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가 인권위 건물 광고판에서 고공농성 중인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긴급구제를 받아들이지 않아 농성자들이 일주일째 굶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전부터는 여분의 물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고공농성장 아래에 있는 상황실장은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며 “예전처럼 노조가 식사를 반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31일 오후, 51일째 고공농성 진행 중인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한규협씨(41)씨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어지럼증이 심해서 거동의 거의 못하고 있고 그냥 누워있다”라며 “일주일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3일 전부터는 물도 마시지 못했다”라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농성장 아래를 지키는 최종원 상황실장도 “고공농성장에 여분의 물까지 완전히 없어진 게 3일째다. 지금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성자들이 식사를 제공받지 못한 건 지난 25일부터다. 인권위 옥상 위 광고판을 관리하는 업체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인용하며 “직계가족 혹은 친척 이외에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으로 갈 수 없다”라고 노조에 통보했다. 가족임을 증명하는 서류와 신분증 또한 요구했다. 기존에는 노조 조합원이나 연대자들이 국가인권위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다음 밧줄로 고공농성장에 물과 음식을 올려보냈다. 

 

   
▲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국가인권위 전광판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민중의소리
 

노조는 지난 28일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당시 노조는 “육아와 생계를 책임져야할 가족만 하루 세끼 식사를 전달할 수 있게 한다는 결정은 사실상 고공농성자들을 굶겨 농성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반인권 보복”이라며 “인권위는 노동자들의 긴급구제신청을 받아들여 고공에 올라 있는 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식사와 식수와 생필품을 전달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 조사관은 3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긴급구제를 기각한 것이 아니라 긴급구제 조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식사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식사를 전달하는 사람에 대한 제한이기 때문에 전달해주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이나 친척이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막지 않는다”라고 판단의 근거를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상황실장은 “두 농성자의 아이들이 5살, 7살, 12살이다. 직계가족이 식사를 올리려면 육아와 생계를 포기하고 농성장 아래에 종일 있어야 한다. 친척도 마찬가지”라며 “불가능한 걸 주장하는 것은 식사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인권위는 이것이 가능한 선택지라고 보는 것인지 묻고싶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 방치하면 정말 큰 사고가 난다”며 “오늘(31일) 저녁 어떻게든 식사를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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