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통일 아젠다를 놓고 경쟁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7일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통일 나눔 펀드’ 출범식을 열었다. 재단 이사장은 안병훈 조선일보 사외이사로, 2007년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조선일보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안병훈 이사에게) 이사장직을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통일과 나눔’은 조선일보 ‘통일이 미래다’ 캠페인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통일과 나눔 재단’ 이사진에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여했다. 이 재단은 정부의 공식 기부금품 모집단체이며,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조선일보는 최근 사보에서 “좌와 우,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민간 통일 운동의 ‘허브’로서 통일 나눔 펀드를 모아 남북 교류협력과 동질성 회복, 통일 공감대 확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단체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재단의 취지를 설명했다.

안병훈 이사장은 사보 인터뷰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 희망의 돌파구는 통일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정부가 열심히 했지만 이제는 분단이 고착화되기 전에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며 “우리 자식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투자한다는 심정으로 통일 나눔 펀드를 모으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일보 사우들도 1가족 1만원씩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병훈 이사장은 친박계 원로7인회 중 한 사람으로, 박정희정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로 활동했다. 

   
▲ 조선일보 5월27일자 2면.
 
   
▲ 중앙일보 7월6일자 1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6월22일부터 5박6일간 선양-단둥-퉁화-지안-송강하-백두산-이도백하-엔지-팡촨-훈춘 등 북‧중 접경지역을 다녀왔다. 중앙일보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신각수 국립외교원국제법센터소장, 이인호 KBS이사장, 이태식 전 주미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조건식 전 통일부 차관,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등 30여명의 인사가 참가했다.

중앙일보는 6일자 지면부터 이번 행사에 참석했던 소설가 김훈씨가 ‘평화 오디세이-강의 노래’란 이름의 연재를 시작했다. 6일자 1면 머리기사는 ‘분단 70년, 평화가 와야 통일이 온다’였다. 중앙일보는 “남북문제의 해결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며, 그 주체는 우리일 수밖에 없고,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6월 홍 회장의 행보는 ‘통일’로 요약할 수 있다. 중앙일보가 주관한 지난 6월 8일 학술회의에선 국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특위와 민간 싱크탱크 한반도포럼이 만나 공동발표문을 냈다. 홍석현 회장은 한반도포럼 고문이다. 이날 학술회의에선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등 남북 당국 간 합의 정신은 존중돼야 한다”는 의제를 비롯해 △남북대화를 통한 5․24조치 해법 마련 △대북 인도지원 지속과 이산상봉 정례화 등 10여개 의제가 담긴 공동발표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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