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기획사들이 적극적으로 개그맨들을 영입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여러 분석이 많다. 갈수록 개그맨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개그맨들이 수익다변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특히 방송 매체는 물론 디지털 매체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증가했다는 것이다. 즉 그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들은 개그만이 아니라 노래와 연기, 예능출연, 진행자 등 멀티플레이어 역할의 증대했다. 이 때문에 연예기획사의 중요한 영입대상으로 떠오른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그들에게 멀티플레어어가 요구되는 한에서 종합예능인으로서 입지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이 중요하게 고려되기 시작한 것은 중국이다.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등장과 확대 때문에 개그맨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우리 결혼 했어요’, ‘아빠! 어디가’는 물론 최근 ‘런닝맨’이 중국에서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의 인기만이 아니라 한국 방송포맷에 대한 선호를 크게 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중국에서 한국방송포맷이 큰 인기를 끌었을까. 특히 예능프로에서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왜 예능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일까. 한국 예능프로그램이 선진적이기 때문일까. 그런 면 보다는 중국의 내부사정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중국 방송사들에게 결핍되었던 것은 예능, 즉 엔터테인먼트 요소였다.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면서 내수진작책은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유연성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강조도 이에 결합되었다. 따라서 방송프로그램 가운데 그동안 소홀했던 예능프로그램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낳았다. 그런데 중국에서 손쉽게 선택한 것은 다른 나라의 노하우를 사들이는 것이었다.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광고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시청률 경쟁은 중국에서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재빠른 성과를 내야 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중국의 남부지방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물론 그 대표적인 대상은 한국 예능이었다. 포맷을 사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스테프들의 노하우도 그대로 모방 이식했다. 최근에 ‘무한 도전’을 무단으로 표절한 것은 중국 예능의 도덕적 해이뿐만 아니라 코너에 몰린 듯한 불안 심리도 읽을 수 있다.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FNC에 유재석이나 노홍철이 영입된 것은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FNC는 3대 연예기획사의 아성을 최근 위협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중국 마케팅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능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다른 연예기획사보다 훨씬 중국진출에서 적극적이며 상당한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업이었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JYP나 YG보다는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SM도 중화권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강하지만, 예능이 집중하지는 않는다. 수익의 비중도 케이 팝에 더 전력하고 있는 구조다. 유재석의 FNC선택은 앞으로 잠재된 미래를 내다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의 현재 최고가 아니라 좀 더 앞의 미래의 기업을 선택한 것이다.

   
▲ 유재석과 노홍철. ⓒ연합뉴스, MBC
 

그런데 최근에 중국에서 보인 조치는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걸 수도 있기 때문에 면밀한 성찰이 필요하게 되었다. 지난 7월 23일 방송 등을 총괄하는 중국 광전총국(国家广播电影电视总局)은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조치를 발표했다. 즉, 신변잡기의 가볍거나 수다만 요란하게 떠는 지엽적인 내용을 과도하게 담거나 저속하고 사치소비를 조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지시했다. 또한 단순히 모방하는 예능방송 포맷에 대해서도 통제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광전총국은 사회주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지시는 사실상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겨낭한 것과 다름이 아니다. 이는 이미 예상된 조치이기도 했다.  

어쨌든 중국에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단계보다 한국에서 잘된 작품을 수출하는 형태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합작보다는 한국에서 성과를 보인 프로그램 포맷을 적용하는 것이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적인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는 사회주의적인 요소와 부합할 수 있는 점도 있다. 예컨대, 공익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예능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익적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일반 예능프로그램과 어떻게 차별화되는 결과를 보일 수 있을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중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명분은 충족할 수는 있어 보인다. 한편으로 솔루션 프로그램도 가능할 수 있다. 현실에 바탕을 둔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대안을 찾는 내용을 중요시하겠다고 광전총국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은 솔루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솔루션 프로그램이란 개인적이나 사회적인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회공헌적인 성격을 지닌다. 예컨대 가족안의 자녀교육이나 부부 문제를 다룰 수도 있고, 소수자, 불우한 이웃, 사회의 모순을 풀어보는 포맷도 가능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예능 프로램의 공공성을 더 강화하는 노력이 수용될 여지가 많다. 요컨대, 공공방송 포맷의 개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공공성의 예능은 흥미와 유희만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벗어나 공동체는 물론 사회적 기여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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