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도둑질이라고 했던가? 3선 개헌도 모자라 유신을 통한 철권통치로 총 맞아 죽을 때까지 대통령직을 누림으로써 ‘역설적으로 유신을 완성’했던 아버지 독재자의 길을 걷겠다는 것일까?

여야 합의와 국회의장 중재를 거쳐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여야, 심지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여당의 원내지도부까지 직접 지칭하며 악담을 쏟아냈다. 온갖 그럴싸한 용어로 민생을 앞에 내세웠지만, 민생을 겨냥한 발언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는 정보기관을 통해 자신이 총재로 있는 집권당의 핵심간부를 고문하고 콧수염을 뽑았지만, 박근혜처럼 대놓고 국무회의에서 국회와 여야를 향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지는 않았다.   

박근혜의 25일 국무회의 발언은 국민과 국회와 대통령의 관계를 포함한 헌정질서의 중요한 축인 삼권분립을 철저하게 무시한 ‘제2의 유신’ 선언이나 다름없다. 어느 국회의원의 말처럼, 박근혜는 스스로 대통령이 아니라 식민지 종주국의 군주라고 생각한 것인지, 국회가 행정부가 원하는 법률은 무엇이든, 무조건 통과시키는 ‘행정부의 거수기,’ ‘통법부(通法府),’ ‘고무도장(rubber-stamp)’ 역할만 수행하는 식민지가 되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번 발언은 대통령 취임 후 2년여 동안 박근혜가 보여주고 드러낸 민낯과 밑천에 비추어 보면 전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발언의 행간과 바탕에 깔린 병적인 심리상태를 감안하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앞으로 어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아버지 독재자가 자신의 종신집권을 위해 헌법도 인권도 생명도 깡그리 무시하고 무수한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였듯이.

그래서 우리는 이제 헌정 질서를 철저히 무시하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부를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조기 저지 실패에 민생까지 파탄 일보 직전에 이르자 초조했던 것일까? 정녕 박근혜는 아버지의 뒤를 따르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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