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26일 애플워치 출시와 동시에 탑재 가능한 전용 뉴스 앱을 내놨다. 한경 측은 “애플워치에 접근한 것 자체가 매체와 디지털 세대와의 접점을 찾는 시작”이라고 말했다. 

애플워치 어플을 비롯해 모바일·태블릿 PC 등 온라인 플랫폼 등을 담당하는 한경 디지털전략부를 지난 3일 서울 중구 한경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디지털전략부는 이익원 편집국 부국장이 IT과학부와 동시에 맡고 있다. 이들은 국내 애플워치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한글 뉴스로 ‘한국경제신문과 한경 플러스 앱’이 유일하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박승표 디지털전략부 차장(IOS 개발 담당)은 자신의 아이폰에서 손가락으로 쓸어가며 한국어 앱 중 상단에 위치한 한국경제 앱을 보여줬다. 박 차장은 “한국 이용자들의 경우 일단 한국어 앱을 먼저 설치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좋은 출발”이라고 말했다. 

애플워치는 애플이 내놓은 웨어러블 기기다. 손에 쥔 스마트폰이 아니라 손목에서 바로 온라인으로 연결된다. 한경의 애플워치 앱 개발 시간은 단 3주. 개발 단계에서 애플워치가 국내 보급 전이라 애를 먹었다. 애플워치를 옆에 두고 있었으면 개발이 더욱 빨라졌을 거라는 게 한경 측 설명이다. 

   
▲ 애플워치에 탑재된 한국경제신문과 한경 플러스 앱(사진 왼쪽) 화면과 앱을 구동한 모습. /한국경제신문 제공
 

 

물론 이는 기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을 개발한 경험이 작용했다. 한경은 아이패드 앱 출시에서도 꽤 선도적이었다. 비주얼이 훌륭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시장에서 선도적인 것이 곧 성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우려는 애플워치 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당장 국내 이용자들이 최소 5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애플워치를 얼마나 소비할 지가 관건이다. 그 중에서 한경 앱을 다운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한경 앱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한경의 고민은 ‘애플워치의 단기적 성과’가 아니다. 최진순 한경 디지털전략팀 차장은 애플워치 개발의 장점은 “물론 단기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다른 차원에서는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갖는 것이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독자와 언론의 점점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더욱 빠르게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에서 보면 그렇다. 

현재는 출시된 웨어러블 기기는 초기 단계다. 앞으로는 이 분야는 물론 사물인터넷(IoT)으로 확장될 것이다. 제조업체의 기술은 이미 사물인터넷 쪽으로 선회했다. 독자들의 눈은 점점 냉장고·싱크대·세탁기 등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로 넘어간다. 언론은 언제까지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최 차장의 질문이다. 

그는 “애플워치 앱의 한계는 물론 있지만 우리 도전은 여기가 종착점이 아니다. 포장해서 말하자면 우리는 실패하더라도 데이터를 얻는다. 이용자 연령대는 물론 사용패턴 등 이런 다양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는 어떤 언론사도 갖지 못하는 경험이다.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플랫폼에 대해 우리는 더 유연하게 대응할 맷집을 키웠다. 오히려 디지털 플랫폼을 상대해야할 언론 매체로서 애플워치 등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안이한 대응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기술기업과 협력 속에서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가 앞으로 언론사 생존의 관건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들의 시도는 ‘처음’ 이라는 점에서 실패하더라도 실패가 아니다. 

한경이 디지털 플랫폼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전략부의 특성이 바탕이 됐다. 개발자와 기자가 함께 있는 이 팀에서는 개발자의 아이디어와 기자의 저널리즘적 시각이 자연스럽게 접목된다. 

   
▲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디지털전략부 기자들이 모바일 기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최영민 과장, 최진순 차장, 유하늘 기자, 박승표 차장. 사진=한국경제신문 제공
 

박 차장은 “외국 언론사 가운데는 애플워치에 맞는 특정 콘텐츠를 벌써 재생산하고 있다”며 “이미지 캡션으로 본문을 줄여 넣는 식으로 이미지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어로도 구현 가능한지 등은 개발자와 기자들이 함께 고민해야할 영역이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는 “타 언론사 유료앱 관리 부서에 있는 친구는 온라인의 사소한 변경 하나도 닷컴 개발자와 이야기해야 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다고 하더라”며 “그에 비하면 항상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앱 개발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만들어진 한경에도 남은 것은 결국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냐다. 애플워치는 손목 위에 올라앉은 작은 단말기다. 한 화면에 보이는 글자수는 대략 다섯 줄. 푸쉬 알림을 통해 새로운 뉴스를 알려주지만 애플워치 앱에서 장문의 기사를 읽기에는 무리다. 애플워치를 통해 소비되는 뉴스는 어떤 종류고 어떤 이용자들이 될까. 

이 질문은 한경도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애플워치 앱을 운용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야할 지점이다. 다만 최 차장은 뉴스의 단문화와 요약화, 키워드화를 한 방향으로 꼽았다. 

“뉴스룸 안에서는 애플워치에 탑재될 콘텐츠의 재가공 기획, 큐레이션 뉴스 등이 별도로 제공돼야 한다. 당연히 애플워치 사용자들의 경험과 각각의 시간·공간·위치에서 필요로하는 내용이 다를 것이다. 이런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하면 이후 기사는 더욱 풍부해지지 않겠나?”

최 차장은 뉴스가 단문화하고 플랫폼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늘었다고 해서 소위 ‘드립’ 좋은 알바에게만 뉴스 콘텐츠를 맡겨 놓을 순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플랫폼이 옮겨갈수록 저널리즘의 기본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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