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가운데 국가정보원 민간인 불법감청논란 보도를 주도하고 있는 JTBC가 2014년 지상파 지방선거 출구조사 무단도용논란으로 손석희 보도담당사장이 검찰에 기소될 위기에 처하며 보도국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경찰이 29일 기소 의견으로 관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며 검찰 또한 손 사장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14년 KBS‧MBC‧SBS 지상파3사 지방선거 공동출구조사 결과를 미리 입수해 사용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손석희 사장 등 JTBC 관계자 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선거 당일이었던 6월4일 오후 5시43분 경 24억원을 들인 지상파3사 예측조사결과를 JTBC 선거방송시스템에 입력하며 범죄가 발생했다는 것.  

경찰발표에 따르면 타 언론사 김 아무개 기자가 6월4일 오후 5시31분 동료 기자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예측조사 결과를 넘겼고, 이 기자가 5시 32분 ‘마이피플’에 이 내용을 공지했는데 마이피플에 있던 JTBC 이 아무개 기자가 이를 회사에 보고하며 JTBC가 5시43분 선거방송 시스템에 입력해 KBS와 SBS보다 먼저 서울시장 1‧2위 예상후보와 예상득표율을 내보냈다는 설명이다. 

   
▲ 7월29일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의 기소의견 검찰 송치를 보도한 KBS와 MBC화면 갈무리.
 

경찰은 손 사장이 선거방송 담당자로부터 KBS·MBC·SBS 출구조사 결과를 사전에 입수할 것을 전제로 방송준비를 한다는 보고를 받고 해당 자료의 사용과 관련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29일 “JTBC 임직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손 사장은 출구조사 보도와 관계없다. 보도본부장 선에서 정리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손 사장의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JTBC는 6월 4일 지방선거 투표 종료 직후 4개 광역단체장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를 발표한 뒤 6시0분47초부터 지상파 출구조사에 근거한 서울시장 득표 1‧2위와 예상득표율을 내보냈다. 같은 시간 KBS는 1위 후보자 이름과 경합지역 1‧2위 이름을, SBS는 접전지역에 대한 1‧2위 후보자와 예상 득표율을 내보냈다. MBC는 6시0분45초부터 서울시장 1‧2위와 예상득표율을 내보냈다. 

지상파3사의 법적 대응에 따라 손석희 JTBC사장은 지난 6월16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해 9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손 사장은 조사를 마친 뒤 ‘무단도용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기소방침에 김상우 JTBC보도국 부국장은 “지상파 출구조사임을 분명히 밝혀 인용 보도했다”며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일체 불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 JTBC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왼쪽)과 한윤지 기자. ⓒJTBC
 

김상우 부국장은 경찰의 기소 방침과 관련 “JTBC가 지상파 출구조사를 인용보도하기 시작한 것은 6시0분49초다. 지상파는 6시 정각에 개표방송을 시작했다. 17개 시 도 1‧2위 예상후보의 예상득표율 34개 가운데 29개를 지상파가 이미 방송한 시점이었다. 이후에도 지상파가 방송하지 않은 내용을 JTBC가 먼저 방송한 것이 단 하나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JTBC보도국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JTBC의 한 기자는 “JTBC내부에서도 오늘 아침까지 (기소방침을) 전혀 몰랐다. 보도국 분위기가 침울하다”고 전하며 “상대가 지상파3사다. 3사 시경캡이 경찰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경찰이 지상파3사의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기자는 “손석희 사장은 내부 기자들에게 (경찰조사 과정에서) 아무 작업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한 뒤 “JTBC는 지금 손석희 사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무단도용에 대한 법적 판단과 별개로 지상파3사와 JTBC와의 대결 프레임으로 비춰지고 있다. JTBC뉴스는 손 사장 이후 신뢰도와 영향력이 급상승했으며, 시민사회가 지상파3사 보도의 불공정성과 편향성을 비판함에 있어 비교 기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3사 보도국 간부 입장에선 JTBC의 성장이 달가울 리 없다. JTBC내부는 검찰의 판단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손석희 경찰 소환’은 KBS·MBC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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