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고주협회(이정치 회장)가 발표한 ‘2015 유사언론 행위 피해실태 조사결과’를 두고 일명 ‘유사(사이비)’ 언론으로 거론된 언론사들이 “이번 광고주협회 조사의 객관성을 인정하기 힘들고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제안과 맞물려 언론을 길들이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광고주협회는 지난 1일 마케팅 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체 100개 기업 홍보담당자로부터 받은 유사언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사언론행위로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해 90%(매우심각: 53%, 심각한 편: 37%)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며 “유사언론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매체사로는 메트로가 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협회는 그러면서 “이번 조사에서 메트로를 포함해 유사언론행위가 심한 것으로 지적된 상위 10개 언론사에 대해서는 건전한 저널리즘의 확립과 광고시장의 선순환적 발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며 “향후에도 광고시장을 교란하고 광고산업을 위축시키는 유사언론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피해사례를 수집, 문제 매체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협회가 이번에 247개 기업의 홍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사언론행위를 하는 언론사로 거론된 192개사 중 왜 유독 메트로만을 문제의 언론사로 공개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아울러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기업 홍보담당자로부터 입수한 상위 20개 유사언론 행위 매체를 보면,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들은 모두 제외돼 있어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한국광고주협회에서 운영하는 반론보도닷컴
 

이번 광고주협회의 가장 심한 사이비 행위 매체로 선정된 메트로 측은 “광고주협회는 이미 대자본을 뒷배경으로 언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이른바 ‘나쁜 언론’ 또는 ‘유사언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목을 쳐낼 언론을 선택해 실제로 집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세준 메트로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최근 광고주협회와 몇몇 기업 관련 비판적 보도 이후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보도 건으로 대립하고 있고 결국 법적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메트로만을 표적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며 “이는 보복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포털에 메트로를 빼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요구하면서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것이므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메트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병역면제와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등 관련한 다수의 기사를 내보낸 후 광고주협회가 네이버에 항의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당시 광고주협회는 네이버에 메일을 보내 “최근 메트로가 1월 15일 강세준 편집국장 취임 이후 연일 부정적 기사를 쓰고 기업을 찾아다니며 광고를 강요하고 있다.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며 오너 일가와 관련한 악의적인 기사를 쓰고 부당한 협찬 금액을 회원사에 요청해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협회에서는 2월 4일 이사회에서 긴급하게 메트로의 사안에 대해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메트로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를 해주실 것을 정중히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광고주협회는 지난 2011에도 ‘광고주가 뽑은 나쁜 언론’으로 프라임경제·한국증권신문·일요시사·시사서울비즈·메디컬투데이 등 5개사를 선정해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더피알의 경우 지난 2012년 “광고주협회가 실시한 ‘나쁜 언론’ 조사에서 조선비즈가 최다 득표를 기록했으나 유력지가 나쁜 언론으로 지목된 것에 부담을 느낀 협회 측에서 발표를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가 광고주협회가 해당 사실을 부인하면서 조선비즈와 소송에서 정정보도를 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조선비즈는 ‘나쁜 언론’ 아니다” 정정보도 끌어내)

   
▲ 지난 2일자 메트로 1면
 

곽혁 광고주협회 상무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국리서치에 조사를 의뢰할 때 사이비 언론의 배경과 원인이 뭐냐는 질문에 답하기 쉽게끔 보기를 써줄까 하다가 한국리서치 쪽에서 그냥 둬도 기업이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주관식으로 뒀다”며 “언론사 보기도 두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그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서로 얘기가 돼서 응답자가 직접 쓰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곽 상무는 설문 응답에서 거론된 192개 언론사 중 메트로 신문만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192개 모두 발표할 안과 상위 10% 발표안도 고민했는데 지난 2011년 발표 때도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해도 선정 기준 등 시행착오가 있다 보니 다 하기엔 부담이 있었다”며 “그러면 가장 심한 한 곳만 발표하고 나머지 언론사는 매체명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말고 조사 결과에 대한 광고주의 우려 의견만 전달하기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곽 상무는 또 광고주협회가 포털 측에 지속적으로 유사언론을 퇴출해 달라고 압박하고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는 포털 측에 사이비 언론 행위 등에 대해 회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테니 제휴 평가와 계약 기간이 되면 이를 검토해서 합당하면 퇴출할 수 있는 근거 마련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럼에도 네이버가 그 역할을 전혀 안 하다가 갑자기 모든 걸 외부 제휴평가위로 돌리겠다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고 네이버가 취할 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제휴평가위가 구성되면 사이비 언론과 어뷰징 문제와 관련해 우리 협회가 아니더라도 진정성을 갖고 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참여했으면 하는 제안을 네이버와 다음 모두에게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광고주협회 조사결과 메트로와 함께 유사언론 상위권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진 A신문 편집국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 스스로 자정할 필요성이 있지만 기업도 언론 길들이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이비 행위를 더 많이 하는 메이저가 있음에도 누락된 점을 보면 광고주협회 조사의 객관성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B인터넷매체 편집국장은 “가령 우리가 독자 200명을 상대로 해서 ‘나쁜 기업 어디냐’라고 설문해서 발표하면 이들이 나쁜 기업이 되는 것이냐”며 “광고주협회라는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잣대만 갖고 언론을 평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이번조사를 무기로 언론을 억누르는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C언론사 관계자도 “기사를 쓰다보면 불만이 있는 기업이 있게 마련인데 그 중 2~3군데만 언급해도 순위에 들어버린 것이라고 한국리서치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며 “광고협찬은 조중동도 다 하는 거여서 당초 취지는 메트로를 타깃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고, 문제가 있으면 법적으로 다투든지 해야지 인기투표 방식으로 설문을 돌리고 나머지 언론사는 자기들이 못 까니까 지라시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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