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는 ‘무지·무책임 꼬집는 ‘아몰랑’…유행어의 사회학’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관련기사: ‘무지·무책임 꼬집는 ‘아몰랑’…유행어의 사회학)

SBS뉴스는 ‘아몰랑’이라는 유행어를 ‘이렇다 할 논리 없이 주장해 놓고선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자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는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아몰랑의 어투가 여성적이다 보니 일부에서는 여성 비하 의미로 악용하기도 한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제대로 된 설명이나 문책 없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정부의 초기 대응을 꼬집는데 아몰랑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철학과 교수 인터뷰를 통해 아몰랑이 관계의 거절을 포함하며 근본적인 사회 연대가 깨진 우리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씨) 결혼 못하는 남자 갤러리 등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리포트가 어원을 무시한 채 일반적인 사회현상을 나타내는 것처럼 아몰랑을 소개해 여성을 비논리적인 존재로 보는 프레임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축에서는 “아 몰라 몰라”같은 말은 예전부터 써오던 말이고 세태 풍자의 맥락으로 쓰여 여성 비하로 연결짓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 6월 21일 'SBS8뉴스' 화면 갈무리
 

아몰랑이란 단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여러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종합해본 결과 용어의 유래에서 만큼은 여성 비하 목적이 깔려있던 것으로 보인다. 

아몰랑은 한 일반인 여성이 페이스북에 쓴 글과 그 댓글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페북에 ‘대한민국에 비리가 너무 많다’고 글을 올린 후 무슨 비리가 많냐고 묻는 댓글에 ‘몰랑 그냥 나라 자체가 짜증나’라고 대답했다. 이 글과 댓글을 갈무리한 이미지가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오늘의 유머 등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지며 유행하게 됐고 특히 여성 혐오 정서가 두드러지는 일베 등에서 여성 비하를 할 때 이 말이 쓰이게 됐다.   

특히 지난 5월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이하 여시)회원들이 장동민의 과거 여성비하 발언을 문제 삼고 작품에서 아몰랑이라는 말을 쓴 웹툰 작가 레바를 향해서도 일베 활동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다시 아몰랑이 사용됐다. 남성 회원들이 많은 이른바 '남초' 사이트 회원들은 여시 회원들과 설전을 벌이며 여자들은 토론을 하면 논리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다 아몰랑이라고 하며 도망간다고 조롱했다.  

 

   
▲ '아몰랑'의 유래가 됐다고 알려진 페이스북 화면.
 

지난달에도 디씨 메르스 갤러리에서 홍콩에서 메르스 감염 의심 여성 2명이 격리 치료를 거부한 사건이 의사소통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지는 과정을 두고 남녀 유저가 설전을 벌이며 아몰랑이 여성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사용됐다. 

그 후 일부 언론이 정부와 대통령의 무능한 메르스 대책을 비판하는 목적으로 아몰랑을 제목에 걸면서 점차 단어가 알려지게 됐고 지금처럼 흔히 쓰이게 됐다. 이제 아몰랑을 제목으로 건 뉴스 기사는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어가 여성 비하 목적에서 시작된 만큼 미디어에서 아몰랑이 등장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나기 ‘언니네트워크’ 활동가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아몰랑이라는 단어 자체에 여성 비하의 뜻이 담긴 만큼 언론이 이런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어떤 상황에 대입시키든지 아몰랑이 처음 파생된 여성 비하의 맥락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도 “아몰랑이라는 단어의 어원에 여성 비하가 담겨 출발점이 잘못됐기 때문에 무책임한 모습을 재밌게 꼬집는 용법으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며 “정치 비판이라고 해도 자칫하다가는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 리더십이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이 여성성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몰랑의 방점이 여성 비하가 아닌 박 대통령의 책임 회피에 있기 때문에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여성 비하의 의미로 쓰여온 말이라도 지금 상황에서 주목할 것은 대통령의 책임 회피에 대한 비판이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조롱과 냉소 국면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국민의 기대와 불일치 하다보니 나타난 문화일 뿐 단정적으로 여성 비하의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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