용보도하지 않는다. 출구조사 정보를 타사에 팔거나 조사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식으로 운영 한다”고 밝혔다. NEP는 ABC, CBS, NBC, CNN, FOX, AP통신 등 미국 6대 메이저 언론사로 구성된 출구조사 연합체다. 방송협회가 출구조사 인용보도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종편4사를 KEP에 포함시켜 함께 조사하거나 제값을 내게 하는 식의 후속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1년이나 지난 지금, 지상파 3사의 관심은 JTBC와 손석희 사장의 처벌 수위에만 있는 것 같다.

   
▲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6시0분47초 경 지상파3사와 JTBC보도화면. ⓒ방송협회
 

쟁점2 : 지상파3사 모두 박원순 득표율을 뜸 들인 건 우연일까  

JTBC의 무단도용 논란을 두고 일각에선 지상파3사가 타사 종편을 겨냥해 지방선거 당일 ‘트랩’을 놓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지상파 3사 공동출구조사는 2010년 6·2 지방선거,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선, 2012년 4·11 총선, 2012년 12·19 대선에 이어 2014년 6‧4 지방선거가 다섯 번째였다. 2011년 12월 출범한 종편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결과를 인용 보도했다. 이명박정부의 각종 특혜 속에 2012년 총‧대선을 거치며 성장한 종편을 바라보는 지상파 3사 입장에선 2014년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까지 그냥 내줘선 안 된다고 인식했을 수 있다. 
  
그리고 6‧4 지방선거 당일, 지상파3사는 선거의 최대관심사였던 서울시장 득표율 등 출구조사 결과공개에 뜸을 들였다. JTBC는 6시0분47초에 서울시장 1‧2위와 예상 득표율을 내보냈는데, 같은 시간 KBS는 1위 후보자 이름과 경합지역 1‧2위 이름을, SBS는 접전지역에 대한 1‧2위 후보자 이름과 예상 득표율을 내보냈다. MBC는 6시0분45초에서야 서울시장 1‧2위와 예상 득표율을 내보냈다. 즉 45초가 지날 때까지 시청자는 지상파3사 어디에서도 박원순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격차를 알 수 없었다. 방송협회는 “이 시점에 방송3사는 각 지역 1위와 일부 지역 2위만 발표하고 2위의 득표율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JTBC의 일부 기자들은 수억 원을 들인 출구조사결과를 놓고 주요 후보의 득표율 공개에 40초 이상 뜸을 들인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JTBC의 한 기자는 이와 관련 “지상파 3사가 종편을 겨냥해 트랩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SBS의 한 기자는 “득표율까지 처음부터 공개하면 전국 주요 시도별 1‧2위를 모두 알리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6시 직후 광역단체별 1위를 공개한 뒤 이어 좀 더 자세히 예상득표율을 내보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득표율이 조금 늦게 나온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건 출구조사 발표 매커니즘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지상파 3사 모두 40초를 넘길 때까지 서울시장 1‧2위 후보 간 득표율 격차를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은 우연인 셈이다. 만약 한 군데라도 6시0분10초대로 보도했다면 JTBC와 30초 이상의 격차가 생기기 때문에 JTBC를 고소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우연치고는 절묘한 우연이지만 인용보도의 특성상 전체 결과를 인용하기 보다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지상파가 보도하기 전에 일부 내용이 앞서 나간 결과가 됐다고 보는 게 맞다.

 

   
▲ 지상파3사는 2010년부터 공동출구조사를 시작했다.
 

쟁점3. 왜 형사고소인가 

JTBC는 KBS와 SBS보다 먼저 특정지역의 예측결과를 발표했다. KBS와 SBS입장에선 충분히 손해배상을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 3사는 형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언론사와 언론인을 상대로 제기하는 형사소송의 의도와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곳이 언론사다. 형사소송은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언론인에게 위축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언론사라면 형사고소가 갖는 무게감을 모를 리 없다. 죄가 없어도 움츠러드는 곳이 경찰서다. 

JTBC가 ‘상도’를 어겼다는 비판만큼, 지상파 3사도 ‘상도’를 어겼다고 비판할 수 있는 대목이 여기 있다. 지상파3사와 달리 7월29일자 메인뉴스에서 손석희 사장의 기소의견 검찰송치 리포트를 내보내지 않은 TV조선의 한 기자는 “우리는 지상파 3사처럼 경쟁사를 저격하는 식의 싸구려 방송은 안 한다. 경쟁사 관련 뉴스를 보도할 땐 품위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는 민사소송으로 배상책임을 묻고 추후 무단도용 논란을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형사소송을 택했다.

방송협회는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중 1‧2위 후보의 득표율 정보 전체가 3사 방송에 표출되지 않았거나 JTBC 방송 직전에 표출됐다는 점에서 인용보도라는 JTBC의 해명이 무색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민‧형사 소송에 나섰고, 경찰은 이 사건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를 적용해 손석희 사장 등 JTBC 관계자 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부여당에 눈엣가시 같은 손석희 사장은 올 하반기 검찰조사를 거쳐 2016년 총선 전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JTBC
 

이번 사건에서 수사대상에 방송사 사장을 포함시킨 점이야말로 이 사건의 가장 이례적인 지점이다. 2013년 매출액 3조 200억 원, 당기순이익 696억 원 가량을 기록한 지상파3사가 24억 원을 들인 출구조사 도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타 방송사 사장을 고소했다. JTBC의 한 기자는 “만약 중앙일보였다면 법조기자와 사건기자를 총동원해 지상파 3사와 전쟁을 선포했겠지만 손석희 사장의 방식은 (대응 없이) 순리대로 가자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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