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이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공세에 맞불을 놨다.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합리적 요구를 수용한다면 정보위에 참석하고, 안랩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도 하겠다는 것. 

안 위원장과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는 국정원에 로그기록 등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국정원은 이를 거부하고 있고, 여당은 이러한 자료요구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현장검증을 빨리하자’ ‘안철수 의원이 정보위로 들어와서 검증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안 의원이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려면 안랩 주식을 백지신탁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회의원이 보유주식과 직무관련성이 있는 상임위 활동시 주식을 신탁해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 때문이다. 안 의원은 안랩 주식 18.6%를 보유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보위에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이런 조건들이 갖춰진다면 나도 정보위에 참석하겠다. 필요하다면 백지신탁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니 더 이상 비합리적인 핑계로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모든 것들을 거부하지 말라. 합리적 요구를 수용해 국민적 의욕을 풀어 달라”고 말했다.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 ⓒ민중의소리
 

첫 번째 조건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해야한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정보위원회가 국정원에 요구한 로그파일 등의 자료제출은 여야가 합의한 대로 기밀이 누설되지 않는 방법을 통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조건은 로그파일 등에 대한 분석을 위해 최소한 5명 이상이 조사에 참여해야한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이 전문가들은 시스템, 네트워크, 해킹, 로그분석, 포렌징 및 복구, 데이터베이스, 암호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이어야 하며,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정보와 권한을 제공받아야 한다”며 “분석 작업을 위해 별도의 보안공간이 필요하며 국가주요시설물로 자체보안과 방어능력 갖춘 국회 내에 이를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기밀누설 등을 이유로 현장검증에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조차 반대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국정원은 이탈리아 사람은 믿고 대한민국 국민은 못 믿는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싶다”며 “국회는 기밀이 누설되지 않는 방법으로 조사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더 이상 국가기밀 유출 핑계로 자료제출과 전문가 참여 여부 거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조건은 최대 1개월의 조사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분석할 데이터가 방대하므로 최대한 1개월의 시일이 소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충분한 분석 시간이 주어져야한다”며 “물론 참여전문가들은 여야 추천하고 신원조회와 각서 쓰고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에 민간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는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RCS 시스템 돌렸을 때의 로그기록, 이로 인해 생성된 파일들을 분석하면 타겟 감청대상자와 감청내용을 알 수 있다. 국정원이 주장하는 대로 내국인 사찰이 없었는지 아니면 있었는지에 대한 증명이 가능하다”며 “몇 년 치 로그파일을 한 달 안에 모두 보는 것은 불가능하고, 샘플링을 통해 IP를 추적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가 열린 27일 국정원 관계자들이 출석한 국회 정보위원회가 열린다. 국정원은 자살한 직원 임모씨가 삭제했다고 밝힌 파일을 100% 복구했고 그 안에 내국인 감시대상은 없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위원장은 국정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26일 국정원은 여권 관계자들에게 “24일 100% 복구했고 내국인 감시대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안 위원장은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은 자료 삭제를 대비해 백업을 해두기 마련이다. 이번 경우 백업을 했는지 안 했는지가 중요한 의문점”이라며 “백업을 했다면 자료를 찾는데 1분도 안 걸린다. 왜 1주일이나 걸렸나”라고 반문했다.

안 위원장은 또한 “만약 백업을 안 해뒀다면 100% 복구는 불가능하다. 서버는 시간이 지나면 내부 작동을 하면서 겹쳐쓰기를 시작하고 따라서 하루 정도만 지나도 100% 복구는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와도 불가능하다”며 “백업을 했다고 하면 1주일이나 걸린 이유가 설명되지 않고 백업을 하지 않았다면 100% 복구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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