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게 다 차별이다. 그냥 게이 레즈 결혼 합법인 나라에 가셔 사셨으면 좋겠네요.”
“고만 씨부리고 소수자로서 살아가 그냥. 글고 대한민국은 댓글 땜에 바빠. 니들하고 노닥거릴 형편이 못돼.”
“니들 멋대로 하고 살면서 무슨 형식을 따져. 우리나라에서 동성애 안된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니들 맘대로 한건데 법적으로 인정받고 보호해달라는 건 너무 뻔뻔스럽잖아.”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을 받았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동성애가 병이라거나 더럽다거나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성소수자들이 권리를 찾으려는 목소리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 부부는 그냥 살기를 거부했다. 지난 2013년 공개 결혼식에 이어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고 혼인신고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최초의 동성혼 소송이다. 

이 소송에는 총 15명의 변호사가 함께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희망법)의 한가람 변호사도 그 중 한 명이다. 한 변호사는 한국게인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으로 활동했으며 성기 성형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이끌어 낸 변호사기도 하다. 친구사이는 그를 ‘한국 최초로 커밍아웃 한 게이 변호사’로 소개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한 변호사는 종종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제도적 차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야기 할 때 그는 ‘모욕적’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동성결혼, 퀴어축제에 반대한다”는 법무부장관 후보 등의 발언도 절망스럽다고 했다. 사회적 인식이 변한다고해도 제도적 변화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아래는 한 변호사와의 1문 1답이다. (인터뷰에서 부족한 부분은 한 변호사의 페이스북과  동성혼 소송 심문기일에서 오갔던 내용을 참고했다.)

 

   
▲ 지난해 서울 신촌 연세로 차없는 거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사진=퀴어문화축제 기획단
 

-동성커플에 대한 혼인이 사회적 이슈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인가?
“2004년에도 한 동성커플에 대한 혼인신고 불수리가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심리는 1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뛴 너무 ‘늦은’ 것이기도 하다. 그 사이 어떤 커플은 세상을 떠났고 어떤 커플은 헤어지고도 재산분할청구권 없이 길바닥에 나앉았으며 어떤 커플은 같이 사는 친구로 속이거나 또는 같이 사는 사실마저 숨겨야 하는 관계로 살아왔다.”

-혼인 신고가 반려된 근거는 뭔가?
“(이번 김조광수 부부 관련해서) 서대문구가 불수리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두 당사자간 ‘혼인의사의 합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1970년대 판례도 이런 논리였는데 이 근거의 기본 전제가 이미 ‘동성간에는 혼인할 수 없다’이다. 따라서 동성은 혼인의사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동성 간 혼인은 불가능하다. 무한 반복이다. 
두 번째는 ‘부부’라는 표현이다. 부부라는 단어는 이성간의 결합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가 두 사람의 결합을 표현하는 용어일 뿐이지 그 단어 자체에 얽매어서는 안 된다. 부부라는 단어가 들어간 조항들도 혼인을 해서 생기는 권리와 의무에 대해 설명한 것이지,  혼인의 성립요건이나 장애사유가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부부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부부라는 단어가 남자 여자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관념에서 볼 때 사랑과 헌신을 약속하고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한 사람들을 부부라고 부르는 거다. 따라서 이 단어의 어원적 해석을 통해 동성결혼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단어는 뜻이 변하는 거고 사회적으로 더 이상 그런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면 변할 필요가 있다. 이미 언론을 포함한 우리 사회는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을 부부로 호칭하고 있다.”

-헌법 36조 제1항에서도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돼 있다. 여기에서 ‘양성’ 이라는 단어도 논란이다.
“이 조항은 여성 차별이 심하던 시대에 성평등을 위한 조항이었던 것이지 결혼 자체를 이성관의 관계로 묶어두기 위한 것이 아니다. 즉 동성간의 결혼을 금지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걸 가지고 금지라고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문언을 넘어선 해석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보편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해석이기도 하다.”

 

   
▲ 한가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사진=한가람 제공
 

-동성결혼을 인정한 나라에서도 이런 단어가 문제가 된 적이 있나
“영어 단어를 보자. Wife와 Husband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을 합헙으로 판결했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한상희 교수님이 법정에서 말씀하신 부분인데 인용하자면. 스페인은 헌법에 표기된 ‘man and woman’ 규정을 두고 이성혼에 비해 동성혼을 차별하라는 것이 아니라 혼인내에서 남자에 비해 여자를 차별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꼭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건가. 법적 제도가 없어서 문제가 됐던 사례가 많나?
“한 레즈비언 커플의 경우다. 같이 살았고 한명이 생계를 이어나갔다. 그러다 그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분의 가족은 장례 절차 등에서 파트너를 모두 배제했다. 심지어 어디에 유골을 모셨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둘 사이의 관계를 뻔히 알면서도 가족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사례는 언론에서 접한 것인데. 40년 동안 같이 산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다 한 분이 아파서 돌아가셨다. 남으신 분이 아파트에서 물건을 챙겼더니 돌아가신 분의 조카가 이 분을 절도죄로 고소했다. 두분이 살던 아파트 키도 바꿔버렸다. 그래서 남은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법 제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나.
“아플 때, 헤어질 때, 죽을 때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동성커플이 병원에 갔을 때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친척이에요? 친구에요? 친구면 보호자가 안 된다는 거다. 내가 이 사람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옆에서 간호할 사람임에도 의료 접견권에서 배제가 된다. 재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 명의로 해 놓은 채 오랫동안 살다가 헤어지게 되면 나머지 한 사람은 돈 한푼 없이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보통 사귈 땐 이런 것까지 준비하지는 않으니까.”

-분쟁 문제 외에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해 힘든 점은 어떤건가
“제도적 차별과 불평등이 주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전세자금 대출 좀 못 받으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제도가 나를 배제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김조광수 감독이 말했듯이, 나는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왜 나는 시민이 아니라고 하는지. 왜 나는 결혼할 권리가 없다고 하는지. 굉장히 모욕적인 일이고 눈물나는 일이다. 그래서 법정에서도 변호사들이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면 많이 울었다. 대리인단 변호사 대부분은 이성애자다.”

 

   
▲ 지난 2013년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소수자 4대 인권입법과제 실현 촉구 및 김조광수-김승환 결혼식 국회의원 초청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민중의소리
 

-제도로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적 인식의 문제도 있다. 성소수자가 왜 제도로 들어가야하는지 설득하기 힘들지 않나?
“성소수자가 느끼는 심각한 스트레스 중 하나다. 사회는 우리에게 계속 ‘니네들이 왜 권리를 가져야하는지 입증해보라’고 한다. 굉장히 폭력적이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조광수 김승환씨는 자기들이 어떻게 자랐고, 언제 게이라는 걸 깨달았고, 언제 상대방을 만나서, 어떻게 연애를 했으며, 왜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지금 어떻게 같이 살고 있는지, 서로 가족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야 했다. 이성애자들은 혼인신고하면 끝인데 우리는 왜 법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야하지? 우리한테 왜 입증책임을 물리는지.”

-동성결혼이 합법화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까.
“김승섭 교수가 법정에서 한 말이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낙인은 전 사회적인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당사자들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의 가족과 친구와 동료에게도 가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소수자를 전체 인구 중 최소 2% 정도로 잡더라도 100만의 인구이고, 이들의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사회적 건강수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혼 형태를 취하고 있는 성소수자도 많은가? 
“상당히 많다. 지난 해 친구사이에서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연애하는 비율이 상당했고 이 중 20% 이상이 동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40대 이상으로 가면 5년 이상 같이 살고 있는 비율이 높다. 성소자들끼리는 이를 ‘가족 실천’이라고 한다. 우리한테는 가족도 ‘하는 거’라서 그렇다. 가족 실천을 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다. 다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동성커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네에서 알아보기 시작할 때쯤 이사를 간다고 한다. 검열을 하게 되는 거다.”

-한 미국의 게이가 동성혼 금지 위헌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동성결혼이 합법화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김조광수 감독이 했다. 38년이 걸렸다고. 한국은 어떨 것 같나?
“한국의 제도 수준은 상당히 후진적이다. 김현웅 법무부장관 후보가 퀴어축제와 동성결혼을 반대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국제기준에서는 당연한 건데도. 보수개신교의 일원들이 정권과 제도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전의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사람들이 대법관, 헌법재판소에 있다. 심지어 국회에서 동성애치유 행사를 한다. 외국에서 보면 깜짝 놀랄 일이다. 이런 현실을 마주할 때면 우리가 이 입증 책임을 지고 한 사람씩 설득시킨다해도 정말 이 제도는 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암담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1보 전진하고 2보 후퇴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건 1보 전진이지만 철회되면서 2보 후퇴했다. 정치인들에게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면 문제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 그런 후퇴를 경험할 것 같다. 그럼에도 이 흐름은 대세이고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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