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수 공무원의 버스 사고 수습을 위해 중국 현지에 파견된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이 7월 5일 숨진 채 발견됐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언론기관에 따라 추락사로 보도하거나 투신, 자살로 보도하는 등 입장이 엇갈렸다. 그런데 포털을 비롯한 블로그, 카페, 트위터 등에는 ‘자살’로 이미 파다하게 전파되고 있었다.

실제로 네이버나 포털로 ‘최두영’ ‘자살’로 검색해보니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보도가 있었다. 현시점에서 너무 성급하고 또한 부정확한 보도라는 판단이 들었다. 아무리 언론이 앞서간다고 하지만 그의 죽음에 대한 사인(死因)이 밝혀지지않았고 병원측은 이제 부검을 하는 등 언론이 벌써 ‘자살’로 예단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런데 투신이나 자살이라고 단정하는 보도행태는 정당한 것인가.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홍콩성호텔 보안 요원이 이날 오전 2시50분쯤 최 원장이 호텔 건물 외부 지상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지안시정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13분쯤 지안시 개발구파출소로 모 호텔 4층에서 남성 1명이 추락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며, 병원 구급차량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추락한 남성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한다.

   
중국 공무원 버스 사고 방송보도 캡처.
 

언론이 주목해야 할 사실(fact)은 ‘최 원장이 4층에서 추락했다’. ‘그는 숨졌다.’ 정도에 불과하다. 행자부도 공식적으로 "최 원장이 호텔 객실에서 떨어져 숨졌다"면서 "추락 원인이 투신인지 실족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언론은 보도했다. 중국 당국도 병원도 사망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등 예단과 추측보도로 언론 보도의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키면서도 반성이나 대안이 없다. 도대체 어떤 언론이 절제되고 신중한 보도를 하는지, 또 어떤 언론이 벌써 ‘자살’ 등 예단과 추측을 앞세우며 부정확한 보도를 하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봤다.

먼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중국 사고수습팀 최두영 연수원장 숨진 채 발견, ‘압박감 느낀 듯’”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뉴스 본문에도 자살이나 투신 등의 추측성 내용은 없었다. 연합뉴스의 기사를 제공받은 것으로 판단되는 동아, 조선, 문화 등도 “숨진 채 발견됐다”는 팩트에 충실했다.

그러나 민영통신사인 뉴스1, 중앙일보, 전자신문 등은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 투신, 사망” 혹은 “최두영, 中 호텔서 투신, 자살” 등으로 보도했다. 수많은 블로그와 카페 글에서는 이들 뉴스를 인용하며 ‘투신, 자살’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경향신문 트위터에서는 ‘자살’로 전파되고 있었다.

그는 어쩌면 수많은 언론의 예측대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실족사든 투신이든 이런 큰 비극앞에 그의 죽음 자체가 별로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원칙이 이런 식으로 사실(fact)이 무시되고 추측, 예단이 앞서게 되면 한국 저널리즘의 미래는 암담해진다.

언론사수는 너무 많아졌지만 언론에 대한 신뢰와 기대는 더 나빠졌다. 일인 미디어 시대, 인터넷 미디어 시대라며 너도나도 뉴스를 만들고 칼럼을 올리면서 사실확인은 언론 스스로 한심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언론이 저널리즘의 제1원칙 ‘사실에 충실하라’는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권고한다.

사실에 충실하게 되면, 최 원장의 죽음은 투신인지 추락사인지 아직 알지못한다. 따라서 행자부나 병원측의 공식 죽음의 원인을 기다려야 한다. 공식 발표를 했음에도 납득할 수 없다면 그 다음은 언론의 취재영역이다. 그런데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언론이 이미 자살, 투신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너무 무책임하고 너무 부정확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리고 자살관련 사건에서는 ‘자살보도준칙’을 지켜야 한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무분별한 연예인 자살 보도가 일반인의 자살 충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2008년에 보도 준칙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해 언론사들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주문한 자살보도준칙을 함께 준수하기로 합의까지 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자살보도에 언론이 ‘신중하게 보도하라’는 주문이었다.

신중한 보도는 섣부른 예단이나 추측을 부정한다. 자살방법의 제시나 슬픔을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등 언론윤리강령 차원에서 지켜야 할 원칙등을 제시하는 정도다. 그러나 막상 이런 사고 상황에 마주하면 기자도 언론사도 모두 제정신이 아닌 듯 하다.

최 원장의 죽음은 유명 연예인의 그것과는 물론 다르다. 그러나 신중하지못하며 또한 정확하지 않은 ‘자살’ ‘투신’ 등의 보도는 또 다른 대형사고를 내포하고 있다. 아무도 책임을 묻지않는다고, 또한 법적 책임을 묻더라도 솜방망이로 피해나갈 수 있다고 함부로 지금처럼 보도하면,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는 날이 올 것이다.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보지말라. 기본에 충실하라.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