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008호 기획은 방송사 ‘땡박뉴스’ 분석이었다. 분석 결과 KBS‧MBC‧SBS 지상파 방송사들은 비슷한 분량으로, 무차별한 방식으로, 대통령 보도를 했다. 조‧중‧동 보수 언론의 사설을 구별하기 쉽지 않듯 지상파 리포트들은 ‘오십보백보’였다. 차마 우열을 가릴 수 없었던 것.

민감한 이슈를 피해가는 모습도 꼭 닮아 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4일 지상파 방송사 메인뉴스가 13일까지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 건을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관련기사 : KBS·MBC·SBS 메인뉴스, 국정원 해킹 보도 ‘0건’>

   
▲ 지상파 3사, JTBC의 국정원 불법감청의혹 관련 보도건수.
 

14일은 달랐다. KBS 메인뉴스 ‘뉴스9’은 12번째, 13번째에서 국정원 해킹 건을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6번째, SBS ‘8뉴스’는 4번째에 뉴스를 배치했다. 느닷없이 왜? 이날 국회 정보위가 국정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목이 집중됐다. 뉴스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리포트 내용은 ‘오십보백보’였다. 이들 방송사는 “북한의 해킹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용으로 구입했을 뿐 민간인 사찰이나 선거활용은 전혀 없었다”는 국정원의 반박을 중심으로 리포트를 구성했다. 

   
▲ MBC 뉴스데스크(왼쪽), SBS 8뉴스 14일자 보도. 국정원의 입장을 따옴표 안에 넣어 리포트 제목을 뽑았다.
 

대선과 총선이 있던 2012년, 국가 정보기관이 어떤 이유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 따지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에 포함된다. 방송사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하고 있다. 의무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눈 앞에 400GB나 되는 자료의 바다가 펼쳐졌는데도 말이다.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 자료는 누구나 접근가능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 큐브에서 열리는 공영홈쇼핑 개국식에 앞서 스튜디오를 찾아 판매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날도 박 대통령 발언을 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14일 개국한 공영 홈쇼핑 촬영 현장을 박 대통령이 찾은 것이다. KBS 뉴스9은 5번째에 배치했다. 박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국정원 보도보다 더 먼저 알려야 하는 사실일까. ‘오십보백보’다. 내용도 형식도. 

   
▲ KBS 뉴스9(왼쪽), MBC 뉴스데스크 14일자 보도.
 

“박 대통령은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공영 홈쇼핑이 중소기업인의 꿈을 실현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KBS)
“박 대통령은 이어 TIPS 창업타운 개소식에 참석했습니다. 벤처 창업가와 투자자들을 연결해주는 창업타운에서 박 대통령은 세계시장에 대한 도전정신을 강조했습니다.”(MBC)
“박 대통령은 전국의 창조경제 혁신센터와 벤처창업 타운을 연계해서 정부와 대기업, 벤처기업이 협업하는 창조경제의 모델로 육성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SBS)

이번 미디어오늘 기획 기사의 제목은 “지상파 ‘땡박뉴스’는 언제나 ‘태평성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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