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1004호에 실린 기획 기사 “바늘구멍 언론사 입시, 최고 스펙 갖춰도 떨어지는 이유는”, “언론사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저널리즘스쿨”에 대해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원장과 김효실 ‘한겨레21’ 기자가 각각 반론 성격의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이 기사에서 한겨레21이 제안한 저널리즘스쿨 연계 인턴십과 관련, 한국 언론의 채용제도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나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를 언론사 지망생들의 문제로 국한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고 이 제도가 취지와 달리 자칫 또 하나의 스펙 쌓기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논의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기고 전문을 게재합니다.  - 편집자주

한겨레21은 제1064호 표지이야기 ‘좋은 기자 프로젝트’에서 언론의 공채 제도를 다뤘다. 기초 자료 조사를 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1995년 미디어오늘의 ‘언론고시 이대로 좋은가’ 기획 보도였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7회에 걸친 연재 보도 뒤에 언론학자, 언론사 인사 담당자, 기자 초년생을 모아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좌담’을 연다. 기획 보도를 마무리하는 이 좌담의 첫 문단은 다음과 같다.

“본지는 그동안 7회에 걸쳐 ‘언론고시의 실태와 문제점’을 집중 기획으로 연재했다. 언론사들의 현행 필기시험 위주의 선발방식이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평가, 선발하는데 미흡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론사 안팎으로 크게 이견이 없다. 그 대안으로 채택된 인턴십 제도 역시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좌담에서는 어떤 대안이 논의되었을까. 키워드는 ‘산학협동체제’다. 사회를 맡은 최창섭 당시 서강대 언론대학원장은 언론의 변화는 물론, 언론학계의 성찰도 촉구한다. “인턴십은 먼저 학교당국이나 지도교수들이 인턴 희망자들 가운데 실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엄선, 인턴을 참가시켜 언론사로 하여금 대학에 신뢰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구시대적이라고 지적받고 있는 현행 언론관련 교과 과정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이론과 실습의 균형 잡힌 교과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부족한 시설과 재정을 언론사들이 지원해 진정한 의미의 산학협동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미디어오늘 보도 뒤 20년이 지난 지금, 언론고시는 얼마나 바뀌었는가. 언론 공채 제도는 땜질식 변화에 그칠 뿐, 제자리다. “언론인 수급상황이 이대로 방치될 경우 ‘풍요 속의 빈곤’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최창섭 교수의 전망은 적중했다.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달로 매체와 뉴스가 폭증하는 와중에, ‘기레기’라는 말로 대표되는 시민들의 기성 언론 불신이 깊어갔다. ‘좋은 뉴스’를 제공하고 저널리즘의 규준이 되어야 할 전통 언론이 불신을 넘어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언론학계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몇몇 학교가 좋은 저널리스트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도입, 실천하고자 했으나 아직 영향력이 크지 않다. 언론이 공채 제도를 바꾸지 않고 학계 시도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므로, 스쿨의 영향력을 키울래야 키울 수가 없다. 전·현직 언론인의 개인적 품앗이로 어렵게 유지되고 있을 따름이다.

한겨레21은 기성 언론 가운데 최초로 이런 언론 공채 제도의 문제를 표지 이야기로 다뤘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획이므로, 스스로 변화의 밀알이 되겠다는 약속을 함께 이야기했다. 저널리즘 교육 실험을 해보겠다고 했다. 언론의 무관심 속에 “언론사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오명에 신음하는 저널리즘스쿨과 협력하겠다고 했다.

보도가 나간 뒤 응원도 비판도 모두 뜨거웠다. 각자 처한 위치에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대안들을 상상할 수 있도록, 생산적 논쟁이 일기를 바랐다. 20년 전 그 씨앗을 뿌린 미디어오늘은 그런 논쟁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미디어오늘은 1004호에서 1개면을 털어 예비 언론인들의 집담회를 보도했다. 그들이 말하는 여러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런데 나는 그에 대한 미디어오늘의 고민도 듣고 싶었다. 예비 언론인들의 집담회 형식으로 전달된 미디어오늘의 판단은 ‘한겨레21의 실험이 언론의 갑질’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한겨레신문사의 공채와 교육연수생 제도가 연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의 저널리즘스쿨과의 연계 실험은 일간지와 별개로 진행된다. 신문사 공채에 추천제를 도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또 교육연수생 선발에서도 스쿨 추천 외에 학력 제한이 없는 공모형 선발을 병행하고, 연인원을 늘렸다고 거듭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미디어 전문 매체다. 그런 매체가 지면과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치 한겨레가 저널리즘스쿨이 추천하는 사람만 채용하는 방안을 내놓고 실행하는 것으로 읽히는 기사를 보도한 것은 실망스럽다. 미디어오늘의 기사는 ‘기자 교육의 책임을 나눠지겠다’는 한겨레21의 실험을 ‘언론이 저널리즘 스쿨에 교육의 책임을 돌린다’고 보도한 것으로 읽혔다. 오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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