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여부는 6일 이후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찍어내려 했지만 유 원내대표가 버티는 모양새이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오는 6일 상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친박의 공격 속에서 유 원내대표의 인지도는 올라갔다. ‘소신있는 정치인’ 이미지까지 얻게 되면서 여권 차기 대선주자 4위까지 올라갔다. 전문가들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경우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청와대는 국회 장악에 일단 실패한 꼴이다.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로 한 상황에서 친박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길’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다. 2차 공격에 나설 경우 여론의 역풍이 불 우려도 있다.     

야당은 존재감을 잃었다. 입법권 독립을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유 원내대표를 두둔해야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고려하면 ‘합리적·개혁적 보수’ 이미지를 가진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개입할 여지도 없어보인다.

다음은 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현수막 전쟁’>
국민일보 <“행복하게 살아요”…북한이탈주민 100쌍 결혼 맞절>
동아일보 <“재정·자율·관심 3無 지방자치 20년”>
서울신문 <1조5000억 ‘하늘 주유소’ 유럽 에어버스가 잡았다>
세계일보 <공군 ‘하늘의 주유소’ 유럽 에어버스 낙점>
조선일보 <벼랑끝 그리스 “죽느냐 사느냐”>
중앙일보 <“시장통 응급실, 보호자 출입 제한하자”>
한겨레 <‘재벌과 시장경제’ 첫 토론회…진보·보수 이분법 허물다>
한국일보 <인도네시아 군수송기 주거지역 추락…최소 116명 참변>

유승민 사퇴 압박, 국민일보 뿐

조중동마저 유 원내대표를 압박해 온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가운데 국민일보는 유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국민일보는 3면 <‘유승민 고사 작전’ 실행?…압박 수위 높여>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30일 국회 운영위원회와 당정협의 등 주요 회의에서 여당 원내사령탑을 사실상 배제시키면서 유 원내대표가 코너에 몰린 형국”이라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6월 29일)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자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추가 공습’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된다”며 “당내에선 이 때문에 한풀 꺾인 계파 갈등이 또 다시 불붙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 1일자 국민일보 3면
 

또한 “청와대의 불신임 의중”, “무언의 압박”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친박계가 추가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와 함께 <시계 들여다보는 유승민> 사진 기사를 함께 배치해 초조해 보이는 유 원내대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 신문은 4면 <‘신뢰’ 무너지면 측근조차 불관용…단호한 원칙주의>에서 박 대통령 감싸기에 나섰다. 소신을 위해서는 정치적 파장을 감수하며, 박 대통령이 그동안 잘했다고 평가받는 세종시와 외교정책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와 “같은 잣대”라고 보도했다. 

친박·청와대 공세 자제, 숨고르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의원들 입단속에 들어갔다. 당 소속 의원들에게 “당분간 언론 인터뷰를 삼가 달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을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수는 없고, 유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어서 내보내는 것 또한 동료로서 할 도리가 아니”라며 유 원내대표 본인이 결정할 때까진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 1일자 경향신문 만평
 

청와대와 친박계도 일단 공격을 멈췄다. 청와대는 민생 챙기기에 나섰고, 친박 의원들도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할 오는 6일 본회의 이후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결단을 내리길 기다리는 모습이다. 사퇴 표결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의원 총회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원내대표단 15명 중 13명과 통화했지만 “13명 가운데 ‘유 원내대표가 곧 사퇴할 것’이라고 답한 부대표는 없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대표는 “사퇴론자들의 논리에 설득력이 없고 전혀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조선일보에서는 다른 기사에서도 30일 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유 원내대표의 모습을 전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주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승민 전국적 인지도 상승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며 대구가 지역구인 유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대구·경북에서 인기가 높은 박 대통령의 발언 탓에 유 원내대표의 대구 공천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대선 국면도 아닌 상황에서 여당의 대표도 아닌 원내대표의 거취가 집중 관심을 받는 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이 사건으로 모든 정치인이 얻고 싶어하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한 건 유 원내대표에게는 가장 큰 이득”이라는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의 말을 전했다. 

   
▲ 1일자 한국일보 4면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전국구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친박의 집중공격 속에서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유 원내대표는 김무성, 오세훈, 김문수에 이어 4위(5.4%)를 기록했다.(리얼미터 23~24일 조사) 한 달 만에 두 계단이 상승했다. 

이 신문은 “‘자기정치 한다’는 친박계의 공세는 역설적으로 그에게 소신 정치인이라는 간판을 달아줬다”며 “개혁보수로서의 이미지와 거부권 정국에서 확보한 ‘미래권력’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오롯이 유 원내대표의 몫”이라고 보도했다. 

꼴통보수 vs 개혁보수의 싸움 

한국일보는 <‘劉(유) 거취 파동’ 이면…與 ‘보수 가치 경쟁’으로 가느냐 갈림길>에서 “지금 상황은 꼴통보수로 가서 총선에서 지고 집권도 못하느냐, 개혁보수로 가서 총선을 거머쥐고 재집권에도 성공하느냐의 갈림길”이라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말을 전했다. 

   
▲ 1일자 한국일보 5면
 

한국일보는 “사실 유 원내대표가 그간 표방해온 보수적 가치나 정책 방향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그가 ‘신보수’를 천명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제거하려는 이유도 ‘증세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거나 세월호 시행령 두고 국회법 개정안이 나왔는데 여기서도 박 대통령의 뜻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 법인세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점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친박과 비박의 공천권 다툼이 핵심이지만 이를 두고 보수적 가치와 노선 투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여전히 할 일 없는 야당 

세계일보는 <‘與 균열’ 대형 호재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野>에서 존재감 없는 야당 소식을 전했다. 야당은 여권 내 분열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지만 야당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현실적으로 개입할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새정치연합은 이번 파문을 일단 호재로 판단한다”며 “4.29 재보선 이후 계속된 내홍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있으며 단단한 여권 지지층에 균열이 예견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가 출범시킨 혁신위원회의 모습이 가려진 상황이라 좋지만은 않다.   

야당 대다수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입법권 독립을 위해선 물러나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는 내년 총선등을 감안해 유 원내대표의 ‘실각’이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신문은 “유 원내대표는 합리적 보수 이미지로 확장성이 커 총선까지 유 체제가 이어지면 야당에 큰 부담”이라는 한 재선의원의 말을 전했다. 

세계일보는 “그럼에도 야당은 지금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곤혹스러운 눈치”라고 전했다. 친박에서 ‘명예퇴진’이라는 말을 써가며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공격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언론에서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를 크게 주장하지 않는 가운데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에 성공한다면 야당은 호재를 겪고도 내년 총선이 더욱 어두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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