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해 온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비박계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불구속 기소’, 친박계이자 대선자금 관련 의혹에 휩싸인 허태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병기 현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공소권 없음’ 혹은 ‘공소시효 만료’, 역시 친박계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역시 ‘무혐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욕설이 뿜어져 나왔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문제를 둘러싼 내홍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이 2일 최고위원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다시 거론했다. 그러자 김무성 대표는 “그만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은 김 최고위원에게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3일자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는 이 두 가지 소식으로 갈렸다. 한심한 여당과 살아있는 권력의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 검찰, 그런데 여기서도 전혀 다른 관점의 1면 머리기사를 쓴 신문이 있다. 바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노무현 정권의 특별사면과 노건평씨 개입 의혹에 초점을 맞춘 조선일보다.

다음은 3일자 전국단위 일간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친박 무죄, 비박 유죄, 폭로엔 ‘괘씸죄’>
국민일보 <이런 여당, 막말 드라마>
동아일보 <욕설… 퇴장… ‘난장판 여당’>
서울신문 <‘혹시나’ 檢수사 ‘역시나’ 면죄부>
세계일보 <국정운영 내팽개친 ‘난장판 여권’>
조선일보 <“성완종, 특사 대가로 노건평 측에 5억 줘”>
중앙일보 <정치가 부끄럽다>
한겨레 <성완종 리스트 수사, 청와대 뜻대로 끝났다>
한국일보 <대선자금 의혹 앞에 돌아선 檢>

모두가 ‘그럴 줄 알았다 검찰’ 할 때.

경향신문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친박 무죄, 비박 유죄, 폭로엔 ‘괘씸죄’>라는 1면 기사 제목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여권 실세 8명에게 각각 3000만~7억원을 제공했다는 성 전 회장의 폭로에서 시작된 특별수사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은 면죄부를 준 반면 박 대통령과의 거리가 먼 인사들만 기소하고 81일 만에 마무리됐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7월 3일자. 2면.
 
   
▲ 한겨레 7월 3일자. 1면.
 

한겨레는 ‘청와대의 뜻대로 끝났다’고 평했다. 한겨레는 “결론은 수사 초기에 ‘예상된 범위’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친박 실세들을 피해간 이번 수사 역시 ‘청와대 가이드라인’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 3명과 총리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을 여야 구분 없는 정치개혁 문제로 치환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성완종 전 회장이 죽음 직전 남긴 메모를 “유력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계좌추척도 하지 않을만큼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중앙일보도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지목된 2012년 대선자금 전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의지가 애초에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7월 3일자. 6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도 “수사팀은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수사도 어려운 상황에서 ‘곁가지’라 할 수 있는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로비 의혹까지 파헤쳤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의혹만 남기고 흐지부지 끝났다”고, 서울신문은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고, 세계일보는 “반쪽 수사”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역시 “부실하게 수사가 끝났으니 특검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다”고 비판했다.

홀로 ‘그럴 줄 알았다 노건평’한 조선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언론은 바로 조선일보다. 중앙일보가 ‘곁가지’라고 주장했던 점에 대해 조선일보는 1면 제목으로 뽑으면서까지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이날 발표한 성완종 씨가 노건평 씨에게 5억원을 준 정황을 포착했다는 말을 키우고, 권력실세들이 면죄부를 받은 사실전달은 비교적 뒤로 미뤘다.

   
▲ 조선일보 7월 3일자. 6면.
 

분석기사가 배치된 6면에서도 머리기사는 노건평 씨였다. 조선일보는 “2일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나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가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노건평 씨 논란을 앞세우고 정권실세들의 무죄방면을 뒤에 배치함으로서 한겨레가 지적한대로 성완종 리스트를 “정치개혁 문제로 치환”했다.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은 <노건평의 특사 개입 어이없고, 산 권력 피해간 檢도 한심>이다.

여전히 시끄러운 여당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최고위원회에서 막말이 총출동했다. 청와대로부터 시작해 친박계에게 사퇴 압력을 받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김태호 최고위원이 재차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이 얘기가 시작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그만해”라고 말했고 그럼에도 말이 이어지자 서둘러 회의를 종료 시키고 자리를 떴다.

   
▲ 한국일보 7월 3일자. 6면.
 

이에 김태호 최고위원은 “대표님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혔고 이에 김무성 최고위원이 “마음대로 해”라고 나가버렸다. 좌중에서는 ‘개XX’라는 욕설이 터져나왔다. 언론은 이에 대해 “콩가루 최고위”(서울신문), “막말 드라마”(국민일보), “난장판 여당”(동아일보), “막장 최고위”(세계일보)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이 난장판이 되자 일각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국회 복귀설이 새어나온다. 조선일보는 “유 원내대표 거취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친박계는 당 내 영향력이나 세 판도에서 많이 위축된 상태”라며 “최 총리가 돌아오면 친박계가 주도권을 되찾는데 적잖은 보탬이 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최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력분포상 비박계가 친박계를 앞서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추경 당정협의에 유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앙일보 7월 3일자. 1면.
 

한편 이와 관련해서는 중앙일보가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는데, 중앙일보는 1면 <정치가 부끄럽다> 기사를 통해 새누리당 내홍,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갈등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집안 싸움을 하나로 묶었다. 중앙일보는 “반목과 단절, 갈등의 정치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비판을 넘어 나라를 걱정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3가지 경우를 모두 동일선상에서 놓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은 화가 안 풀렸나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열린 ‘5개 중견국 협의체(MIKTA)’ 국회의장단을 접견했다. 그런데, 여기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의의 주최자가 정의화 국회의장인데 정작 청와대에서 국회의장을 부르지 않은 셈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낸 것이 원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국민일보 7월 3일자. 2면.
 

각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의화 국회의장은 MIKTA 5개국 국회의장 회의 개회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바쁘시다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한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할 말은 많지만 우리가 뭐라 할 수 있겠느냐, 우리 측 분위기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느냐”며 불쾌한 심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며 위와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국민일보는 <박의 침묵…꼬이는 정국> 기사를 통해 “이번 사태가 수습국면으로 가지 않고 유 원내대표 사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여당 기류가 급선회한다면 결국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 될 것”이라며 “시일이 지날수록 국민 여론이 유 원내대표 사퇴 압박이 옳지 않다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밖의 주요 소식

   
▲ 서울신문 7월 3일자. 5면.
 

사무총장직 인선을 놓고 내홍에 빠졌던 새정치민주연합의 갈등국면이 수습국면으로 돌아섰다.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2일 오후 4시 30분부터 담판을 시작해 2시간 30분여 동안 이어가다 밤 10시 최종담판을 통해 당무 거부에 들어갔던 이종걸 원내대표가 복귀하기로 했다. 당직 일부를 나눠갖는 것이 아니냐는게 언론의 분석이다.

   
▲ 세계일보 7월 3일자. 6면.
 

진정국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왔던 메르스가 또 다시 2명의 확진자를 발생시켰다. 닷새 만이며 이로서 확진자는 184명이 됐다. 확진자는 서울삼성병원 소속 간호사들이다. 현재 역학조사를 진행중으로 두 사람 모두 20대 중반 여성이다.

   
▲ 동아일보 7월 3일자. 14면.
 

국방과학연구소가 작동도 안되는 불량장비를 ‘합격’으로 판정하고 비용을 부풀린 것도 적발하지 못해 11억원의 세금을 더 낭비하게 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국방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국책연구기관이 오히려 국방력을 악화시켰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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