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또 고공 광고판에 올랐다.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회사의 약속에 따라 1차 고공농성을 중단했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회사는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노동자들은 지난 달 8일부터 파업을 이어가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광판에 올랐다. 

이준서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울산지부장과 신기맹 울산지부 CJ대한통운택배분회 부분회장이 지난 30일 오전 3시께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건너편 광고탑에 올랐다. 화물연대 울산지부 노동자들은 앞서 지난 13일에도 서울 여의도 서울교 앞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가 이틀 만에 땅을 밟았다. 회사가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파업참가자 복귀 등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그러나 여론의 주목이 사라지자 CJ대한통운은 파업참가자들에게 노예계약에 다름없는 서약서를 요구하는 등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또 다시 광고탑에 오른 배경을 설명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회사측은 “노조 분회장을 포함해 핵심간부 2명은 원래의 업무로 복귀시킬 수 없다”는 입장 또한 밝혔다. 노동조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회사가 제시한 서약서의 내용은 “6월 8일부터 시작된 불법행위 등의 과오를 반성하니 선처해주시기 바랍니다. 민·형사상 책임문제는 귀사의 처분에 따르겠습니다. 향후 계약이행 과정에서 불법 배송중단 등 어떤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며, 귀사의 지시와 지침을 따르겠습니다. 귀사에 방해되는 행위는 절대하지 않을 것이며, 귀 지점에서 폭언, 폭행을 하지 않고 귀사의 방침을 따르겠습니다” 등이다. 

 

   
▲ 공공운수 화물연대 이준서 지부장과 신기맹 CJ대한통운 택배분회 부분회장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30m 높이의 LG화학 광고탑에 올라 사측의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와 조건 없는 원직 복귀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금전 페널티’다. 이는 택배 물품이 운송 도중 분실되거나 파손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택배노동자가 물건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제도다. 사측은 택배노동자가 가져가는 수수료에서 물건 가격만큼을 차감한다.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노동자들이 받는 수수료는 택배 한 건당 800원 수준이다. 지난 2013년 CJ GLS와 대한통운이 합병한 이후 3년째 그대로다.

백상식 CJ대한통운택배분회 분회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페널티를 아예 안 받는 사람도 있지만 많이 받는 사람은 몇 십만 원까지도 물어야한다”며 “문제는 페널티에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운빨”이라고 말했다. 백 분회장에 따르면 물건 파손이나 분실 등은 그나마 합리적인 기준이다. 하지만 반품 시기를 놓친 물건까지 수수료에서 차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금전 페널티 문제는 2013년 합병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전 페널티가 논란이 되자 CJ대한통운은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는 “회사가 부활시킨 것이 아니라 거래하는 홈쇼핑의 방침”이라는 입장이지만 백 분회장은 “회사가 애초에 계약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금전 페널티 부활 조짐이 보이자 노조는 회사에 ‘2013년 확약서 이행’ 등을 요구하며 교섭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몇 개월간 진행된 대화와 교섭에서 회사는 말로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말이 아니라 문서로 답해 줄 것을 요구하자 회사는 묵살했다”고 전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배경이다. 

하지만 파업에 따른 대가는 혹독했다. 현재 CJ대한통운이 노조의 파업에 건 손배가압류는 30억 가량이다. 오유경 울산지부 사무부장은 3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회사는 파업 노동자 중 일부는 파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조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다. 현재 노조는 CJ대한통운 측에 △손배 가압류 철회 △고소고발 취하 △전원 원직 복직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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