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돌아온 색종이 아저씨, '뇌색남'(뇌까지 색종이인 남자) 김영만씨가 최근 엉뚱한 논란에 휩싸였다. ‘고급 외제차’ 논란이다.

포탈사이트에서 ‘김영만’을 검색하면 ‘외제차’ ‘재규어’ ‘자동차’ ‘차’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김영만씨가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외제차인 재규어를 운전하는 장면이 방송에 나오면서, 색종이 아저씨가 외제차를 몰 수 있느냐는 다소 황당한 논란이 일었던 것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러한 논란이 있다는 점은 인터넷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20일 국민일보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영만쌤 차가 2억 재규어라니!” 깜짝 놀란 네티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누리꾼들이 “영만쌤이 방송도 못나오고 하니까 어렵게 살줄 알았는데 뭔가 아리송한 배신감이 든다” 등의 의견을 내비치고, 또 한쪽에서 이에 반박하는 의견이 오가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

   
▲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김영만씨가 차를 몰고 있는 장면.
 

이외에도 <‘색종이 아저씨’ 2억짜리 외제차 논란?…일부 네티즌 “박탈감”>(해럴드경제) <색종이 아저씨는 외제차 타면 안되나요?>(스포츠월드) 등의 기사들이 등장했고, 이후 SNS와 블로그 등에서 이 기사들이 공유되며 논란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한 분야의 대가가 열심히 일해서 외제차 타는 게 뭐가 잘못이냐는 반응이었다.

김영만씨가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을 ‘논란’으로 만든 것은 누리꾼이 아니라 몇몇 인터넷 언론이었다. 몇몇 인터넷 언론들이 ‘누리꾼 반응’이라 인용한 글은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글이다.

19일 일베에는 ‘김영만 방송 안 나와서 가난할 줄 알았는데 재규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젊은이들은 당장 내일이 막막한데 김영만은 재규어 타고 과거놀이잼. 솔직히 난 그거볼 때부터 감흥이 없었다. 미래가 막막한데 추억이고 나발이고 속으로는 솔지히 김영만이 방송도 못 나오고 하니 어렵게 살 줄 알았는데 뭔가 아리쏭한 배신감이 들 듯”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 문제의 일베 게시글.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몇몇 인터넷 언론은 이 글을 인용하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고가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고, 오히려 언론의 보도 이후 논란은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김영만씨는 이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나서기에 이른다.

김씨는 23일 <더 팩트>와 인터뷰에서 “처음엔 친구가 소유하던 차였다. 그 친구가 미국으로 급하게 이민을 가면서 중고차 시장에 팔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당시 차량 매입가가 3000만 원 조금 웃도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친구의 사정을 도와 주려고 타고 다니던 제니시스를 처분하고 급하게 사주게 됐다. 어쩌다 보니 외제차를 소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또한 “솔직히 기사보고 차 가격을 살펴보게 됐다. 비싼 건 2억짜리도 있더라. 내가 그렇게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있었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김씨의 해명 이후 인터넷 언론들은 김씨의 해명을 다룬 기사를 쏟아냈다. <“비싼차인줄 기사보고 알았다” 김영만 ‘2억 재규어’ 해명> <‘색종이아저씨’ 김영만 2억 재규어 “기사보고 비싼 가격 알았다”> <김영만이 ‘고급 외제차’ 몰게 된 사연> <‘마리텔’ 김영만, 고급 외제차 논란에 “나에겐 추억이 가득한 차”>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가지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언론이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생중계하듯 기사로 쏟아내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기사 중에는 몇몇 소수의 의견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오히려 언론이 논란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포탈에 인기검색어로 오르내리는 인물들을 주제로 기사를 만들어내려는 기자들의 집착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 과정에서 대다수 누리꾼들이 무시하고 넘어간 일부 편협한 시선은 공론장으로 끌어올려지고, 그로 인한 피곤함은 뉴스를 읽는 독자들은 물론 당사자에게까지 전해진다. 김씨는 ‘그 차는 3000만원에 샀다’는 불필요한 해명까지 해야 했다.

언론은 이 세상의 모든 말들을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다. 수 많은 ‘말’들의 기사가치를 판단해서 이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종이접기 선생님이 외제차 타는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편협한 시각까지 언론이 보도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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