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모든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1면에 메르스 관련 정부광고가 실린 와중에 유일하게 국민일보만 광고가 누락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날 앞서 박근혜 대통령 관련 비판적 기사를 쏟아냈던 몇몇 언론사에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전화해 편집국장 등을 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자 신문 1면에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안전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모든 언론사를 상대로 집행한 이른바 원턴(One turn·모든 신문에 같이 광고를 싣는 관행) 광고가 실렸다.  

‘메르스, 최고의 백신은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광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집행한 광고로, 이 광고의 예산은 보건복지부 예비비에서 지출된다. 

   
▲ 오늘자 전국일간지 1면, 국민일보만 정부광고가 실리지 않았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처음에는 원턴 형태로 집행하기로 했다가 문체부에서 국민일보와 한국일보를 제외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1면 광고 집행액수는 신문사별로 차이가 있으나 각 언론사가 1회당 3700만 원 상당의 광고비를 받게 된다. 관례적으로 이 같은 성격의 정부광고는 날짜를 나눠서 나가는 경우는 있어도 (원래 광고 집행을 했던)특정 언론사만 빼고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지난 18일 오후 한국일보와 국민일보만이 정부광고가 빠지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국일보(10일)와 국민일보(11일)도 메르스 관련 정부광고를 받았는데 갑작스럽게 광고가 빠진 것에 대해 최근 메르스 사태 관련 대통령과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던 언론사에 대한 길들이기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지난 16일 국민일보 온라인 기사.
 

실제로 국민일보의 경우 지난 16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박현동 편집국장과 김영석 정치부장 등에게 전화해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에 대해 강한 어조로 항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수 국민일보 부국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온라인 기사와 관련에 일전에도 몇 번 전화를 받았지만, 16일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방문 기사와 관련해 김 수석이 박 국장에게 전화해 ‘그게 기사가 되냐’고 따졌다”며 “이에 박 국장이 ‘기사가 되고 안 되고는 기자와 언론사가 판단하는 건데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답하자, 김 수석은 ‘국장도 그렇게 생각하냐.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박현동 국장 역시 김성우 수석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우리 인터넷 기사에 대통령과 관련해 가끔 희화화한 내용들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해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그러면서 서로 약간 감정이 언짢았는데 그 일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러고 나서 메르스 광고가 국민일보만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국장은 “복지부와 문체부 간부들과 통화했을 때도 그쪽에서 ‘미안하다. 죄송하다’ 이런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물증은 없지만 짐작 가는 느낌은 있다”면서 “만일의 경우 어떤 불편한 기사로 국민 세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나가는 정부광고를 뺐다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종수 부국장도 “어제(18일) 1시 반에 광고국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문체부와 복지부에 확인해 보니 ‘우리는 무기력하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비판적 기사를 쓴다고 광고를 빼는 것은 졸렬하고, 언론사를 상대로 광고로 길들이는 것은 너무 자존심 상하는 일이어서 우리는 다시 광고를 준다고 해도 안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김성우 수석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처음에는 (신문사) 다 하려고 했는데 복지부에서 예비비를 못 따서 아마 내부적 결정 과정에서 그렇게 (광고가 빠지게)된 것 같다”면서도 왜 한국일보와 국민일보만 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국민일보와 함께 18일 광고가 빠진다는 통보를 받았다가 다시 광고를 싣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관행상 이런 경우가 없는데 한국일보는 계속 어필하고 이유를 알아본 후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언론계에선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홍보 차관보로 임명돼 논란이 된 이의춘 전 미디어펜 대표와 한국일보의 특수관계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차관보는 한국일보 경제산업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후 보수언론인 데일리안 편집국장과 미디어펜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국일보 고위 관계자는 "광고가 제외됐다가 다시 들어간 것은 이의춘 차관보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나는 광고국장으로부터 신문사 광고 배정 때문에 들어갔다가 빠졌다고만 들었다”며 “문체부 쪽에선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고 고재학 편집국장도 전화를 받았으면 보고를 했을 텐데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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