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시민단체가 3대 연예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의 기념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가격이 크게 문제가 되었다. 이유는 당연히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장 심했던 S사의 경우 금테를 두른 것도 아닌데 이어폰 하나에 123만원 정도였고, 전체적으로 15종을 다 사려면 384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여기에는 여러 개로 쪼갠 음반 상품들은 빠져 있었다. 두 번째로 비싼 Y사의 경우에도 100여 만 원이 필요했다. 언론에는 이니셜로 처리되었지만, 가장 심한 기업은 바로 SM이었다. 그리고 대표적인 소속 아이돌 그룹은 엑소(EXO)였다. 그들을 등골브레이커로 확증하는 사례였다.

‘등골을 빼먹는다’는 말은 부당한 가격이나 요구로 누군가에게 심한 경제적 부담을 주는 현상을 가리킨다. 등골브레이커는 청소년들의 명품의 과시 소비로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었고, 아웃도어 패딩 점포 때문에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패딩의 가격이 수십 만 원은 조족지혈이고, 수백 만 원에 이르러 사회적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등골브레이커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1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돌 소속사는 이에 무감각하다.

SM의 기본매니지먼트 경영전략의 원칙은 1등 전략에 폭풍물량주의다. 대규모 자본과 자원을 투여하고, 시장을 지배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룹이나 노래에 대한 최고, 1등주의를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한 기획사에서는 손을 댈 수 없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대개 그 결과를 만들어낸다. 돈을 아끼지 않고 전세계의 팝뮤직 프로듀서나 작곡가들을 스카웃하고, 뮤직비디오에도 대규모 인센티브를 통해 최고의 영상전문제작자들을 끌어들인다. 그것이 유튜브에서 소녀시대의 뮤직 비디오에게 상을 받게 한 저력이다. 대규모 프로모션을 통해서 일반 대중에게 각인효과를 짧은 기간 내에 이뤄낸다. 반복적인 노출은 감방 세뇌효과를 일으켜 인지도를 높여준다. 그러나 그 결과물들을 대중상품, 즉 표준화된 팝뮤직의 최고상태를 유지할 뿐이다. 즉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독보적인 개성은 없고 획일화된 음악적 문화 코드가 우세하다. 어차피 처음부터 대규모 자본을 투여해 시장을 지배한 뒤 수십 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뽑아내기 위한 경영을 내세워 왔기 때문에 새삼 이런 점을 논하는 것이 우스워지기 쉽다.

   
▲ SM 홈페이지
 

바로 문제는 그런 행태들에 대해서 브레이크를 걸어줄 비판적 평가 집단이 무력화되었다는 것이다. 브레이크가 없었기 때문에 브레이커가 된 것이다. 대규모 자본의 동학을 통해 한류 현상을 일으킨 이런 연예기획사들은 찬탄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케이 팝이라는 문화콘텐츠의 상업적 성공은 정부조차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경영적인 문화콘텐츠 담론이 횡행하면서 무비판적이 되었다. 때문에 그들의 경영행태는 성공 신화의 사례로만 치장되고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이 문화적 미덕이 되었다. 팝 뮤직의 긍정성을 아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편승해 자생적인 음악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SM의 경영전략을 미화할 필요가 없다. 팬들을 매력적인 아이돌 스타를 내세워 홀리고 그들의 관련 상품을 통해 주머니를 턴다. 순수와 열정의 팬심은 황금알을 만드는 도구에 쓰인다. 프레임의 구도는 명확하다. 팬심의 징표는 그들에 관한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 소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구매를 해야 한다. 이를 노리고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이익을 최대한 취하는 것이 SM 모델의 특징이다. 이런 기념품을 완전체로 구매하는 것이 진정한 팬심의 기준이 된다. 또한 돈을 지불하고 여러 장으로 만든 앨범을 모두 살 때만이 진정한 팬이라는 신기루 같은 신화 위에 존재한다. 요즘에는 세계화 명품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한층 더 수익을 짜내고 있다. 예컨대, 언론매체를 통해 세계의 명품업체들과 연예기획사들의 합작 협력이 화제가 되었다. 한류 현상 때문에 세계 명품업체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한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줄만한 일이라고 홍보한다. 알고 보면 명품 업체들과 같이 디자인했다고 해서 패션 아이템들이 수십만에서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결국 팬심을 활용해서 필요 없이 비싸게 팔아먹는 것이 그들의 협력이 갖는 전략적 동기일 뿐이었다. 심지어 화보나 사진조차도 명품 구매를 통해 주어졌고, 수십 만 원 이상의 제품을 살수록 콘서트 티켓의 우선순위를 주는 행태들은 본래의 음악적 활동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수익 다변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 된다.

2014년, 김준수가 출연했던 뮤지컬 '드라큘라'의 공연 기념품(MD)이 4억 원 정도 팔렸다. 예술의전당에서 관객들이 이 기념품을 사기 위해 수백m 줄을 길게 서 진풍경을 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념품의 가격은 어떠했을까. 가격은 6천원에서 비싸도 3만원 정도였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 감동의 여운을 잡기 위해 기념품을 구매했던 것이고, 제작사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적절한 가격대의 안성맞춤의 기념품을 제공했던 것이다. 최적화의 비율을 잡아내는 것이 서로의 상생을 이뤄내는 것임이 분명하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경우 출연 배우들이 그린 고흐의 그림을 관객들에게 제공을 했고, 그 가격은 관객들이 매길 수 있게 했다.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하고, 그에 이를 사도록 암묵적인 강제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과 거리를 뒀던 것이다. 그 수익금은 제작사나 배우들이 가져간 것이 아니라 기부했다. 아이돌 그룹 소속사들은 이렇게 할 수 없는 것일까. 아직도 산업시대의 공장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고가의 기념품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 비판을 받는 당사자들은 두 가지 심리적 기제를 작동시킨다. 우선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이 비싸야 한다고 본다. 최고 인기 배우는 개런티도 최고이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 하지만 지나친 개런티가 질서를 파괴하는 것과 같이 기념품도 마찬가지다. 또한 비싸다고 느끼면 상품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팬심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것이며 관객들에 대한 무례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팬심은 상품을 구매하는 용도가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신뢰의 단계로 좀 더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있다. 그러려면 상생의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기념품의 가격도 적절하게 유지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다. 기념품은 명품이 아니라 스타의 손길이 배어야 더 좋으며 그것은 팬들이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익은 온전히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동체적인 소유가 되어야 더 좋다. 공동기획사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순수한 팬열정을 기업이익을 위해 최대한 뽑아내는 기업이라는 평가는 결코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1위의 아웃도어업체조차 등골브레이커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저렴한 상품을 내놓은 것은 결코 그들이 평소 호혜의 성격이라서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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