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평촌센터에서 업무 실적을 관리하기 위해 수리기사와 고객의 통화내역까지 보고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곳의 서비스 기사들에 따르면, 관리자는 실적관리를 이유로 수리기사들에게 연장 근무를 강제한 뒤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실적이 낮은 직원은 연차를 3일 동안 강제로 사용하게 했으며 실적이 낮은 팀은 팀원 전체가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경우도 있었다. 

삼성전자서비스 평촌센터는 삼성전자서비스 경원권역에서 실적이 가장 좋은 지점이었다.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은 물량을 얼마나 빨리 처리했는지, 고객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수리 과정에 대해 설명했는지 등이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수리기사가 얼마나 친절했는가’를 평가하는 기준은 고객마다 다르고 자의적”이라며 “객관적인 평가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평촌센터의 높은 실적의 비결은 관리자들이 원청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리기사들을 쥐어짠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부작용 중에는 고객과의 통화내용을 관리자에게 공개하는 것도 있었다. 

특히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관리자들이 접수 물량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예약된 접수 건을 항상 하루 전에 미리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며 평촌센터 수리기사들은 고객이 예약한 시간보다 더 빨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고객과 예약을 조정해야 했다고 전했다.

   
▲ 평촌센터 수리기사들이 고객과 통화내용을 녹취 파일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대화 화면 갈무리. 사진=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 제공
 
   
▲ 평촌센터 수리기사들이 고객과 통화내용을 녹취 파일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대화 화면 갈무리. 사진=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 제공
 

애초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고 평촌센터 수리기사들은 증언했다. 이 경우 수리기사들은 고객과 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노력한 사실을 증명하는 통화내용을 녹음해 관리자에게 제출해야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한 수리기사와 고객과의 통화내용에는 고객의 위치나 수리 제품과 내용 뿐 아니라 스케쥴을 하루 앞당기기 위한 대화에서 고객의 구체적인 일정과 방문을 앞당길 수 없는 고객의 구체적인 사정까지 나온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성명에서 “이는 고객들의 사생활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고객 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한 것”이라며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고객 사생활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고객의 사생활 정보가 평촌센터 직원 뿐 아니라 외부로도 유출될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센터에 따라 수리기사들의 재계약 조건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평촌센터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본인이 담당자라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삼성전자서비스 평촌센터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런 사실을 지시한 적이 없고 처음 듣는 얘기”라며 “(위와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답변할 의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는 "실적이 낮다는 이유로 해당 팀 전체가 업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평촌센터 관련 채팅 내용화면 갈무리. 사진=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 제공
 

지난 2013년 당시 민주당 한명숙, 은수미 의원이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조사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업무환경 및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절반 이상(53.9%)은 심리 상담이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 명 중 한명이(34.8%) 자살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9년 보건복지부가 일반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16.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이는 극심한 감정노동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 노무관리는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울산센터에서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이혼이나 금전문제 등을 이용하거나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납치했던 사건이 있었다. (관련기사 : “노조 활동한다고 휴대폰 뺏고 섬으로 데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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