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설악산 정상부에 관광호텔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사실이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확인됐다.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과 강원도 등이 설악산 정상 부근에 휴양형 관광호텔을 조성하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및 각종 테마파크 등과 연계해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7월 16일 국회 헌정기념관 강당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지속성장 방안 마련 세미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정부와 강원도, 경제계 등은 설악산 정상부에 최소 4성급 이상의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과 산 정상 레스토랑을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강원 정선의 가리왕산에 스키장 및 MTB(산악자전거)코스, 횡성 덕고산이나 평창등에 산악 밀리터리 테마파크 등과의 연계 개발이 제시됐다. 이 세미나엔 최문순 강원도지사, 박주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 등도 자리했으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설악산 정상부에 호텔을 짓는 방안에 찬성했다고 세미나 참석자들은 전했다. 강원 지역 언론사들도 이 세미나에 참석했으나, 주최측의 엠바고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활용한 강원도 산지관광 활성화 방안’ 발표를 맡은 이승철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단장은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등 우리나라 대표 명산들을 산지관광특구로 지정, 쉬는 방식, 즐기는 방식, 접근하는 방식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관련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종합개발계획 수립→중앙부처 협의 규제완화 인프라 구축 지원 등 투자 인센티브 마련→기업 투자 유치”라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됐다.

예를 들어 스위스 리기산의 경우 산악열차 탑승료 7만 5천원, 산 정상 호텔 숙박 25만원, 산 정상 레스토랑 식사 3만 9천원, 레포츠 이용(패러글라이딩) 15만 5천원 등 1박 2일에 총 51만 9천원을 소비하는데 반해 설악산의 경우 케이블카 탑승료 9천원, 대피소 취침 1만원, 대피소 식사 8천원, 산 입구 매점 생수 과자 등 5천원 등 1박 2일에 총 3만 2천원 소비에 그치고 있다며 호텔 등을 건설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산림문화 휴양, 산림치유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주차장, 문화 교육 등 편의시설과 숙박 주거시설 및 치유의 숲 등 산림휴양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산림복지진흥에관한법률이 제정됐다고 강조했다.

세미자 주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별도로 제시한 자료에서 ‘설악산 산악종합관광 조감도’를 통해 설악산 휴양형 산장호텔과 산 정상 레스토랑의 위치까지 적시된 내용을 발표했다. 조감도에 따르면 설악산 산장호텔과 레스토랑은 설악산 산장과 대피소 사이 중턱에 건설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전경련은 “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4성급 관광호텔 수준 숙박시설을 조성하고 개별객실, 레스토랑을 친환경적으로 완비”라고 적었다.

전경련은 설악산 산지관광 현황에 대해 “일반적인 숙박 시절이 아닌 비상시 대피를 위한 대피소를 숙박시설로 제공하여 공간이 협소하고 시설이 열악해 여성 및 외국인의 이용이 어려우며 쾌적한 휴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전경련이 발표한 설악산 산악종합관광 조감도에 설악산 정상 휴양형 산장호텔 건설 계획이 포함돼 있다.
 

강원도는 관련 법 재정비를 하면 설악산 산 정상에 숙박시설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원도는 평창올림픽 관광특구 개발을 위한 팀인 ‘산지 이용팀’을 이번달에 신설했다. 산지이용팀에 따르면 산악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는 법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설악산이 국립공원지역이기 때문에 설악산을 예외로 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가능성이 높다.

산지이용팀 관계자는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할 수 있는 곳(호텔건설)은 꼭 필요한 곳에만 하자는 것이 강원도의 입장이고 그래서 산악관광특구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라며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법이 만들어지면 계획을 수립하고 기업 유치 등 (호텔 건설)기반에 대한 부분을 우리 팀이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개발기획과는 "설악산 국립공원을 예외로 두는 특별법 제정은 추진하지 않고 있고 제정 중인 산악관광에관한법률에도 자연공원(국립공원)는 (관광개발은)제외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설악산 정상 호텔 건설 방안을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지역민과 환경단체에서도 강하게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는 “경복궁에 가니까 좋은 게 있어서 우리집에 만들어보자는 식”이라며 “산 정상 호텔을 예로 든 스위스의 경우 알프스산은 동서로 2400킬로에 걸친 장대한 산맥이고 만년설이 있는 곳이다. 설악산은 푸른산으로 2000미터도 채 안되는 산이다. 특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깡그리 무시하고 오직 돈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호텔이 지어지면 그곳을 가기 위한 도로 등 인공시설물로 덮어야 하고 호텔 부근의 자연이 망가진다. 거기서 소비한 내용물도 어떻게 처리할지 심각하고 특히 설악산이 가지고 있는 자연경관 훼손 문제는 어떤 것으로도 보완할 수가 없다”며 “호텔에 앉아서 밥 먹고 커피를 마시면 그러면 즐거운 것처럼 하고 있지만 자연 속 생명의 경이로움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설악산이 국립공원지역이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설정돼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예외조항을 두는 특별법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에 1.4킬로미터까지 접근하는 오색케이블카가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추진” 발언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오색케이블카와 연계 개발되는 호텔 건설의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오색케이블카는 2012년과 2013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두차례나 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난해 정책과제로 편입하면서 곧 국립공원위원회에서의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설악산 정상부 호텔 건설을 적극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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