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으로부터 복직 판결을 받은 이상호 MBC 기자에 대한 재징계가 논의되고 있다. MBC는 이 기자에게 28일 오전 인사부로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며, 오후 4시 현재 1차 조사는 끝난 상태다. 이날 오후 MBC는 이 기자에게 2차 조사 차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 기자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이 기자가 해고자 신분으로 활동한 것들을 문제 삼고 있다. 정부의 무능을 비판한 영화 <다이빙벨> 연출, 다큐멘터리 <쿼바디스> 출연 등이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사측은 이 기자에게 “해고 기간 중 트위터 내용도 전부 모니터했으며, 사내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위배로 판단하고 있다”고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자 신분임에도 해직 언론인은 회사의 관찰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에 더해 MBC본부는 이 기자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진도 팽목항에서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작업’ 기사를 보도한 연합뉴스 기자에게 욕설을 섞어 비난한 것까지 포함해 모두 7~8가지의 징계 사유가 추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안광한 MBC 사장(왼쪽)과 이상호 MBC 복직기자. (사진=MBC, 김도연 기자)
 

MBC가 이 기자에게 행하는 일련의 징계 방식은 고스란히 2012년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MBC 언론인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자는 대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나머지 해직 언론인들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웹툰을 그렸다가 해고된 권성민 PD는 이제 1심이다. 

법원이 해직 언론인에게 무효 판결을 내려도 다시 ‘해고 사유는 아니나 징계 사유는 된다’는 논리로 징계의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징계 논의는 나머지 MBC 해직 언론인의 외부 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권 PD와 최승호 PD는 현재 뉴스타파에서 제작·방송 진행 등을 맡고 있고, 이용마 기자는 국민TV 라디오 방송을 진행해왔다.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도 언론노조의 일원으로 언론 운동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측이 해고자의 언론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들이 스스로 검열할 수 있다는 데서 심각한 표현의 자유 위축이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날카롭게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징계가 빚어낼 파장은 단순히 이 기자 개인에만 그치지 않는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기를 앞두고 재징계 논의가 나왔다는 점에서 ‘정권 눈치보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성제 해직기자도 자신의 SNS를 통해 “곧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개편되는데 안광한 사장과 경영진들이 살아남기 위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충성심을 과시하려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방문진 이사 교체기, 주주총회 등을 앞두고 매번 구성원들 입에서 나오는 의혹과 우려다. 

지난달 10일 MBC는 사내 노무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MBC에 노무만을 전담하는 팀이 부활한 것은 20여 년만이라고 한다. 이 기자 징계 논의 과정에서 해직자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사실상 확인됐다. 여전히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인 다수는 보도·제작부서 밖으로 밀려나 있으며 사측과 구성원의 송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