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TV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지 않는다. 수준 높은 공영방송을 만드는 데 재원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수신료 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TV 수신료는 1981년 이후 34년 동안 2500원에 머물러 있다.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서 거의 통과될 뻔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려 좌절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처럼 국회에서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KBS는 여러 차례 심각한 전략적 판단 실수를 했다. 2012년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TV를 안 바꾸면 방송을 못 보게 된다고 엄포를 놨다. 아날로그 수상기로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자막 고지를 계속 내보내기도 했다. 그 결과 상당수 시청자들이 TV를 바꾸는 게 아니라 값싼 케이블 방송으로 갈아탔고 일부는 IPTV에 가입했다. 직접 수신비율이 높아지기는커녕 시청자들을 유료방송으로 내쫓는 결과가 됐다.

한국의 지상파 직접 수신비율은 7%를 밑돈다. 대부분 시청자들이 TV 수신료를 내고 또 유료방송 수신료를 내는 이중지출을 감수하고 있다. 지상파는 이제 수많은 채널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KBS의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졌다(그나마 EBS 덕분에 수신료가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KBS를 전혀 안 보는 데도 일단 TV 수상기를 집에 두고 있으면 수신료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란 포장이 생뚱맞을 정도다.

KBS는 2500원도 아깝다는 시청자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과연 수신료가 부족해서인가. 지금처럼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기껏 수신료를 올렸는데 광고를 줄여서 그 줄어든 광고가 종합편성채널로 흘러들어가는 건 아닌가. 이 상식적인 질문에 제대로 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수신료 인상 시도는 엄청난 반발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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