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어제 KBS가 보도한 문서는 북한이나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작이다. KBS의 종북 빨갱이들이 그런 식으로 옮긴 거다. 역사와 진실을 알아야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조혜자 여사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KBS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리포트와 관련해 이같이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리포트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에 전화를 했고 이에 기념사업회는 조혜자 여사를 연결했다. 조혜자 여사는 “어제 뉴스 리포트를 봐서 알고 있다”며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조혜자 여사는 “미국 아카이브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오밤중에 부부 싸움한 내용까지 엄청난 자료가 있다”며 “그런데 일본에 있다는 자료는 북한이나 조총련의 조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우리가 반대한, 재일동포를 북송한 곳”이라며 “북쪽 빨갱이들의 조작 문서일 수 있다. 우리 어르신네가 그런 걸 작성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 지난 2012년 3월 7일 열린 역대 대통령의통일 관련 휘호 제막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오른쪽)씨가 남편 이인수 박사와 이승만 전 대통령의 휘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미국에서부터 독립운동을 하고 임시정부와 건국 이후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전 대통령과 그 정권 하에서 ‘일본 망명’은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여러 일화를 꺼내 놨다. 

조혜자 여사는 “우리 어르신(이승만 전 대통령)이 6·25 당시 일본군을 투입시키자던 미국 장군에게 ‘일본군이 한 명이라도 한국 땅을 밟게 되면 북한을 향했던 총구를 일본으로 돌리겠다’고 했던 분”이라며 “이 어른이 일본 망명을 계획했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혜자 여사는 또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 전 수원비행장에 당도했을 때 어르신은 ‘장군의 구두가 우리 농민이 심은 벼를 밟고 있다’고 말했고 맥아더 장군이 ‘각하, 죄송하다’고 한 장면도 있다”며 “우리 어르신이 열심히 싸워달라고 한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조혜자 여사는 “이 어른은 미 장군이 철수하자고 할때도 ‘우리는 최후의 1인까지 공산군과 싸우겠다’, ‘우리나라를 싸움터로 제공할 수 없다며 대만군 참전도 못하게 막았다’”고 강조했다. 

종합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은 당시 북한과의 싸움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 일본군을 한반도 전쟁에 참전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는 게 조혜자 여사의 말이다. 조혜자 여사는 “이런 양반이 그렇게 (일본 망명 요청을) 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문건을 보도한 KBS에는 색깔론을 들이대며 반박했다. 조혜자 여사는 “KBS가 종북 빨갱이 소굴”이라고 단정하면서 “다큐멘터리 등을 봐도 그렇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 대한민국 역사 정체성을 무시하고 저렇게 해서는 큰일 난다”고 말했다. 

조혜자 여사는 “예전에 KBS에서 1945(드라마 <서울 1945>)라는 이상한 걸 만들어서 우리가 고발한 적도 있다”며 KBS를 "종북 빨갱이 소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마구치현의 문서 자체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취지로 KBS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한 것이지만 사실상 문서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당시 정황상 이승만 전 대통령이 그랬을리 없다는 주장일 뿐이다.

복수의 역사학자들은 해당 문서 자체를 직접 보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본 문서가 조작이라면 기사에서 언급한 미군정 문서도 조작됐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이를 보도한 KBS를 색깔론으로 비난하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KBS는 지난 24일 <뉴스9>에서 이승만 정부가 한국전쟁 당시 일본 정부에 ‘6만명 망명 의사’를 타진했고 일본이 ‘한국인 피난 캠프’ 계획을 세웠다며 일본 측 문서를 단독으로 공개하는 리포트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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