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구글처럼 다양한 압력을 기록해 종합한 ‘투명성 보고서’를 발행하는 등 보도 독립성을 확보할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경영평가단이 집필한 ‘2014 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는 방송부문 개선 요구 사항 첫 번째로 보도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피어 리뷰(동료 검토)와 함께 ‘투명성 보고서’ 채택 필요성을 제안했다. 

경영평가단은 이사회가 위촉한 외부 전문가 6명과 내부 감사 1명으로 이뤄졌으며 지난 1월부터 5개월 간 경영 목표 설정의 타당성, 예산 집행의 효율성, 인사·조직 등 경영 관리 제도 등 7가지 법정 항목을 방송, 기술·뉴미디어, 경영·회계 부문으로 나눠 평가했다. 

방송부문에서 경영평가단은 “보도의 독립성은 방송법이 정하는 책무인 공정성을 달성하는 기반”이라며 “KBS 보도에 대한 투명성 보고서를 채택해 부당한 압력 주체와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간섭과 개입 여지를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 KBS 경영평가보고서 표지.
 

 

구글은 매년 각 나라별 정부가 요청한 사용자 데이터와 계정 정보, 삭제 요청 게시물 등을 엮어 투명성 보고서를 발행한다. 경영평가단은 이를 차용해 KBS에도 다양한 직분의 기자와 PD 등이 받은 압력을 기록하고 종합한 결과를 연차보고에 포함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영평가단은 “투명성 보고서가 보도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자들끼리 서로 건강하게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그에 힘입어 독립성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영평가단은 이와 함께 동료 기자·PD 등이 보도 독립성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피어 리뷰를 보도 독립성 확보 제도로 꼽았다. 피어 리뷰는 동료에 의한 평가를 뜻한다. 

경영평가단은 강점으로 “피어 리뷰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없고 실적과 리더십에 기초한 평가라면 (내부 구성원들의) 시선이 경영진만 향하진 않을 것”이라며 “저널리즘의 원칙과 규범에서 벗어난 결정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을 것” 등을 꼽았다. 

경영평가단은 “KBS 기자협회·PD협회·노동조합이 제작 자율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요구해온 국장책임제와 맥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경영평가단은 방송부문 개선 요구사항으로 시사 프로그램 확대 편성과 탐사보도팀 인원·예산 확충을 포함하는 시사 프로그램 중시 편성, ‘베껴쓰기’에서 벗어난 독자적 취재 보도 강화, 창의적이고 공익적인 오락프로그램 확대 등을 포함했다. 

지난해 채용된 ‘일간베스트 저장소 헤비 유저의 기자 합격 논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경영평가단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KBS에 대한 “채용·수습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며 “사상 검증이 돼선 안 되지만 공영방송 목표인 공정성을 해치지 않으려면 균형감각과 인성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해 경영평가단은 “문제를 푸는 관건은 KBS의 공영성, 특히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 확보에 있다”며 “KBS가 권력에서 독립하면 자본에서 독립할 기회도 동시에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BS 기자협회·경영협회·방송기술인협회·PD협회 등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조대현 사장이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내에 경영평가보고서를 제대로 실행할 것인지 그 평가를 냉혹하게 할 것”이라며 “조대현 사장이 남은 임기에 ‘연임’이 아니라 KBS의 가장 시급한 책무인 ‘제작 자율성과 보도 독립성을 위한 제도 개선’에 매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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