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 공장 앞에서는 아침마다 낯선 광경이 연출된다. 일부 노동자들은 “출근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애국가를 부르며 공장으로 들어가려 하고, 다른 노동자들이 이를 막아선다. 공장으로 들어가려 하는 이들은 기업노조 소속이며 막는 이들은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 소속이다. 얼핏보면 ‘노노갈등’이다. 

하지만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갑을오토텍 지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 기업노조 조합원들이 ‘노조파괴 용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신규채용 됐다. 문제는 이들의 경력이다. 13명이 전직 경찰 출신, 20명이 육군 특전사 출신이다. 평균연령은 47세였다. 이 중 일부는 이력서를 허위로 기재해 고용노동부가 회사에 ‘채용 재고’를 권고 했다. 

회사가 신규채용 과정에서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건 사실도 확인됐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신입사원의 증언을 보면 “연봉 5000만원, 직책은 팀장급. 그래서 입사했는데 와서 보니까 그런게 아니라 회사 편에 서서 노조하고 맞서는 일이더라고요.” “워낙에 노조가 강성이니까 회사 말을 잘 듣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조건은 그거고.” 등의 내용이 있다. 

 

   
▲ 충남 아산시의 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 사진=노동과세계
 

녹취록 내용은 실제 행해졌다. 신입사원들은 올해 3월 새로운 노조를 만든 다음 지회와 계속 부딪혔다. 기존 노조인 지회는 통상임금 소송으로 유명하다. 정기적·고정적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갑을오토텍 노사는 지난해 정기상여금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통상임금은 잔업이나 특근 수당을 책정하는 기준이 된다. 인건비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달가울 수 없다.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지고 한 달가량 지난 4월 30일 발생한 심각한 폭력사태가 대표적이다. 지회에 따르면 그날 지회는 출근선전전과 노조 위원장 현장순회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업노조 조합원들이 지회 조합원들을 막아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지회 간부 한 명은 머리뼈 골절과 뇌출혈이 일어나 병원 중환자실로 후송됐다. 이 노동자는 최근 병원에서는 퇴원했으나 아직 출근은 못하고 있다. 

이후에도 폭력사태는 계속 됐다. 지난 17일에는 지회 조합원 20여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는 정도에 이르렀다. 지회는 “기업조합원 50여명은 지회가 부분파업과 조업을 반복하자 시비를 걸며 지회가 게시한 선전물을 훼손했고 오후 3시 무렵 공업용 대형 선풍기 등 각종 집기를 휘두르며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충돌 상황 일부는 영상으로 남겨져 누리꾼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체포 요건이 안된다는 등의 이유로 즉각 이들을 체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9일 갑을오토텍을 방문해 “영상과 증거물이 있는데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은 것은 정부와 사측의 인권유린”이라며 “담당자들은 법적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 의원은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노동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 갑을오토텍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으로 지회 조합원이 피를 흘리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제공
 

이에 따라 지회는 지난 20일부터 정문통제를 진행해 왔다. 지회는 정문통제에 앞서 “계속된 폭력으로 30여명의 동료들이 피흘리며 병원에 실려갔고, 가해자인 노조파괴용병들을 이 회사에 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노동자가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자로서 계약하고 들어 왔고 관련한 일련의 활동을 펼쳐 왔기 때문에 이 회사의 직원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허위 이력서→특이한 경력의 신입사원들→복수노조 설립→노노갈등. 일련의 상황을 두고 노동계에서는 ‘신종 노조파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 같은 신종 노조파괴 수법이 갑을오토텍에서 성공한다면 다른 산업현장에 빠르게 전파될 것”이라며 “정황이 쉽게 드러나지 않고 사측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점 등이 다른 사용주들에게 신종무기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갑을오토텍 노사협력팀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채용 의혹은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니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조치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폭력사태와 관련해서는 “회사도 폭력은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현재 기업노조는 쟁의 기간이 아니니(지회는 파업에 돌입했다) 회사에 들어와서 일하겠다는 것인데 회사가 들어오지 말라고 할 수 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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