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전 MBC 예능PD는 지난 1월 해고됐다. 비제작부서로 좌천당한 자신의 처지를 담은 웹툰 ‘예능국 이야기’를 그린 것이 화근이 됐다.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이 담긴 주장으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30세 청년이다. <관련기사 : 해고된 MBC 권성민 PD가 말하는 예능국 이야기 ①>

그로부터 5개월. 미디어오늘 팟캐스트 ‘미오캣’이 지난 25일 권 PD를 첫 번째 게스트로 초대했다. 해직으로 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입봉을 위해 현장에서 한참 뛰어다녀야 할 나이인데, 예기치 않게 해직 언론인 반열에 섰다.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다 해고된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과는 40년 이상 차이가 난다. 

권 PD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해직 언론인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있는 것 같다”면서도 “박성제, 이용마 기자 같은 선배들은 삼촌뻘이라 때때로 ‘못 올 곳에 왔다’고 생각이 든다”고 웃음 지었다.

   
▲ 권성민 전 MBC 예능PD가 25일 미디어오늘 팟캐스트 '미오캣'에 출연했다. 방송 내내 활기찬 그였지만 MBC 상황을 얘기할 때면 이내 진지해졌다. (사진=김도연 기자)
 

현재 권 PD는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매체 기고는 물론, 기업의 홍보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가 제작한 세월호 공익광고 영상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학에서 정규 강의도 할 예정이다. 

그는 “복직 때까지 주어진 시간이 3년이라고 하면, 남들은 생각하지 못할 장기 휴가를 받은 셈”이라며 호기롭게 이야기했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면 해고를 실감한다고 했다. 

“요즘 잘 나가는 마리텔(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 PD는 내가 좋아하던 선배가 맡고 있다. 같이 작업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마리텔을 보면 해고를 실감한다. 저 팀에 가면 정말 재미있게 일하고 있을 텐데….”

권성민 PD가 해고당했을 때 한 MBC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MBC 보도 문제는 보도국에서 나섰어야 했는데, 권 PD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썼고 정직을 당했다. 그에 대한 미안함에 밤잠을 못 이뤘다.”

권 PD는 지난해 5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에 ‘엠XX PD’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자사의 보도를 비판하고, 파업 이후 상황을 전하는 글이었다. 이 글로 인해 권 PD는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 권성민 전 MBC 예능PD가 25일 미디어오늘 팟캐스트 '미오캣'에 출연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비교적 제작 자율성이 보장되는 예능 PD가 앞장서 비판한 까닭이 궁금했다. 

“기자들이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MBC 보도국 미래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에 구성원들은 공감한다. 그들이 발언을 해서 보도국 밖으로 나오게 되면 더욱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갈 것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나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내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었다. 가정을 가진 선배보다 경제적으로 괜찮을 것이고.(웃음)”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권 PD는 “늘 내 인생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며 “하다보니 운이 좋아서 MBC에 입사하게 됐고 지난해 오유에 글 쓸 때도 표현하고 싶어서 표현을 한 것이었다. 세월호 영상 제작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작업의 문은 최대한 열어놓을 생각”이라며 “당연히 MBC 예능 PD로 돌아가야 하니까 영상과 예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작업을 할 것이다. 계속 여러 곳에서 일감이 들어와 당분간은 바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미디어오늘 팟캐스트 미오캣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미오캣 특집 권성민 편 듣기

   
▲ 권성민 전 MBC 예능PD가 25일 미디어오늘 팟캐스트 '미오캣'에 출연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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