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에 메르스 온라인 광고를 몰아준 사실이 확인돼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광고가 집행된 보수 성향 매체 가운데 데일리안과 미디어펜은 현 청와대 인사 등이 몸담았던 언론사여서 편향성 시비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온라인매체 메르스 광고’ 자료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총 4500만 원 규모의 배너광고를 지난달 10일부터 20일까지 언론사 9군데에 집행하고 있다.

9곳은 매일경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한국스포츠경제, 데일리안, 뉴데일리, 미디어펜, 뉴스파인드, 더팩트 등이다. 이 광고는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지난달 10일 의뢰했다. 

이 가운데 데일리안‧뉴데일리‧미디어펜‧뉴스파인더 등은 대표적인 보수 매체이다. 특히 데일리안은 민병호 청와대 뉴미디어 수석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발행인 겸 대표이사로 있던 언론사다. 

이의춘 문화부 국정홍보 차관보는 미디어펜 대표이사를 하다가 지난 5월 문화부 차관보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데일리안 편집국장이었다. ‘친정 챙기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 지난 6월 19일 전국 일간지 지면신문에 게재된 메르스 광고
 

문화부 국민소통실 관계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메르스 관련 보도의 노출 빈도가 높은 언론사 중심으로 (광고를 한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광고 게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문사(종합일간지) 광고는 이미 나갔기 때문에 닷컴사들은 제외를 했다. 경제지, 스포츠지, 인터넷 신문 등을 대상으로 어느 매체에 할지 자체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온라인 매체는 특별한 (광고 게재) 기준이 없기 때문에 광고하는 사람들 쪽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노출 빈도, 이를 테면 인터넷 매체 순방문자수(닐슨코리안클릭 6월 집계 자료 기준)를 따졌을 때 노컷뉴스, 오마이뉴스, 민중의소리 등 진보성향으로 꼽히는 언론사들이 보수성향 매체 4곳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해 이와 같은 문화부의 기준에 물음표가 붙는다. 

정치권에서도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허영일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국민일보 메르스 광고 배제에 이어 또다시 권력을 이용한 광고 ‘갑질’을 한 것으로 언론을 자신들의 입맛에 길들이기 위한 저열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문화부가 지난달 19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던 국민일보만 제외하고, 종합일간지 1면에 정부 광고를 실은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어, 허 부대변인은 “광고가 실린 온라인 매체 중에서 4개의 언론사는 대표적인 친정부성향 매체로서 문화부 국민소통실 관계자가 광고 집행 기준으로 밝힌 ‘방문자 등 상위에 있는 매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자의적인 광고 집행”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광고 집행에서 객관적인 기준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며 “데일리안 발행인 겸 대표이사 출신의 민병호 청와대 뉴미디어 수석, 미디어펜 대표이사 출신의 이의춘 문화부 국정홍보 차관보의 ‘친정 챙기기’이거나, 문화부 국민소통실에서 두 사람의 심중을 파악하고 알아서 광고 집행을 한 경우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종 문화부 2차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차원 광고 ‘갑질’에 대해 ‘국민소통을 책임지고 있는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김 차관은 계속되는 정부의 광고 ‘갑질’ 횡포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분명하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긍정 보도를 해주는 언론사에 당근을 줘, 계속적으로 유리한 보도를 하게 만드려는 것”이라며 “과거 군부시대에는 물리적으로 언론사를 탄압했다면 지금은 합법적인 방식으로 언론사를 길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이런 방식의 탄압이 노골적으로 계속되고 있다”며 “국민 세금을 통해 언론을 길들이는 행태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독선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