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 이사장이 최근 여당 대표단과 비슷한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차기 KBS 이사회 구성을 앞둔 상황에서 이인호 이사장의 방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인호 이사장이 지난 23일부터 한국전쟁 유업재단 초청을 받아 27일까지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한국전쟁 디지털 교과서 배포를 앞둔 한국전쟁 유업재단의 초청을 받아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KBS 이사장으로서의 공식 일정이다. 

비슷한 시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내 방미단과 함께 지난 25일부터 7박10일간의 미국 일정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종전일을 기념하는 미국 관례에 따라 미국을 방문한 김무성 대표는 안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인호 이사장과 김무성 대표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알링턴의 한 호텔에서 한국전쟁 유업재단의 행사에서 만났다. 한국전쟁 유업재단은 이날 국가보훈처와 함께 추진한 한국전쟁 디지털 역사 교과서 시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 KBS '뉴스 광장 2부'가 지난 27일 방송한 뉴스에 이인호 KBS 이사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화면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31일 KBS 이사회 명단 의결을 앞둔 가운데 양측의 만남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 되고 있다. 하지만 이인호 이사장의 연임을 위한 청탁이라는 관측보다는 ‘연임 확실’을 방증하는 사건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차기 이사회 공모에 신청서가 접수된 이인호 이사장은 이미 KBS 안팎에서 연임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BS 관계자 A씨는 “차기 이사회 구성을 앞두고 연임을 노리는 인사들은 자리 청탁을 위해 여기저기 여권 인사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보통”이라며 “이인호 이사장이 여유롭게 해외에서 여당 대표를 만났다는 것은 이미 차기 이사 자리가 보장됐다는 뜻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인호 이사장의 연임을 위한 로비가 아니라 조대현 사장의 연임을 위한 로비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초 한국전쟁 유업재단에서 미국 방문 초청을 받은 조대현 KBS 사장이 이인호 이사장에게 기회를 양보했다는 것이다. 

KBS 이사회 관계자는 “당초 조대현 사장에게 초청이 들어온 것은 맡지만 영어 강의 일정 등이 포함돼 있어 내부에서 방미 당사자가 이인호 이사장으로 교통정리가 된 것”이라며 “이인호 이사장의 해외 대사 경험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조대현 사장이 이인호 사장을 (미국행) 비행기에 태워준 것”이라며 “연임이 확실시 되는 이인호 이사장에게 잘 보여서 자기도 사장 연임을 해보겠다는 로비성 양보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KBS, 이인호 이사장 ‘의전’ 위해 뉴스 이용? 
KBS는 사장 몫이었던 미국행 티켓을 이인호 이사장에게 양보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뉴스 곳곳에 이인호 이사장의 방미 활동을 편집해 넣으면서 ‘의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 KBS '뉴스9'가 지난 27일 방송한 화면에서 리포트와 상관 없는 이인호 KBS 이사장이 화면에 방송되고 있다.
 

 

KBS1은 지난 27일 아침 뉴스인 ‘뉴스광장 2부’에서 <미국 교사들 ‘6·25전쟁 제대로 알리기’ 결실>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내면서 이인호 이사장 화면을 4초가량 내보냈다. 이인호 이사장이 김무성 대표와 한 행사장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과 강의하는 모습을 수강생과 함께 걸쳐 찍은 모습이다. 

같은 날 KBS1 메인 뉴스인 ‘뉴스9’의 편집은 조금 더 노골적이었다. 이날 <미 참전용사 후손들, 디지털 교과서로 ‘6·25 역사’ 알린다> 리포트는 이인호 이사장이 강의하는 모습만 집중적으로 비췄다. 이인호 이사장과 수강생을 한 화면에 비춘 장면에서 이인호 이사장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화면으로 이어지며 약 6초 간 뉴스에 방송됐다. 

‘뉴스광장 2부’는 해당 리포트를 14번째 정도로 중간에 배치했고 ‘뉴스9’는 24번째 꼭지로 스포츠 뉴스 직전에 배치해 보도했다. 

이인호 이사장이 화면에 비치는 동안 특파원은 “이 사업은 6.25 참전 용사 후손이자 역사 교사들이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서 시작됐습니다”, “교과서 초안을 지켜 본 참전 용사와 저명 역사학자들은 교사들에게 격려와 함께 남북관계를 둘러싼 한반도의 현실을 역설했습니다” 등 한국전쟁 유업재단의 디지털 교과서 관련 내용이었다. 이인호 이사장의 직접적인 활동과는 관련이 없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화면에 비친 것은 이인호 이사장 뿐이지만 이는 보도국이 권력에 의해 장악됐다는 방증”이라며 “이인호 이사장이 들어와서 역할 이상의 것들을 하면서 보도국이 알아서 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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