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공백이 59일만에 해결됐다. 국회는 18일 본회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찬성이 156표로 새누리당 참석자 수와 동일했다. 황 총리는 전관예우 등 각종 의혹을 해결하지 못해 반대는 120표, 무효는 2표를 받고 ‘반쪽 총리’라는 오명을 쓴 채 국정을 이끌게 됐다. 

이날은 메르스 발병 30일째였다. 일단 황교안 국무총리가 ‘메르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황 총리의 첫 일정은 국립중앙의료원 방문이었다. 이날도 메르스는 확산됐다. 제주도를 여행한 141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제주신라호텔이 영업을 중단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강동경희대병원의 환자 부실관리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다음은 19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메르스 한 달 멈춰 선 한국>
국민일보 <당신들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동아일보 <문열린 음압병실…아직도 정신 못차린 병원>
서울신문 <“네 아빠 메르스지…가족이 피멍듭니다>
세계일보 <총리 황교안, 첫 행보는 ‘메르스 퇴치’>
조선일보 <10일간의 방역공백…매뉴얼이 없었다>
중앙일보 <국민을 위로하다-여자축구, 첫 월드컵 16강>
한겨레 <병원은 메르스를 몰랐고 정부는 ‘뒷북대책’도 없었다>
한국일보 <청정 제주까지 ‘메르스 공포’ 휩싸이다>

메르스·가뭄·경기침체 챙겨야 하는 총리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에 따르면 황교안 총리는 그간 낙마했던 모든 총리후보자의 문제점을 모아둔 후보다. 하지만 국정현안이 시급한 상황에서 야당도 총리인준을 거부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관예우·정치적 편향성 등 문제가 된 지점은 결국 메르스와 가뭄 등 국정위기 상황 탓에 풀리지 않았다. 

   
▲ 19일자 경향신문 10면.
 

박근혜 대통령이 황 총리에 메르스 수습을 주문한 데 이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황 총리가 메르스 사태를 수습해줄 것을 기대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황 신임 총리, 메르스 수습에 명운을 걸어라>에서 “메르스에 지친 국민에게 따뜻하게 다가가 상처를 어루만지고 켜켜이 쌓인 정부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는 데 주력해달라”며 “불안심리와 경제위축을 해결하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부지런히 현장을 누벼 메르스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황 총리, ‘국민 안전 지키는 정부’ 만들 수 있겠나>에서 황 총리에게 위기수습을 주문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정부는 초동대응에 실패했고 시종 무기력하고 무능력했다”며 “메르스 사태는 대한민국이 1년 전 세월호의 비극을 겪고서도 여전히 국가적 위기에서 속수무책임을 확인해줬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한 달, 강하게 정부 비판하는 조선일보

황교안 총리 인준에 대해 조선일보가 이와 같은 사설을 내는 것은 메르스 사태를 두고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모습과 연결된다. 조선일보는 1면 <10일간의 방역공백…매뉴얼이 없었다>를 통해 메르스 발병 한 달간 무능했던 정부에 대해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정보도 없고 지휘도 못한다’며 “환자·병원·보건당국 모두 메르스에 대해 잘 모르는데 컨트롤타워 없이 제각각 현황만 주고 받았다”고 전했다. 

   
▲ 19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3면에서도 정부에 대해 지적했다. <“방역 시스템 문제 많다” 5개월전 지적 무시한 보건당국>에서 “2014년 12월 가원대 산학협력단 보고서에서 실무 매뉴얼에 감염병 위기관리 단계별 인력이나 업무를 정해놓지 않았다는 지적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우리가 의료를 수출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각 병원의 행동 요령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한 매뉴얼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3면 <‘최고’라는 삼성서울병원에 음압병실 없어>에서 “음압병실을 설치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수익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민간 병원들은 잘 설치하지 않고 있다”며 “메르스 환자를 서울대병원으로 보낸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전했다.  

   
▲ 19일자 조선일보 3면
 

반면 중앙일보는 지난 한 달간 가장 많이 비판 받아온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 중앙일보는 1면을 여자축구월드컵 16강 진출 소식, 의료진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 메르스 퇴치에 나서겠다는 황 총리 소식으로 채웠다. 중앙일보는 4면에서 ‘현장 사투 12인의 조언’이라며 정부관계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전했다. 책임을 묻기보다는 정부를 옹호하며 메르스 사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하는 의도로 보인다. 

   
▲ 19일자 중앙일보 1면
 

강동경희대병원 환자 부실관리도 지적

동아일보는 강동경희대병원의 환자 부실관리 실태에 대해 크게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지적한 강동경희대병원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165번째 환자 입원한 음압병실 바로 옆이 일반병실인 점 △의료진들이 방역복을 입지 않고 복도 앞도 통제 안한 점 △같은층 보호자들에게 환자를 다른 병동으로 옮겼다고 거짓말 한 점 등을 꼽았다. 

강동경희대병원 12층 음압병실은 구조가 취약했다. 음압병실 문이 열려있는 경우도 있었고 음압병실이 이중문 구조가 아닌 것도 문제였다. 메르스 165번째 환자는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을 이용했다. 투석실을 중심으로 대량 감염사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165번째 환자의 감염경로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당초 강동경희대병원은 76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밀집 접촉자 239명을 격리했다. 하지만 165번째 환자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환자가 강동경희대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에서 사망자 절반이 신장질환자였던 점에 비추어보면 신장병을 치료하는 투석실을 통해 메르스가 전파됐다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동아일보가 강동경희대병원의 관리 부실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다. 

   
▲ 19일자 동아일보 4면
 

현재 강동경희대병원 등 잠재적 진원지는 건국대병원, 을지대병원, 메디힐병원, 창원SK병원, 아산충무병원, 좋은강안병원, 평택굿모닝병원 등 8곳으로 보건당국은 이 병원들을 집중관리할 계획이다.   

순창은 격리 해제, 제주도도 안전하지 않아 

지난 4일 70대 주민의 메르스 감염사실이 확인된 전북 순창 장덕마을이 2주 만인 19일 새벽 격리에서 해제됐다. 마을 주민 102명은 그간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고 모범적인 방역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편 제주도도 비상이 걸렸다. 18일 제주도 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확진판정을 받은 141번째 환자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제주도를 여행했다. 141번째 환자가 머문 것으로 알려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제주신라호텔은 영업을 중단했다. 이 환자도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현재 메르스 현황은 확진환자는 165명(신규 3명), 사망 23명(신규 2명), 격리 6729명 (신규 765명, 격리해제 541명), 퇴원 25명(신규 5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은 이달내로 메르스가 종식되긴 힘들고 7월 중에 종식되면 성공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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