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법정 최저임금을 결정헤야할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사용자 위원들이 시급과 월급을 병행 표기해야한다는 근로자‧공익위원들의 주장을 거부하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인상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모임인 ‘최저임금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회의를 거부하는 사용자 위원들을 비판했다. 

지난 6월 29일 최저임금위원회 마지막 8차 전원회의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측을 포함한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출석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법정시한(29일)을 넘기게 됐다. 사용자 위원들은 앞서 지난달 25일 7차 회의에서도 회의 중 전원 퇴장했다.

최저임금을 표기할 때 시급과 월급을 병기해 표기해야한다는 근로자 위원‧공익 위원들의 주장에 반대한다는 이유였다. 일부 공익위원들이 6월 18일 회의에서 월급 병기안을 제기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지난 28년 간 시급에 맞춰 인사 및 노무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병행 표기는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익위원과 근로자 위원들은 많은 노동자들이 유휴수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월급으로 최저임금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연대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 경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29일 사용자 위원 9명은 전원회의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들의 불참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사유도, 명분도 없이 말 그대로 그냥 안 나왔다”며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인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이 중차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연대는 또한 “사용자 위원은 이미 있는 법을 지키면 되는 것을 산업현장의 혼란이라고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최저임금연대가 2일 경총회관 앞에서 최저임금 심의를 거부한 사용자위원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최저임금연대가 2일 경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는 가운데, 플랭카드 앞에 사용자 위원들의 명패가 놓인 텅 빈 의자들이 늘어져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법정시한 내에 빠르게 결정하기보다 충분한 합의와 토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올해의 경우 법정시한을 넘긴 경위가 예전과 다르다”며 “사용자 위원들이 최저임금을 합리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항의하다 이를 파행시키고 지연시킨 전례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5580원이고, 월급으로 하면 116만원(월 209시간 기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실제 받는 돈은 2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며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근로기준법 55조, 유휴수당이다. 적지 않은 사업장에서 유휴수당이 정착되어 있지 않기에 116만원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휴수당이란 하루 8시간씩 5일 근무하면 지급해야하는 유급휴일수당으로, 최저임금을 표기할 때 유휴수당이 포함된 월급을 함께 명시해 유휴수당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근로자, 공익위원들의 주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중 한 명인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월급 병기를 거부하는 것은 이미 20년 전 법으로 보장된 유휴수당을 안 주겠다는 말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사용자 위원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최저임금은 여성노동자의 임금이고 중고령 노동자의 임금이고 청년들의 임금이다. 이런 중요한 임금을 결정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돌아오지 않는, 집 나간 사용자 위원들을 찾는다”며 “사용자들이 말로는 최저임금에 관심 있는 척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무책임한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다.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빨리 돌아오라”고 말했다.

문정은 정의당 부대표는 “그간 사용자위원들은 귀 막고 눈 막고 ‘아 모르겠다 동결만 외쳐야겠다’는 태도를 보여 오더니, 급기야 사회적 합의 정신을 무시하고 두 차례나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의원들이 두 번 이상 불참할 경우 나머지 위원들만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 무책임하게 자리 비우지 말고 조속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2일 오전 열린 최저임금연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가자가 ‘사용자 위원 돌아와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사용자 위원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근로자위원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박모 사용자위원은 노동자 폄훼 발언을 했고, 이에 위원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너, 나이도 어린 놈이”라며 막말을 했다고 한다. 근로자위원들은 이 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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