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시청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그 자리에는 두 종류의 기독교인이 있었다. “돌아와, 기다릴게… HOLY KOREA” 라는 피켓을 들고 북을 치며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 그리고 이들이 퀴어퍼레이드 행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한 또 다른 부류의 기독교인들이다. 이들은 행사를 지켜주기 위헤 ‘혐오와 차별 선동에 반대하는 평화의 인간 띠 잇기’ 를 했다. 이 자리에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함께 했다.

기독교내 성소수자 혐오는 극심하다. 이들은 성소수자만 차별할 뿐 아니라 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기독교인들도 똑같이 차별한다. 하지만 기독교 내부에서 이뤄지는 차별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돌아와 기다릴게. HOLY KOREA”라는 피켓을 보고 내 친구가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을 위해 저 플래카드를 들었다면 곁에서 함께 기도했을 것이다”라는 글을 쓰자 교인들은 ‘폭풍’ 댓글을 달았다.

“성경에 남자랑 남자랑 동침하라고 나와 있어?” “동성애는 죄인데 죄를 죄라고 안하면 그게 신앙이야?”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해서 직장을 잃게 된다면 역차별 아니야?” “소수자 인권 좋지. 그럼 넌 동물이랑 사람이랑 결혼하면 그것도 인정할거야?” “동성애를 찬성하면 가정이 파괴되는데? 넌 그래도 찬성해?” “동성애자에게 노출되는 우리 아이들과 동성애자 가정에 입양되는 아이들은 무슨 죄냐고?!”

   
▲ 지난 6월 28일 제16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인근에서 기독교단체 회원 등이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이번 퀴어퍼레이드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에 다니는 내 친구가 ‘평화의 인간 띠 잇기’에 서명을 하자 재학생 여러 명이 내 친구를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내 친구를 향해 “생명을 살리기 위한 신학대학교에 동성애를 지지하는 학생이라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재학생들은 그 서명에서 대학교 이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생명을 살리는 일과 동성애를 지지하는 일이 무슨 관계에 있는지 모를 일이다.

성경에서 하느님은 아프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편에서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며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살려낸다. 또 차별과 배제 당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잡으셨고, 이들의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함께 손가락질을 받을지언정 잡은 손을 놓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성경에 기록된 대로 지켜야 한다며,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혐오 강요’다.

   
▲ 형태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활동가
 

이런 기독교인들의 '혐오 강요' 때문에 교회를 그만둔 친구도 있다. 어떤 교인들은 혐오하지 않는 이들을 모욕한다. 이번 퀴어 퍼레이드에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혐오는 신앙이 아니다 서로 사랑하자”고 외쳤다. 이를 바라보던 ‘혐오 강요’ 교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성경의 구절만이 진리인듯 동성애를 반대하고, 동성애자들의 삶을 혐오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과연 참된 신앙일까? 그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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