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복직 2주 만에 이상호 기자에 대한 재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MBC 인사위 담당자는 27일 오후 6시께 이상호 기자에게 “내일(28일) 오전 9시 30분, 인사위원회와 관련해 조사가 있을 예정이니 9시 25분까지 인사부로 출석해 달라”는 문자를 통보했다. 

MBC 사규에는 “인사위원회가 징계 사건을 심의할 때 사전에 충분한 자체 조사를 해야 하며, 징계사유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할 때는 징계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내부에서도 사측이 인사위 관련 조사 등을 이유로 출석 통보한 것은 사실상 재징계 절차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MBC는 대법원 선고가 있던 지난 9일 “사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혀 징계는 시간 문제일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해고 기간 중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사안들이 징계 사유로 추가됐다고 사측이 이상호 기자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MBC본부(MBC본부, 본부장 조능희)에 따르면, 사측은 이 기자가 세월호 국면에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한 영화 <다이빙벨>을 연출하고, 종교계의 실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에 출연한 것을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며 문제 삼았다. 

   
▲ 안광한 MBC 사장(왼쪽)과 이상호 MBC 복직기자. (사진=MBC, 김도연 기자)
 

MBC본부는 “해고무효 확정 이후 회사의 출근 통보 전 이상호 기자가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부분도 징계 사유로 보고 있다”며 “사측은 이 기자에게 ‘해고 기간 중 트위터 내용도 전부 모니터했으며, 사내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위배로 판단하고 있다’고도 전했다”고 밝혔다. 

MBC본부에 따르면, 이 기자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팽목항에서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작업’ 기사를 보도한 연합뉴스 기자에게 욕설을 섞어 비난한 것까지 포함해 모두 7~8가지의 징계 사유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자는 이러한 출석 요구에 대해 “전날 저녁에 전화해서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와서 조사받으라고 하니 당장 내일 아침 출석 요구에는 응하기 어렵다”며 “어떤 사유로 조사를 벌이려는지 서면으로 알려주면 변호사와 상의해 자료를 준비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고기간 중 해직자 신분에서 벌인 활동을 가지고 징계를 하겠다는데 어떤 근거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조능희 MBC본부장은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까지 수상한 영화를 제작한 것이 MBC 사원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발상에 어이가 없다”며 “부당해고로 고통을 주었으면서 그 기간 동안의 활동에 대해서는 또 사규를 적용해 징계하겠다니 적반하장에 기가 막힐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지난 9일 이 기자의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해고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며 해고 무효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 기자는 지난 17일과 20일 두 차례 사내 게시판에 MBC 보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올린 뒤 권재홍 부사장 직속 부서인 심의국 TV심의부로 발령받았다. 

MBC본부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13년 1월 이상호 기자를 해고했던 MBC 안광한 사장은 위법한 부당해고 조치와 관련해 공식적인 사과나 해고 기간 입은 피해에 대한 어떤 보상도 하지 않은 채 이상호 기자에 대한 재징계 절차에 착수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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