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자 성폭행 사건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세모자는 폭로 방식을 통해 남편인 허모씨(목사)와 시아버지, 교회 성도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해 충격을 낳았는데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세모자는 성폭행 주장부터 가족간 혼음은 물론 성매매를 강요 당해오면서 고통을 받아왔고, 어머니 이씨는 특히 아들들을 보호하기 위해 허씨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해달라고 호소해왔다. 세모자의 폭로는 파장을 낳았다. 폭로 내용이 성(性)과 관련됐을 뿐 아니라 패륜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자녀까지도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분노를 자아냈다. 당장 허목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구명운동까지 벌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도 사회에 던진 파장의 크기를 감안해 세모자와 접촉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처음 폭로했을 때 세모자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최근 재폭로 기자회견 이후 세모자와 접촉하는데 성공했다.

제작진은 3주에 걸쳐 세모자와 인터뷰를 포함해 동행 취재를 진행했다. 하지만 취재가 진행될수록 세모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발견할 수 없었고 오히려 세모자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는 정황들이 발생했다.

세모자가 주장하는 성폭행 사건의 주범은 수억대의 교회 자산가도 아닌 피자 배달부였다. 허씨는 혼자 살고 있었다. 허씨는 제작진의 취재 요청을 흔쾌히 허락했다. 그동안 언론이 세모자의 성폭행 주장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반대편에 있던 허씨를 찾아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허씨는 제작진의 인터뷰를 통해 부인 이씨와 아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폭력을 저질러 이혼 판결을 받고 헤어지긴 했지만 한 가족이 되길 원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극악무도한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부인과 아들들을 향한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말이었다. 더욱이 허 목사는 단란한 가정의 한때를 보여주는 사진과 각종 영상까지 제작진에 제공했다. 

경찰도 세모자의 충격적인 폭로를 접하고 수사에 나섰다. 세모자는 약(마약 최음제)을 먹여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고 이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 인터넷에 유통시켜 돈을 벌어왔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대는 허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성관계 테이프, 마약 최음제 등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세모자는 피해자 보강 조사 요청을 거부했다고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대는 전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세모자가 직접 작성한 피해 진술서를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전문가 감정 결과 '남편의 폭행에 대한 진술을 구체적이어서 신뢰가 가지만 성폭행 관련한 진술은 구체성을 띄고 있지 않아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짓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이씨의 주장이 사실이다고 하더라도 아들을 동행시켜 범죄를 폭로시키고 있는 것은 아동 학대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방송에서 이씨 뿐 아니라 아이들은 제작진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정황을 설명했고, 성폭행 가해자로 신고한 사람들과 대질 조사도 참석했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자 성폭행 사건 진실편
 

 

결정적으로 세모자의 주장이 거짓말일 수 있는 정황은 제작진과 동행 취재에서 드러났다.

성폭행 가해자 조사를 받고 나온 이씨의 작은 아들이 제작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 이씨가 뒤에서 웃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아들의 충격적인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어머니의 모습이라고는 믿기 힘든 장면이다. 또한 이씨와 작은 아들은 성폭행 가해자들이 모여 산다는 마을에 제작진을 데리고 갔는데, 한 동네 남성에게 다가가 성폭행 가해 사실을 인정하라고 다그쳤는데 작은 아들이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어머니 이씨에게 행동을 자제하라는 장면이 잡혔다. 

특히 세모자가 제작진이 자리를 비우고 난 뒤 자신들끼리 한 대화 내용은 세모자의 주장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강하게 의심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충격을 던졌다.

제작진이 자리를 비우자 먼저 카메라가 꺼져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 아들들은 카메라가 꺼져 있다고 생각한 듯 "아무말도 하지마 의심스럽다니까? 이 사람들한테"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말하다가 좀 그거 왜 했어?", "아무 말도 하지마. 이 사람들한테 의심을 살 수 있다니까", "이 사람들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 "넌 아주 설득력 있었어"라고 말한 내용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그러다가 아들 중 한명이 마이크가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머리를 쥐어짜는 모습도 나온다. 사회에 파장을 낳은 성폭행 주장이 각본에 따른 거짓말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결정적 증거가 담긴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장면은 논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작진 입장에선 세모자의 주장의 신빙성을 시청자들에게 따져보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면서 거짓말 가능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방송에 내보냈을 수 있다. 

3주에 걸친 시간동안 세모자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반대로 뒤집는 정황들이 계속 나왔는데 세모자들이 제작진 없이 나눈 대화가 이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는 상황을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장면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제작진과 인터뷰는 당사자와 동의 하에 이뤄졌지만 휴식시간 나눈 대화는 당사자 허락 없이 영상에 담아 방송에 내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처음부터 세모자의 개인적 대화를 들어보기 위해 일부러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 놓았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제작진과 인터뷰 후 사적 대화가 담길 수 있는 상황을 우연히 촬영하고 대화 내용이 방송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내보냈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세모자의 대화 내용이 우연히 손에 들어온 결정적 단서라고 보고 방송을 결정했을 것이다. 

제3자가 동의 없이 당사자 허락없이 무단으로 녹음하는 경우 불법감청이 될 수 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19조)에 따르면 "방송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녹음 또는 활용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이 방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기도 하다. 

물론 제작진은 공적 가치인 진실을 밝히기 위한 취재 중이었다. 취재 방식의 적법성을 따지더라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만 제작진이 앞서 ‘정공법’을 택한 것처럼 세모자의 주장에 대한 검증을 한층 더 파고 들 수 있었는데 카메라에 우연히(?) 담긴 세모자의 대화 내용을 굳이 방송에 내보면서 불필요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세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을 보면 당사자 인터뷰부터 시작해 반론, 외부 의견 등 어느 언론도 쉽사리 하지 못한 끈질긴 취재를 보여주면서 진실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의 하이라이트인 세모자의 대화 내용을 내보낸 것은 더욱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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