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부실대책으로 하락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상당부분 만회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박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는 여권 차기대선주자 4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15년 6월 4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3.6%로 1주일 대비 1.3%p 하락했다. 일간 조사를 살펴보면 지지율 변화가 눈에 띤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5일(목)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직전까지 급락했으나 이후 가파른 계곡 형태의 V자형으로 급등했다.

끝난 줄 알았던 메르스 확진자의 지속적 증가, 방역감시망 밖 환자발생 등 정부 부실대책에 대한 논란 등이 증폭된 24일(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 주 금요일(19일) 35.2%에 비해 5.3%p 하락한 29.9%를 기록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다음날인 26일(금)은 7.5%p 급상승한 37.4%까지 올라섰다.

   
▲ 리얼미터 여론조사.
 

이러한 지지율 급상승은 대구·경북, 50대, 새누리당 지지층, 보수층 등 전통적인 지지층이 되돌아온 결과라 볼 수 있다. 거부권 행사 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지지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13.2%p▲, 23일 67.2%→→26일 80.4%), 정치성향별로는 보수층(12.8%p▲, 55.8%→68.6%)에서 급격히 상승했다. 대구·경북에서도 12.7%p(44.8%→57.5%) 상승했다.

그 외 메르스 사태 등으로 낙폭이 컸던 충청권 호남권, 20대와 40대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했다. 광주·전라에서는 14.1%p(9.6%→23.7%), 대전·충청·세종에서는 10.8%p(31.8%→42.6%), 40대에서 12.6%p(22.5%→35.1%), 20대에서 7.3%p(9.8%→17.1%) 상승했다.

하지만 주간 집계상으로는 메르스 사태로 악화된 여론이 주 초중반까지 영향을 미치며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하락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3.6%에 그쳤다. 

거부권 행사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하락하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가 아니었냐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6일 오전 발표한 대국민호소문에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는 정부 무능에 대한 책임면피용이자, 국민적 질타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치졸한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월간단위로 실시하는 여권‧야권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0.2%로 여권 1위를 차지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6.2%로 2위를, 김문수 전 지사는 5.7%로 3위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위를 차지했다는 것. 지난달 6위에 머물러 있던 유 원내대표는 2.0%p 상승한 5.4%로 두 단계 뛰어올랐다.

야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대책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10.7%p 급상승한 24.4%로 1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3.1%p 하락한 20.1%로 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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