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진작부터 흉흉했다. 기자들이 대자보를 썼고 회사는 떼어버렸다고 했다. 국민TV의 연관 검색어에는 ‘사태’가 붙었다. 기자가 됐다는 기쁨보다는 들려오는 소문들이 주는 혼란이 더 컸다.

그럼에도 첫 출근의 아침은 상상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사건의 당사자들은 서로 불편해 보였지만 그래도 사태는 어느 정도 봉합된 듯 했다. 내 자리가 ‘태풍의 눈’이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안 건 나중이었다.

국민TV 수습기자 생활이 시작됐다. 10시30분에 출근해 7시30분에 퇴근한다. 기대했던 수습기자 하드 트레이닝은 없었다. 틀에 박힌 월급쟁이 같은 한 달을 보내고 방송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진다는 이야기가 나올 즈음 보도국장 대행이 휴가를 갔다.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인식한 건 그 때쯤이었다. 경력 3년차 선배가 대행을 맡았고 보도국의 TF 논의를 이끌게 됐다. 방송을 개편하겠다는 기획이 진행되는 데 책임자가 휴가를 가는 것도, 그렇다고 그 대행을 후배에게 맡긴다는 것도 이상했다.

TF 논의에서 기자들은 '데스크 대행'이 아닌 데스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국장 대행이 종종 자신의 임시적인 지위를 언급했기 때문에 그런 요구가 항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자들이 지난 1월부터 국장 대행들과 이사장한테 계속해서 요청했던 데스크 영입 요구에 대해 묻자 이사회 측에선 단 한 번도 이 안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함께 자리했던 이사는 TF 논의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화를 냈다. 기자 출신 사무국장은 기자들의 데스크 영입 요구에 ‘1인 미디어’도 있지 않냐며, 지상파나 다른 종편들과 비교하지 말라며, 그런 환경을 원하면 이직을 하라고 했다.

방송의 비효율성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그 당시 30분가량 했던 뉴스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민TV 입사 당시 작문 시험을 봤었는데 보도 시간을 엿가락처럼 늘려 뉴스 ‘쇼’를 하는 종편을 비판하는 글을 쓰고 나왔다.) 기자들은 어렵다 했지만 제작 국장 대행은 1시간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직접 리포트를 만들며 알았지만 취재기자 촬영기자가 둘이 힘을 합쳐야 겨우 마감을 지켜 하나의 리포트를 만들 수 있다. 둘이 달라붙어 편집해도 방송시작 7시를 지켜내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 22일 오전 서울 합정동 국민TV 사무실 앞에서 미디어협동조합 노동조합 비대위가 제작거부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철운 기자
 

정확하고 신속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송 뉴스는 그렇게 많은 공을 들여 만든다. 효율을 고려했다면 애초에 방송은 좋은 포맷이 아니다. 뉴스K를 비효율의 논리로 몰아가는 것은 직무에 대한 이해 부족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7월20일 메일로 발송된 TF의 결론은 직제개편. 몇몇 기자, PD, 디자이너들은 생소한 팀에 황당해했다. 맨 처음 문제를 제기해서 ‘주동자’로 낙인찍힌 선배는 사무국으로 발령났고, 그 이유를 묻자 제작국장 대행은 라디오에 출연해 ‘유능한’ 직원이라서 보냈다는 답변을 했다.

이슈 중심으로 다각도로 취재해 뉴스K를 보완하자는 기자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다른 곳은 몰라도 소통과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미디어협동조합이라면 그런 일방적 통보는 없어야 했다. 문제의식들이 쌓여 결국 22일 12명의 선배들은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사측은 원칙을 들어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을 징계하려 한다. 원칙은 중요하지만 유연성을 거부하는 좋은 핑계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내가 속한 노조 역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지금의 사태가 누구 책임일까 생각하면 답이 없다. 하지만 누가 바꿔야 할까 생각하면 결국은 내부 직원들이다. 나는 오늘부터 제작거부에 동참한다. 사측과 미디어협동조합을 지키는 방법이 다른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

   
▲ 박다솔 국민TV 기자
 

입사하고 이제 막 두 달이 지났다. 대법원이 이주노조를 인정했던 날, 그 분위기에 취해 인터뷰를 하나도 못 땄다. 김조광수 부부의 심문일 날, 시간에 쫓겨 녹음을 망쳤다. 장애인 이동권을 취재하기 위해 그분들께 무리한 부탁을 했다. 그렇게 간신히 두 달치 만큼 성장했다.

2014년 2월, 용돈을 쪼개 국민TV에 5만원의 출자금을 냈다. 기성 언론의 구태에서 벗어나겠다는 국민TV의 패기는 그 속에 들어가 언론판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

기자 지망생의 마음을 떨리게 한 바로 그 국민TV를 되찾고 싶다. 아니, 다시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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