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아닌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을까.

2014년 7. 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 김무성 당대표는 청와대를 적극 견제할 수 있는 카드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반대로 청와대는 김 대표의 당 대표 입성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당권 경쟁에 나섰던 서청원 의원이 김 대표를 향해 "박 대통령이 2007년 경선에서 떨어지자 다른 쪽에 가서 일을 했다"면서 "박 대통령의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취했다가 박 대통령이 대권 후보가 되니까 다시 와서 총괄본부장을 했다"고 공격했지만 김 대표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 당이 힘들 때마다 당을 구해준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위기라고 한다"며 그렇다면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구해줘야 하지 않겠나.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역사의 기록에 남는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을 반드시 만들겠다"(대전 합동연설회)고 반박했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 대통령의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놓고 이견을 표출하면서 박 대통령과 갈라섰다. 그리고 친박계 주도의 공천심사에서 떨어졌지만 2012년 대통선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복귀해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김 대표가 쉽사리 청와대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것도 친박에서 탈박, 복박으로 돌아온 김무성 대표의 굴곡진 행보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독선에 빠진다는 정치학 교과서의 명제"라며 "당이 건전하게 (청와대를)견제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지금 이를 대신할 얼굴이 당내에 안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선 '김무성 포비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 청와대와 각을 세울 것이고 청와대의 친박 주류를 통한 직할 통치가 불가능해지면서 레임덕 현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 대표는 재보궐 선거 등에서 '혁신' 이미지를 전면에 앞세우고 이벤트 전략을 골고루 써먹으면서 선거에 승리해 여권 내 입지도 강화됐다. 

하지만 당청관계에서 청와대를 견제하기는커녕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김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되고 박근혜 대통령과 첫 독대를 했을 때 향후 당청관계의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이 발생했다. 청와대는 흠결이 드러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임명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가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대통령 결정에 대해서 조금 협조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해 수평적 당청 관계를 어둡게 했다. 

당 대표 취임 초반이었기 때문에 청와대에 '협조'의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노골적인 박 대통령의 입법부 자율성 침해 발언이 나왔는데도 김 대표는 적절한 제동을 걸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세월호 특별법에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문제로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유족들이 요구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도 아니다"면서도 국회를 향해서는 "국회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원은)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에서 국회 무시 발언을 해놓고 당일 오후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전 원내대표를 불러 야권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또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계류와 관련해 “국회도 마비되고 야당도 파행을 겪는 상황까지 됐는데, 여당이라도 나서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 태도에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오히려 청와대가 세월호 협상을 꼬이게 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할말은 하겠다'는 당 지도부가 상명하달식 당청 관계를 벗어날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여당의 마지노선인 협상 내용을 공개하면서 무리하게 코너로 몰아세운 것은 차기 대권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기를 사전에 밟아놓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대표의 개헌발 ‘항명’은 삼일천하도 아닌 하루 만에 꼬리는 내리는 일로 기록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로 동행한 기자들과 만나 개헌 논의와 관련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 터질 것이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소위 '개헌발' 핵폭탄을 터뜨렸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그해 12월 9일 이후 개헌 논의가 궤도에 오르면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여당 대표의 발언으로 나온 것이다. 나아가 김 대표는 대통령이 외교 국방을, 국무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라는 구체적인 모델까지 제시했다. 김 대표는 "유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길다"는 말도 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4.29 재보궐 선거 공약 발표회에서 새줌마(새누리당 아줌마) 퍼포먼스를 위해 안상수 후보 등의 앞치마를 매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발언은 '개헌론은 불랙홀'이라는 입장을 봤혀왔던 박 대통령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을 넘어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뻔히 보이는데도 입장을 밝힌 것을 볼 때 김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김 대표는 귀국 후 입장 표명 하루 만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을 제 불찰로 생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탈리아 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석했는데 제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크게 보도가 된 대해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또한 자신의 발언이 기사화가 된 경위에 대해서도 정식 간담회가 아닌 식사하는 자리에서 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나온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불순한 의도를 가진 발언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개헌관련 언급을 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치고빠지기 식 전략을 구사한 계산된 발언일는 것이다. 청와대에선 김 대표에 대해 '자기 정치'를 한 위험한 인물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의 사과는 철저히 청와대에 굴복하는 모양새였다. 다만, 청와대 반발이 거세지자 국회 차원의 논의까지 막는 독재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개헌론 발언은 박 대통령의 '제왕적 대통령'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김 대표는 개헌론 발언 이후 이러다할 각을 세우지 않으면서 청와대와 1차전에서 완전한 패배를 당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떠나면서 전격적으로 김 대표에 단독 회동을 요청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을 받았는데 김 대표가 일방적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사' 역할에 머무르면서 청와대에 완패를 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40분 동안 회동을 하고 나서 "당 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들을 가감 없이 말씀드렸고, 대통령께서는 ‘잘 알겠다. 다녀와서 결정 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자세한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받고 있던 이완구 전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당 대표와 긴밀히 협의하는 자리였고 단독 회동이라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당 대표의 입을 통해 특별한 메시지와 협조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모든 것을 개고 대통령의 짧은 메시지만 전하는 초라한 모습만 보여준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기 정치를 하는 배신자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특정해 찍은 것도 자신의 뜻과 반한 원내대책을 세운 수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꼬리를 내리는 김무성 대표를 두고 봤을 때 유승민 원내대표만 정리하면 당 운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자진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숨죽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친박계의 유 원내대표 축출행위가 당 지도부를 흔들고 친박의 뜻대로 좌지우지될 경우 마냥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헌론을 꺼낸 것과 같이 청와대에 정면 도전을 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철근 교수(동국대 정치외교)는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찍은 것은 우선 김무성 대표를 끌어내릴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 사이엔 후계 관리를 해야 하는데 KY 투톱 체제하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줄어들게 뻔하고 퇴임 후에도 축소되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거부권 행사라는 고리를 놓치지 않고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김무성 대표는 YS 때부터 정치권 중심에 있었고 박 대통령이 당 대표에 있을 때 사무총장을 하는 등 권력의 속성을 잘 아는 사람"이라며 "권력을 잘 아는 본인이 (대권)욕심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각을 되도록 세우진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고 나섰는데 그때의 박 대통령의 영향력과 지금 김무성 대표의 영향력을 비교할 수 없다. 당분간 로우키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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