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언론중재위원회가 4월30일 발행한 <2014년도 언론조정중재‧시정권고 사례집>과 6월25일 발행한 <2014년도 언론관련 판결 분석보고서>를 바탕으로 2014년 ‘기억해야 할 언론보도관련 판결’을 정리했다. 오보에 따른 판결이 대부분이었다. 오보는 한국 언론의 민낯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오보가 인정되기까지 수년간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디어오늘은 지속적으로 오보에 주목하고 있다. 오보를 기억하고, 되새겨야, 반복하지 않는다. <편집자 주> 

① 검찰 말 듣고 썼는데… 

중앙일보는 2009년 6월15일자 <빈슨소송서 vCJD(인간광우병) 언급 안 돼> 기사에서 익명의 검찰관계자 말을 인용해 MBC ‘PD수첩’ 제작진이 2008년 광우병 편 방송에서 “아레사 빈슨이 vCJD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검찰이 확보한 아레사 빈슨의) 소장과 재판기록 등에 따르면 고소인과 피고소인(아레사 빈슨 유족과 의료진) 모두 빈슨의 사인과 관련해 vCJD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할 때 이 자료를 주요 증거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레사 빈슨은 vCJD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했고, 빈슨의 재판기록에도 이 사실이 나와 있었다. 이에 ‘PD수첩’ 제작진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주장했으며 중앙일보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제작진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며 중앙일보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014년 6월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중앙일보에게 4000만원 손해배상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2심 재판부는 “제보자가 검찰 고위관계자이니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 상당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빈슨소송의 재판기록이나 아레사 빈슨의 유족을 통해 이 사건 제보의 진위를 확인하거나, 최소한 의료소송 기록 입수 가능성에 관해 알아보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사는 수사기관 제보에서 비롯된 허위의 공표,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의 폐해를 모두 갖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비판은 못할망정, ‘사건의 당사자’였던 검찰 말만 의심 없이 받아쓰면, 이렇게 탈이 난다.  

   
▲ 뉴스타파 에니메이션 '자백이야기'의 한 장면. 
 

② ‘대머리 수사관’ 의 명예를 훼손했다?

2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가정보원의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 당시 국정원은 국가보안법위반(간첩)죄 혐의로 유우성씨를 기소했고, 여동생 유가려씨는 “(유우성이) 탈북자 신원정보를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에 15번 가량 밀 입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유씨가 합동신문센터에서 국가정보원에게 감금․폭행․협박 등을 당해 거짓진술을 했다는 폭로가 등장하며 논란이 일었다. 뉴스타파는 2013년 9월경 간첩조작사건을 담은 50분짜리 애니메이션 ‘자백이야기’를 제작했다. 

에니메이션에는 ‘큰삼촌 수사관’, ‘대머리 수사관’, ‘아줌마 수사관’이 등장했다. 대머리 수사관이 주먹으로 유씨의 머리와 뺨을 때리는 장면, 아줌마 수사관이 서류로 유씨의 머리를 때리고 다리를 걷어차고 전기고문실로 끌고 가려는 장면이 담겼다. 그러자 국정원 직원 3명이 명예훼손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4년 9월 명예훼손 혐의가 없다며 국정원 직원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의 실명이나 직책이 등장하지 않고 단지 ‘큰삼촌 수사관’, ‘대머리 수사관’, ‘아줌마 수사관’으로 지칭돼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확정 판결했다. 유우성씨는 여동생의 거짓증언 등으로 간첩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후 해당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정원이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둔갑시킨 사건에 국정원 직원들은 반성은커녕 자신들이 특정되었다며 명예훼손으로 언론사를 고발하는 후안무치함을 보였다.  

③ 이게 다 강성노조 탓이다?

TV조선․동아일보․동아닷컴은 철도노조파업이 한창이던 2013년 12월26일 <하루 승객 15명인 역에 역무원 17명>이란 기사를 내고 강원도 쌍룡역에 불필요하게 많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그 배경이 강성노조 때문이란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TV조선 등은 쌍룡역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물운송수입을 누락하고, 여객운송수입만 고려해 직원들의 인건비가 역 수입의 81.3배라고 보도했다. 이어 “강성노조가 무소불위의 철밥통 챙기기에 앞장선 결과”라고 보도했다.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쌍룡역의 2010년 운송수입은 여객운송수입 1662만원, 화물운송수입 95억 8869만원이었다. 인건비가 역 수입의 81.3배라는 보도는 오보였다. 쌍룡역의 실제 투입인원도 3조2교대제로 인해 하루 평균 5명이었다. 1심 법원은 여객운송수입만을 철도운송수입으로 지칭해 인건비와 비교한 것은 사실과 다르며, 국토부가 제공한 보도자료 외에 별도의 사실 확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철도노조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법원 또한 지난 3월 TV조선 등의 항소를 기각했다. 

   
▲ 2013년 12월 26일 TV조선의 철도노조 오보 화면.
 

재판부는 “TV조선, 동아일보, 동아닷컴은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고의적, 악의적으로 보도를 하여 철도노조 조합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파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므로 23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대한민국은 허위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해당 보도를 SNS에 게시하였으므로 피고들과 연대해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파업국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같은 왜곡보도는 파업여론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오보가 인정되기까지는 보통 수년이 걸려 그 폐해가 심각하다. 

④ ‘수술중 성추행’ 자극적 보도 결말은?

YTN은 2013년 5월23일 <당신이 잠든 사이에…> 기사에서 성형외과 의사가 가슴성형수술 과정에서 환자를 성추행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환자의 하의를 벗기고 음부를 보거나 하체를 만지는 식으로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충격적 보도였다. YTN은 환자가 수술당시 녹음한 녹음파일을 근거로 보도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2014년 11월 YTN이 성형외과에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검찰 역시 의료진의 준강제추행 혐의에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성추행의 유일한 증거는 환자의 증언과 녹취파일이었다. 재판부는 “(녹취에) 마취상태 환자에 대한 성격·신체 비하 발언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환자의 하의 속옷을 벗기는 등의 성추행이 있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예컨대 수술이 길어질 때를 대비해 소변을 처리하기 위해 환자의 요도에 관을 끼우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었던 점, 의료진이 환자의 다리 탄력에 대해 언급한 것이 허벅지의 지방흡입 과정에서 이루어진 점 등에 관한 확인을 소홀히 한 채 성추행 의혹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한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재판부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고 지속적인 시청을 유도하기 위해 이와 같이 충격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보도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 자칫 방송사가 보도하기 원하는 내용에 부합하는 자료만을 취사선택하고, 그 반대의 가능성에 대하여는 애써 눈감아 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사건은 양측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⑤ 비서실 직원은 소송 당사자 아니다  

한겨레는 2014년 4월17일 <쇼크 상태 어린이가 왜 박 대통령 위로 현장에?>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세월호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6살 어린이가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를 위해 동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수행비서 4명이 허위보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법원은 “이 사건 보도의 직접 대상은 대통령이지 비서실이나 비서실 직원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참모들이 어린이를 동원해 만남을 연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 아니며,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은 총 443명인데 수행비서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어 원고는 이 사건 기사내용과 개별적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두고 비서실 직원들이 명예훼손을 주장했던 황당한 소송의 결말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대통령의 안산 분향소 방문의 조문객 동원 의혹을 보도했던 CBS노컷뉴스의 경우 비서실의 명예훼손소송에서 CBS가 패소했다. 

⑥ “김미화는 친노좌파” 발언은 위법

‘미디어워치’는 방송인 김미화씨 관련 기사를 쓸 때마다 수년전부터 ‘친노좌파’라고 표현했다. 당시 ‘미디어워치’ 발행인 변희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미화씨를 “친노종북”, “친노좌파”로 여러 차례 표현했다. 1심 법원은 명예훼손이라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원칙적으로 (친노좌파란 표현은) 의견표명에 해당하지만 기사의 내용,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 인상, 현재의 사회적 흐름 속에서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따졌을 때 경멸적 표현에 해당해 김씨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2014년 8월 판결에서 ‘미디어워치’와 변희재가 각각 500만원과 800만원을 김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만일 표현행위의 형식 및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다면, 이는 명예훼손과는 별개 유형의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심 법원은 ‘미디어워치’의 항소를 각하했다. 

⑦ 극우논객 지만원의 ‘몽니’

뉴시스는 2014년 4월24일 <법원 나서는 지만원, 찍지마>, <세월호 “시체장사” 발언으로 인터넷 달군 지만원, 법정 나서며 기자에게 항의>, <지만원, 찍지 말라고>, <지만원, ‘사진 찍지마, 나도 찍는다’> 등 모두 6개의 유사 기사를 송고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400만원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오는 지만원씨의 사진을 넣어 반복 보도한 것. 당시 지만원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세월호 참사가 국가 전복을 위한 봉기에 이용될 수 있다며 “시체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라는 표현이 담긴 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뉴시스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지만원씨의 판결결과를 보도하며 지씨의 글로 인한 사회적 논란도 함께 언급했다. 그러자 지만원씨는 자신을 조롱하기 위해 동일 기사를 반복적으로 게재했다며 명예훼손을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6장의 사진으로 동일한 기사를 6번 게재했다 하더라도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만원씨가 공적 인물이라고 정의한 뒤 “국민감정을 해칠 소지가 큰 ‘시체장사’, ‘불쏘시개’등 선동적 표현을 사용해 표현 자체가 공공적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⑧ 엄마가 게임광인 게 무슨 상관? 

SBS는 2012년 8월 발생한 소위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당시 피해자 가족을 여러 차례 보도하며 피해자의 상처를 비롯해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독서록, 집 내외부를 공개했다. 피해자 가족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14년 3월, 법원은 SBS에 손해배상 3000만원 및 기사삭제를 명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경쟁적으로 범죄사실을 보도하며 언론이 성폭행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발생시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SBS는 2012년 8월31일 ‘8뉴스’에서 피해자의 집 내부를 클로즈업한 영상을 내보냈다. SBS는 그해 9월15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16분가량 범죄 관련 내용을 방영하며 피해자의 상처 사진 4장(얼굴 측면, 배, 손목, 다리, 상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모자이크 처리)과 피해자가 친구들과 찍은 사진 3장 등을 내보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족의 동의 없이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집 내부를 촬영했고 집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영상을 공개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잔혹한 범행에 대해 언론사는 동기나 원인을 다각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고, 공익 차원의 보도에 대해 피해자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부득이하지만, 공익보도라 하더라도 피해자나 가족의 사적 영역 침해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범위를 벗어난 불필요하고 과도한 침해는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시고, 피해자 어머니가 게임광이라는 내용을 비롯해 피해자 가족의 집 내 외부 사진, 피해자 아버지의 월수입 등을 보도한 경향신문 또한 명예훼손과 사생활침해 혐의가 인정돼 손해배상 2500만원 및 기사삭제 판결이 내려졌다.

⑨ 갑자기 쳐들어와서 인터뷰 따고… 

KBS는 2013년 3월18일 ‘뉴스9’ <현장추적-단속 뒷짐 속 사행성 게임장 다시 활개> 리포트에서 A씨가 운영하는 게임장 내부 모습을 촬영․방송했다. A씨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음성 변조된 인터뷰를 했고, 하반신 일부와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이 나갔다. A씨는 개인사업장인 게임장에 무단 침입한 일방취재행위가 불법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손해배상 1000만원 판결을 내렸고, 2014년 11월 2심 법원에선 영업의 자유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100만원과 명예훼손에 따른 7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취재기자 일행이 A씨의 여직원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위력을 행사하는 등 이 사건 취재를 통해 A씨의 주거의 평온, 영업의 자유 등이 침해되어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판결했다. 이어 “KBS가 이 사건 게임장을 불법 게임장으로 선정함에 있어 근거는 제보자의 제보뿐 실물 또는 영상의 물적 자료나 수사 자료 등 객관적 근거는 전혀 없었다”며 “A씨의 게임장은 적법한 허가를 받았으며, A씨의 위법행위가 적발된 사실이 없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당시 KBS취재진은 오후 9시20분 경 직원과 게임장을 촬영하고 여직원을 나가지 못하도록 위력을 행사하다가 9시40분 경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A씨를 촬영하고 여러 질문을 한 뒤 10시 경 게임장을 나갔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게임장 영업을 폐업했다. 

⑩ 필름 두 배로 빨리 감아 폭행 부각

   
▲ 2012년 7월 KBS '뉴스9' 원생폭행 보도. 현재는 삭제됐다.
 

KBS는 2012년 7월 ‘뉴스9’를 통해 유치원 교사가 원생을 학대했다며 학대장면이 담긴 CCTV영상 등을 보도했다. KBS는 교사의 아동 학대 여부가 문제된 장면만 일부러 빠르게 재생시키는 등 자료화면을 조작했다. 1심법원은 2014년 1월 KBS가 CCTV영상 중 일부의 속도를 빠르게 편집해 방송한 것은 사실 왜곡이며, 보도 이후 원생 감소로 인한 유치원의 재산상 손해 등을 인정해 정정보도 및 4049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14년 12월 2심 과정에서 조정이 성립됐다. 

KBS는 당시 보도에서 교사가 아동의 신체에 순간적으로 물리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과정에서 재생속도를 2배속으로 빠르게 편집했다. 재판부는 “편집 이전의 영상에서는 교사가 아동을 때리거나 폭행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아동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신체 접촉으로 보이는 반면, 편집 이후 영상에선 교사가 아동에게 강하게 폭행을 행사하고 아동은 폭행으로 갑자기 밀려나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예컨대 교사가 어린 원생을 발로 밀며 줄을 맞추게 했다는 장면의 경우 원본은 4초27이었으나 방송에선 2초14였다. 머리를 쥐어박는 장면의 경우 원본은 7초25였으나, 방송은 3초29였다. 원생의 가슴부위를 치는 장면은 원본이 2초24였으나 방송은 1초28이었다. 재판부는 “KBS는 영상편집에 대해 방송 시간의 분량 문제로 인한 일상적인 관행이라고 주장하나, 편집을 통한 사실의 왜곡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⑪ 수갑 찬 용의자 언론에 노출, 인격권 침해  

헌법재판소는 2014년 3월27일 “경찰서에서 수갑을 찬 채 조사받는 모습을 기자들이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행위는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경찰관 A씨는 2012년 4월 사기혐의로 구속된 B씨를 조사하며 보도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뒤,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응해 B씨가 조사실에서 양손에 수갑을 찬 채 조사받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에 B씨는 이 같은 행위가 무죄추정원칙에 반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B씨에 대한 수사 장면을 공개 및 촬영하게 할 어떠한 공익 목적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촬영허용행위는 정당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다수인 7명은 “촬영허용행위는 언론 보도를 보다 실감나게 하는 목적 외에 어떠한 공익도 인정할 수 없는 반면, B씨는 얼굴이 공개되어 초상권을 비롯한 인격권에 중대한 제한을 받았다”고 위법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2명의 헌법재판관은 “A씨의 보도자료 배포행위 및 촬영허용행위를 일련의 과정에서 행해진 하나의 공권력 행사로 봐야 한다”며 위법하지 않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⑫ 가카는 꼼꼼하셨다 

‘주간한국’은 2014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자이드 국제환경상 상금 50만 달러를 농협을 통해 받았고, 이 과정에서 공직자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있었으며 농협 전산망 해킹 사건 당시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명박 전 대통령측은 농협 전산기록에 거래 내역이 그대로 남아있고, 적법하게 상금을 수령했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주간한국은 “외환수표 추심 전 매입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농협 전산 기록도 남아있으며, 당시 상금 수령은 공직자 윤리관련 법규에 위반되지 않아 상금세탁과 무관하다”며 오보를 인정했다. 역시 ‘가카’는 꼼꼼하셨다.

⑬ 욕설은 누가 들었나 

헤럴드경제는 2014년 11월 이종격투기 선수 A씨가 경기 중 급소를 가격당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관중석에 있던 가수이자 소속사 부대표 B씨가 A씨에게 욕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헤럴드경제는 해당 기사에서 “박OO씨가 이OO선수가 연속으로 로블로 맞고 쓰러졌을 때 분명 ‘빨리 일어나! XX야!라고 흥분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제목만 바꿔 10여 차례나 나갔다. 

B씨는 욕설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알고 보니 헤럴드경제가 한 누리꾼의 커뮤니티 게시판 글을 사실 확인 없이 받아쓴 게 드러났다. 결국 헤럴드경제는 “해당 경기중계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박OO씨는 욕설이나 폭언을 한 사실이 없었다”고 정정 보도했다. 자극적인 누리꾼의 글을 보고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어뷰징에 나섰던 결과다.

⑭ 구원파는 아들 죽음도 슬퍼하지 않는다?

MBN은 2014년 6월 한 구원파 신도가 종교적 이유로 울릉도 미륵산에서 추락사한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고, 사건 수사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구원파 신도는 아들이 사망했을 당시 모두 슬퍼했으며, 구원파 신도라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수사하지 않도록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MBN은 유감표명을 담은 정정보도를 내고 손해배상액으로 50만원을 지급했다. MBN은 당시 방송에서 “그런 종교는 우리 상식의 생각을 뛰어 넘는 이상한 행동들을 한다”는 패널의 발언을 내보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무분별하게 등장하던 구원파 보도의 한 장면이다. 

   
▲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⑮ 북에 돈 보냈다? 무슨 근거로 

채널A는 2014년 5월 탈북자들이 출연하는 토크쇼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귀순자 A씨가 귀순 이후 한 번도 북한에 있는 어머니와 연락하거나 돈을 보낸 사실이 없는데도, 어머니와 연락하며 마치 돈을 보낸 것처럼 비춰지는 장면을 내보냈다. A씨는 방송 때문에 어머니의 신변이 위태롭게 됐다며 정정보도와 3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당시 채널A 토크쇼에선 “남한정부가 A씨를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A씨 어머니의 영상을 담은 북한의 ‘대남비방방송’을 소개했다. 이 때 MC는 “연기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말했고, 게스트로 출연한 한 탈북자는 “제가 봤을 때는 자식한테서 지금 돈도 받는 엄마에요. 보니까. 근데 강압적으로 (북한에) 이용을 당한 거에요”라고 말했다. 채널A는 귀순자 A씨를 탈북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결국 채널A는 정정보도와 함께 200만원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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