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 내부 자료가 유출된 후 국가정보원도 이 업체로부터 감청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죠. 자국민 사찰 의혹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관련 기사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포털에서도 ‘국정원’, ‘해킹팀’ 등으로 검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는 한겨레TV의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해킹팀’을 치면 검색창 아래에 ‘유령 해킹팀’ 하나만 뜬다는 겁니다. 반면 다음 검색창에 ‘해킹팀’을 입력하면 ‘해킹팀 해킹’, ‘해킹팀 김어준’, ‘해킹팀 국정원’ 등 14개가량의 단어가 나열된다는 거죠. 실제 그러합니다. 

   
▲ 네이버와 다음에 각각 해킹팀을 검색해봤을 때, 뜨는 단어의 모습.
 

김씨는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된 검색어가 뜨기 마련인데, 네이버는 ‘유령 해킹팀’ 하나 뜬다”며 ”포털을 통해 (국정원 해킹) 정보가 유통되는 걸 막고 싶어 하는 손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혹 제기 후 SNS 상에서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음모론’이 커져만 갔습니다. 의도적으로 네이버가 검색을 막고 있다는 겁니다. 

검색창에 문자나 숫자 등을 기입했을 때 아래 여러 단어가 나열되는 기능을 다음은 ‘서제스트’라고 부르고 네이버는 ‘자동완성’이라고 부릅니다. 

네이버 측에 문의를 해본 결과, 자동완성은 철저하게 기계적인 결과값이라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자동완성 여부는 빈도수가 결정합니다. 키워드 ‘해킹팀’은 검색 빈도수가 낮은 단어가 아닐 텐데요. 그렇다면 왜 해킹팀 검색 시 자동완성 단어 목록에 ‘유령 해킹팀’만 나올까요. 

‘해킹’이라는 단어가 지닌 유해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해킹’과 인물·영화명 등이 결합한 키워드, 예를 들면 ‘해킹 김어준’과 같이 특정 이름과 결합되는 경우, 검색 빈도가 기준에 달한다 해도 제외 처리한다고 합니다. 

   
▲ 김어준의 파파이스 60회. 국정원 자살사건의 미스테리 편. (사진=한겨레TV)
 

해킹이라는 단어와 특정 인물 혹은 영화 이름을 결합해 검색하면,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불법적인 자료를 검색, 다운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2013년에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 기준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검증을 받았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에 따르면 ‘해킹팀 국정원’은 무조건 제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완성 제어 로직 자체가 음절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음절로 검색하면서 제어망을 피해가는 경우를 막기 위해 음절로 설정해놨다고 네이버 측은 말합니다.

만약 최근 드라마 ‘어셈블리’를 다운 받고 싶은데, 검색이 막힐 경우 ‘셈블’ 등으로 검색하는 꼼수를 막기 위한 거죠. 앞서 해킹과 특정 영화의 결합은 자동완성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실제 ‘팀’이라는 영화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해킹팀’이 자동완성 단어로 뜨지 않다는 게 네이버 측의 답변이었습니다. 

참고로 국정원에도 ‘정’이라는 음절이 있는데, 1999년 배창호 감독의 영화 ‘정’이 있기도 하죠. ‘해킹 국정원’으로 검색해보면 자동완성이 안 뜹니다. ‘유령 해킹팀’이 뜨는 이유는 2012년 단어이기 때문이라는 게 네이버의 설명입니다. 2012년 SBS 드라마 유령에 해킹팀이라는 등장하긴 합니다. (KISO 검증은 2013년이었으니까요.)

그들의 말이 맞다 해도 이는 뉴스 수용자의 알권리와 편의를 막는 방식 아닐까요? 네이버 측도 이에 대한 숙의를 거치고 있다고 합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27일 “해킹과 관련한 여러 피해를 막기 위해 과도하게 제어 로직을 적용한 결과”라면서도 “사회적 이슈 키워드를 지금처럼 걸러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다. 사용자들의 알권리와 편의, 검색의 적합성 등을 더욱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사회적 관심도를 고려해봤을 때 ‘해킹팀-국정원’이라는 키워드는 제외되면 안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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