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해킹프로그램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난 지 3주가 지났으나 민간인 사찰 의혹 등 밝혀진 것은 많지 않다. “믿어 달라”는 해명만 반복하는 국정원과 ‘국정원의 입’ 노릇을 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탓이 크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도마 위에 오를 때마다 국정원의 입노릇을 했다. 미디어오늘이 국정원 대변인 노릇을 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말말말’을 정리해봤다.

“로그파일 공개하면 목숨 잃을 사람 생겨”

정부여당은 해킹 의혹이 제기된 초기부터 국정원의 해킹이 업무의 일환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6일 국회 예결위에서 해킹의혹에 대해 “안보와 국정원 고유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다음날인 17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한 직후 “국가 안위를 위해서 해킹할 필요가 있으면 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밝혔다. 앞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정보기관은 필요에 따라 원래 해킹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정원을 두둔한 셈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5일 SBS <한수진의 전망대>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민간사찰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원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이 총선 대선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에는 “국정원이 대선‧총선에 개입한다고 얼마나 영향을 주겠나”고 반응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때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였던 반응. ‘댓글이 선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겠나’는 논리와 유사하다.

   
▲ 미디어오늘 권범철 화백 만평.
 

북한과 색깔론도 이어진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무분별한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북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보위 소속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 해킹프로그램으로 2만5천명 금융정보 빼갔을 때는 야당이 조용하다가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도입은 민간인 사찰용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15일 법사위에서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는 마당에 국정원은 사이버 대응업무에 손을 놓고 있다”며 지난해 해산된 통합진보당 이야기까지 꺼냈다.

새누리당 의원 중에 ‘국정원의 입’ 역할을 가장 열심히 하는 인물은 국정원 출신으로 정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다. 국정원의 해명들은 이 의원을 통해 언론에 알려진다. 예컨대 국정원이 타겟으로 삼은 로그파일에서 국내 IP가 발견됐다는 의혹이 일자 이 의원은 “국정원 공격과 무관한 디도스 공격”이라고 해명했다.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이 사망한 임 과장에 대한 감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내부감찰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임 과장이 삭제한 자료에 대해 “100% 복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 의원은 스마트폰 감청 의혹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해 하는 일 가지고 문제 삼을 수 있느냐. 미국이 빈 라덴 잡으러 가며 대통령 허가를 받았냐고 따질 사람 있느냐”고 반문하고, 국정원 직원들이 성명을 내자 “오죽 답답하면 그랬겠나. 안보를 위해 일하는데 흔드니 답답해서 그렇겠지”라고 두둔했다.

이철우 의원은 로그파일을 공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로그파일을 공개하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기고 이름만 대도 다 아는 사람이 들어 있다”고 반박했다. 이름만 대도 다 아는 사람이 들어 있는지 이 의원은 어떻게 알았을까.

   
▲ 이철우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국정원 댓글공작,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 아니냐”

대선 직후부터 정국을 흔들었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도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입’ 역할을 했다. 주로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 특위 위원들이 이 역할을 했다. 특위 위원을 맡은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8월 16일 청문회에서 증인들에게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이라고 하면 억울하지 않나. 선거 때라도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댓글 달 수 있지 않나”라고 물었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7월 24일 국정조사에서 “검찰 논리대로라면 과거 참여정부 국정홍보처가 정부의 정책을 적극 홍보한 것도 정치 관여나 선거 행위냐”고 주장했다. 국정원과 국정홍보처를 동일시한 것이다.

김진태 의원은 같은 해 10월 21일 열린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윤석렬 전 국정원 수사팀장에게 “국정원 직원은 댓글 달면 안 되냐”며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 아니냐”고 질문했다. 당시 기자실에서 워딩을 받아치고 있던 기자들은 김 의원의 말에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관련 기사 : <새누리 의원 “국정원 댓글 달면 안 되냐”에 기자들 웃음 ‘대박’>

김 의원은 앞서 6월 1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 수사팀 주임검사가 운동권 출신인 것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주임검사는 서울 법대 92학번으로 지난 96년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PD계열 인물”이라며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에 운동권 출신, 그러니까 공소장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10월 21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 “4개월 간 트위터에 2억 8700만 개 글 올라오는데, 5만 개의 글이 대선에 영향 줬다고 볼 수 있나. 0.02% 밖에 안 된다”고 질문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이병호 국정원장. ⓒ청와대
 

국정원의 간첩조작, “국정원 흔들면 북한이 좋아한다”

국정원의 증거조작이 만천하에 드러난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때도 새누리당의 몇몇 의원들은 국정원을 옹호하기에 바빴다. 이철우 의원은 2014년 3월 12일 CBS <뉴스쇼> 인터뷰에서 “국정원을 이렇게 흔들어대면 북한이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간첩을 조작한 게 아니고 그 작은 서류 하나가 이렇게 조작됐다”며 사건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같은 날 김진태 의원은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위조가 안됐을 수도 있다” “국정원이 그렇게 개입했다고 보지 않는다” “국정원은 지금 전혀 몰랐다”며 국정원이 정보원 김씨에게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 정보원 김모씨가 억울하다며 자살기도를 한 것에 대해서도 막말을 했다. 김 의원은 3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씨에게서) 과대망상 경향이 엿보인다”며 “이런 김모씨의 말 한마디로 야당은 특검을 목놓아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의 말은 안 믿고 간첩 피고인의 말은 믿고 싶은가보다. 야당이 이젠 간첩사건에서까지 특검을 주장하다간 ‘간첩옹호당’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13년 6월 국정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표기. 사진=노컷뉴스
 

국정원의 NLL 대화록 공개, “어쩔 수 없는 선택”

국정원이 대선개입 사건으로 홍역을 앓던 도중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 대선개입 사건을 묻고 대화록 공개 파문으로 정국을 ‘물타기’하려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 때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을 옹호했다.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6월 25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NLL 영토주권 포기 발언을 공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니냐”며 “불필요한 이념 갈등 등 소모적 논쟁이 더이상 없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인 6월 24일 윤상현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남 원장이 소모적 논란을 피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았느냐라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과 달리 NLL 대화록 공개 이후 이념갈등 및 여야의 정쟁은 더욱 더 격화됐다.

이처럼 국정원이 도마 위에 오를 때마다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을 적극 방어했다.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국정원을 통제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존재를 감춘다. 이번 국정원 해킹 의혹을 두고도 박 대통령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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