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4대개혁 중 핵심으로 꼽은 노동개혁을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이끌게 됐다. 당정청은 23일 회동에서 만장일치로 이 위원을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 특별위원장’(특별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그러자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인들에게 “짊어져야 할 짐이라면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지겠다”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여권은 노동개혁에 대한 강한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해야한다”고 말했고, 이는 상반기에 공무원연금개혁 당시에도 “표를 잃더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개혁을 실현하겠다”고 말하며 밀어붙였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 사진=민중의소리 제공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최고위원은 22일 밤 당정청 회의 소식에 대해 언론을 통해 자신이 특별위원장에 추대된 사실을 알게 됐고 직접 통보받지 않았다고 했다. 23일 오전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 일방적인 추대에 대한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국 이날 당정청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가 ‘십자가를 짊어진’ 이유는 뭘까? 이 최고위원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부정부패 척결’의 대상인 셈이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 입장에선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불똥이 튀면서 정권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관련 혐의를 벗고자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선택했다. 따라서 당정청이 당사자에게 통보도 없이 특별위원장으로 추대했음에도 이 최고위원은 이를 결국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정권에 대한 충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최고위원의 충성심은 한 차례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결정할 때 이 최고위원이 “선출직 정치인은 책임질 때 홀로 결단한다”며 사퇴 압박의 포문을 열었다.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 적이 없었던 이 최고위원이 앞장서 대통령의 심정을 읽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 24일 중앙일보 10면 기사.
 

24일 아침신문을 보면 이 최고위원이 특별위원장 자리에 ‘전문성’을 인정받아 추대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한국경제는 에서 “노동부 장관시절 고용보험법 제정 추진에 주력했다”고 전했다.  

이날 중앙일보도 <이인제 “노동개혁, 짊어져야 할 짐이라면 십자가 질 것”>에서 이 최고위원이 김영삼 정부 초였던 1993년 노동부 장관을 지낸 경력을 언급하면서 “장관시절 ‘무노동 무임금’을 ‘무노동 부분임금’으로 바꾸려는 등 친근로자 성향의 정책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 뒷부분에서 “이 최고위원은 22년전과는 달리 최근 대기업 노조 중심의 노동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 청와대와 충돌이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도 해당 기사에서 “평소 대기업 강성 노조의 권력 견제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과거 노동부 장관시절 노동자 친화적인 정책을 폈던 경력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동 ‘개혁’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결국 당정청이 임금결정과 고용여부에 대해 사용자 측에 힘을 실어주는 노동시장구조개혁을 코드가 맞으면서도 약점을 쥐고 있는 이 최고위원을 기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 24일 한국경제 사설.
 

매일경제는 24일 2분기 경제성장이 0.3%에 불과하며 박근혜 정부가 100조원을 풀고도 경기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사회적 합의라는 틀로 노동개혁 내지는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보겠다는 생각”은 “노동계의 협상력만 키워준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언론이 경제 위기를 노동개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인제 최고위원은 다시 한번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 줄 검증대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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