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엔 4계절 내내 푸르른 상록침엽수와 가을엔 천연색색의 단풍을, 겨울엔 설산 특유의 운치를 만들어내는 하록활엽수들이 빽빽한 원시림을 이루고, 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운 희귀동식물들이 어우러져 있다. 고려의 문신 안축은 ‘금강산은 수려하기는 하되 웅장한 맛이 없고, 지리산은 웅장하기는 하되 수려하지 못한데, 설악산은 수려하면서도 웅장하다’ 했는데, 지금도 설악산은 명산 중의 명산으로 꼽힌다.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설악산 중에서도 내설악은 깊은 계곡의 기암괴석들과 옥계수(玉溪水)가 비경을 이루는 곳이다. 

설악산과의 악연인가. 박정희는 유신 선포를 얼마 안 남긴 1971년에 사위인 한병기(82) 씨에게 외설악의 정상인 ‘권금성’으로 왕복하는 삭도(케이블카)를 내주고 독점 운영하게 한다. 한병기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부인 고 김호남씨와 사이에서 낳은 박재옥씨의 남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육군 사단장 시절 전속부관을 지냈던 사이다.

설악산이 이미 1965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70년엔 국립공원이 됐기 때문에 이같은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된 것은 명백한 특혜였다. 권금성은 원래 바위 위에 표토가 쌓이고 그 위에 나무가 자라던 곳이었지만 케이블카로 인해 등산객의 발길이 집중되면서 지금은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고 쇠말뚝만 박혀있는 바위산이 되었다. 
 
현재 설악산 내의 유일한 케이블카인 권금성 케이블카는 45년이나 독점 운영돼 왔고 매년 수십억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지금도 이 케이블카 회사는 한병기 씨의 두 아들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인 한태현, 한태준 씨가 주식의 88% 가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10%가량의 주식도 설악케이블카의 자기주식 형태인, 말그대로 가족회사이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설치 전. 사진제공=박그림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설치 후. 사진제공=박그림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과 10월 내설악에도 케이블카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 2012년과 2013년 두차례나 부결된 바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끝내 대청봉 1.4km지점까지 내설악을 뚫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조카들이 설악산에 유일한 외설악 케이블카를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내설악에도 케이블카를 만들라고 지시한 셈이지만 메이저 언론들은 이런 사실엔 눈을 감고 있다. 환경재앙과 천문학적인 세금낭비를 불러온 4대강 개발의 데자뷰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실상을 정직하게 알려온 건 작은 언론들이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3월 1일자 보도에서 “설악산 케이블카의 2011~2013년 평균 영업이익은 46억8000만원”으로 “국내에서 운영 중인 20개 관광용 케이블카 중 가장 많은 액수”라며 이 회사의 요금 기습 인상을 질타했다. 또 “설악산 케이블카는 유신 독재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가에 의해 설립돼 장기간 독점 운영돼 오면서 야당에 의해 ‘사업권 환수’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환경TV뉴스는 지난 6월 19일 보도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케이블카 이용객으로 인해 훼손된 ‘권금성’의 식생을 복원할 계획이라며, ‘설악케이블카’가 “혜택은 다 누리면서 복원 예산 지원 등 식생 복원을 위한 역할에선 쏙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TV뉴스는 “케이블카 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려 온 민간 업체인 ‘설악케이블카’는 식생 복원 예산을 댈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공단 관계자의 말을 빌어 “설악케이블카에서 지금까지 국립공원 보호 등을 위해 예산을 지원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보도했다.

설악산케이블카의 특혜 및 독점 논란은 역사가 길다. 이미 1998년 이부영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설악산케이블카와 관련해 “30년 가까이 독점적 특혜를 누려온 만큼 어떤 식으로든 공원관리와 보존에 일정한 부담을 지우는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2011년에도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이 “설악산 국립공원의 관리에만 연간 83억원 이상이 소요되며 이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 일가가 소유한 (주)설악산케이블카는 국민의 혈세로 보존관리되고 있는 설악산국립공원을 위해 지난 40년간 한 푼도 쓴적이 없다”면서 “유신독재를 통해 설립된 설악산 케이블카는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오랜시간 동안 막대한 부를 축적한 만큼 케이블카 사업권 회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조카들이 운영하는 이 회사는 케이블카를 통해 2011년 이후 한해 50억에서 70억 사이의 매출을 거뒀으며 당기순이익도 매해 30억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설립 당시에도 설악산 내 케이블카 건설이란 특혜를 받은 이 회사는, 지금까지도 환경 파괴에 따른 비용 부담 조차 없이 독점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대를 이은 특혜’이자 설악산의 수난사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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